-외국인 6200억 순매도...개인·기관 매수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코스피가 결국 3000선을 내줬다. 지난 3월 말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미·중 무역마찰, 미국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우려 등이 겹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57.01포인트(1.89%) 하락한 2962.1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포인트선을 하회한 것은 올 3월 24일 2996.35 이후 처음이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 미국 부채 한도 협상 이슈 등 여전한 매크로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77달러 돌파한 것도 투심을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는 시초가부터 매물이 출회, 3000선을 하회하며 출발, 장 중 낙폭이 확대되기도 했지만 저가 매수세 유입에 따라 빠르게 되돌림이 나타나며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시총 상위주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으며, 건강관리, 전기전자 업종이 하락을 주도했고, 미디어와 엔터 등 개별 산업 이슈에 따른 쏠림 현상과 호텔, 레저, 화장품 등 경기 소비재 업종 중심 강세가 눈에 띈다.
외국인이 6236억 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기관은 2362억 원 사들였고, 개인도 354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투입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고, 이것이 기업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글로벌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면서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경기를 압박할 수 있는 요인으로 반전된 것"이라고 봤다.
코스피가 5일 2962.17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약 6개월 만에 3000선을 내줬다. [사진=정일구 사진기자] |
지난 1일 발표된 유로존 9월 소비자물가지수 예비치는 전년동월 대비 3.4% 증가하며 2008년 9월(3.6%)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 역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을 뿐만 아니라 근원개인소비지출의 경우 30년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뉴욕증시는 전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30%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2.14% 급락했다. 개장 초부터 기술주들이 크게 밀리면서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키움증권은 이와 관련,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10년물 국채금리가 장 초반 1.50%로 다시 돌아가면서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미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도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 하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화당 반대에 직면한 상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상원의 임시예산안 가결로 셧다운을 막기 위한 시간을 벌었다.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내년 초 일부 인플레는 안정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시장 참여자의 우려는 여전하고, 9월 수출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나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장 중 저점에 근접해 마감했다"며 "거래대금이 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국경절 휴장에 따른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악재가 쌓여가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시장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서정훈 연구원은 "실질적인 미국 국채 이자 및 원금 미지급과 같은 사태 가능성은 낮지만, 정책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결 이전까지 시장 관망세는 지속될 소지가 있다"며 "단, 양당 모두 책임 소재가 부담스런 시국임을 감안하면, 기간 내 통과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현 국면의 부침을 추세 반전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기간 조정으로 보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면서 "변동성 구간을 통과하고 난 이후 안도랠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유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악재에 대한 경계심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중국 국경절 연휴도 겹치면서 불확실성 회피 심리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8일 미국 고용지표, 13일 발표 예정인 미국 CPI 지표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