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극구 부인 속 문대통령 각계 의견 듣는 중
대부분 전임 대통령들 임기말에 주요 인사 사면 단행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직전 사면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 경제계 등에서 수감중인 주요 정치인과 경제인 사면을 공개 거론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 일각에서는 명분없는 사면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에도 거듭 "특별 사면 관련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 대통합' 차원의 사면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던진 사면 관련 발언이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초청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2.04.25 photo@newspim.com |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은 결코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면은 사법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분(대상자)들에 대한 사면이 사법정의를 보완할지, 혹은 부딪힐 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 몫"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특히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은 이렇게 원론적으로 답변드릴 수밖에 없다는 점울 양해해 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같은 문 대통령 사면 언급의 맥락은 국민 여론이 수긍하고 공감대가 모아지는 것 전제로 사면할 수 있다는 긍정적 속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동안은 현 정부 임기말 특별사면 대상으로 대표적으로 거론돼온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고 주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선 득표율 차이가 사상 최소인 0.7%에 그쳐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론 분열 양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정운영 긍정 기대치는 불과 50%선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 표를 던진 절반 가량의 유권자들이 새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상대진영에 남아 있는 셈이다.
국론분열 양상이 봉합되지 않고 있는데다 2년 이상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도로 지쳐 있는 국민들에게 국정 최고 지도자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 통합과 새로운 도약으로 나아가는 모멘텀을 제시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중 여론도 국론 분열상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각계의 사면 요청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에 청와대에서 만나 만찬 장소인 상춘재 앞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SNS]2022.03.28 photo@newspim.com |
현재 불교·기독교·천주교 등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회 각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정경심 전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까지 국민 통합과 화해를 위해 이들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와 종교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사면도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세간의 추측대로 5월8일 부처님 오신날 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주말 늦어도 다음주초까지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퇴임 전 마지막 사면 전례도 사면임박설을 키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를 한 달도 남겨 두지 않은 2013년 1월 29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55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두달전인 2007년 12월 31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74명을 사면했고 김영삼 대통령도 퇴임 두달전인 1997년말 수감중이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 전례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특정인과 관련된 어떤 지침을 받은 바 없고 검토한 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때도 발표 직전까지 관련 내용이 누설되지 않았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