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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100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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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의미와 풍경의 변천사
원래 5월 1일이었던 어린이날, 일제 때 5월 5일로 변경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어린이날'이 생긴지 100년이 됐다. 그러나 100년이 되었어도 어린이날이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해방을 선언한 것이라는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노는 날이 아니라, 어린이의 인권, 한 개체로서의 인격을 생각해보는 날인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행하는 <민속소식> 5월호가 '어린이날 의미와 풍경의 변천사'라는 글을 게재했다. 한국방정환재단 염희경 연구부장의 글로, 어린이날은 어떻게 어떤 의미로 생겨났으며 지난 100년 동안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잘 정리하고 있다. 이에 염희경 부장의 글을 전문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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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0년대 어린이의 발견과 어린이날-어린이 해방을 선언하다

어린이운동가 방정환은 5월 1일을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라 하였다. 근로자의 날로 널리 알려진 5월 1일에 방정환은 왜 이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을까? 5월 1일은 조선에서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운동을 선언한 '어린이날'이었다.

첫 '어린이날'을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2022년 어린이날은 '어린이날 100주년'으로, 또는 '제100회 어린이날'로 일컬어진다. 100년의 시간 동안 어린이날의 가치와 정신, 풍경은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와 위상, 모습이 달라졌다.

어린이날의 제정은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가난과 질병과 불행에 찌든 대한민국 어린이들을 구휼하고 교육하는 데에만 목적을 둔 것은 아니다. 어린이 사랑은 그 내면적 이상에서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 시절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한민족의 사랑이 결합된 것으로 어린이를 통해 민족과 나라 건설의 장래를 담보로 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어린이 인권 해방을 선언하며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 어린이를 잘 키우는 일이야말로 미래를 가꾸는 일임을 깨닫고 어린이를 통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어린이날'은 마치 꺼질 듯 위태로웠던 일제 강점기 속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꿈'이었고 모든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사는 나라로서 어린이 인권의 새 장을 만든 계기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22년 5월 1일 『매일신보』에 실린 「조선 초유의 소년일」. '의미 깊은 기꺼운 이 소년날은 이천만 형제가 다 함께 빌으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방정환은 「조선소년운동의 사적 고찰」의 첫 시작 부분에서 '어린이 발견'과 '어린이운동'이 1919년 3.1만세운동 이후 민족 갱생을 도모한 민족운동의 일환이자 그 근본운동임을 뚜렷이 밝혔다. 방정환과 소년운동가들은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해 1922년 5월 1일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였다. 핵심 주장은 '10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라'며 민족의 장래를 위해 어린이를 잘 키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신문과 잡지에서는 「십년 후 조선을 려慮하라」, 「조선 초유의 소년일」, 「가로로 취지 선전」, 「조선에서 처음 듣는 어린이의 날」 등의 기사와 선전지를 소개하였다. 4종의 선전문을 배포하며 전국적으로 거리 기행렬을 계획했는데, 어깨에 멘 흰띠에 붉은 글씨의 어린이날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되어 불허가로 행사가 지체되면서 지방에서는 행렬이 금지되고 '경성'으로 규모가 축소되었다.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중심의 '어린이의 날' 취지와 선전문, 거리 행렬과 자동차 선전대, 저녁의 축하기념식과 강연회 등은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의 취지와 선전문, 어린이날 행사의 기틀이 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23년 5월 1일 어린이날은 대대적으로 일어났으며, 일반에게 '어린이'의 존재를 확실하게 부각한 날이었다.

이날 선언문에서 밝힌 <소년운동의 기초 조항>은 어린이날이 어린이 인권 운동이자 어린이 해방 운동임을 명확히 밝혔다. 192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운동은 분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926년, 1927년 어린이날 행사가 따로 치러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1927년 10월 16일 조선소년운동협회와 오월회 두 단체는 통합을 모색하여 '조선소년연합회'를 결성하였다. 어린이날이 5월 1일 근로자의 날과 겹쳐 일제의 탄압뿐 아니라 어린이날 행사 참여를 금지시키는 학교장의 방해가 심해지는 점을 들어 1928년부터 어린이날을 5월 첫째 공휴일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

조선총독부 학무국은 1928년부터 5월 5일을 '유유아(乳幼兒)애호데이(아동애호데이)'로 정하고 관 주도의 어린이날 행사를 실시하였다. 이것은 조선 어린이운동의 대표적 상징인 어린이날에 대한 맞불 형태의 행사다. 193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조선 어린이운동에 대한 분열과 탄압을 예비한 것이며, 어린이 해방의 자리에 어린이 보호애호의 관점을 덧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 1930년대 조선 어린이운동의 퇴조, 일제의 '아동애호주간'

1931년 서울 소년단체대표들 주최로 '전조선어린이날 중앙연합회 준비회'가 결성되어 어린이날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다. 어린이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지역의 어린이날 행사 소식도 신문에 자주 등장하였다.

일본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의 어린이운동을 강력히 탄압하였고, '유유아 애호' 주간을 더 본격화하면서 아동 구호 사업을 선전하였다. '우량아 선발 대회' '고궁 무료 관람' 행사 등을 벌이며 '어린이 해방 운동'의 성격을 띠었던 조선 어린이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며 일종의 균열을 획책하였다.

1937년에는 어린이날 기념식만을 겨우 치렀고, 1938년부터는 어린이날이 폐지되었다. 일본은 이 틈을 타서 조선사회사업협회 주최로 5일부터 11일까지 '아동애호주간'을 펼치며 국민정신총동원이라는 취지로 아동애호 관념을 강조하였다.

또한 경성초등학교장회 주최로 "어린 학동들을 '억센 국민'으로 단련시키기 위해" 사립초등학교연합대운동회를 열고 "이만 학동이 무럭무럭 자라는 귀여운 몸으로써 그리는 대원무곡이 화려하게 벌어지고 명랑한 환성의 코러스가 여름 하늘 높이 올라가 '억센 국민' '창조의 성전聖典'다운 용장미"를 보인다는 신문 기사(『동아일보』 1938.5.31)가 등장한다.

1937년 중일전쟁으로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던 시기 '억센 국민'의 단련은 어린이의 전쟁 동원을 예비하고 독려하는 것이며, '명랑한 환성의 코로스'라는 말로 어린 병사 양성을 목적으로 한 어린이 운동회를 미화하고 있다. 어린이날 기행렬과 행사 사진이 사라지고 초등연합대운동회의 일사분란한 군사 행동 같은 운동회 모습과 재롱잔치로 묘사되는 전 경성유치원 원유회 기사와 사진들이 이 시기 신문의 지면을 채워가고 있다.

◆ 1945년~1949년 해방으로 다시 찾은 어린이날, 5월 5일로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46년 해방 후 첫 어린이날 행렬 [사진=국가기록원]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일본의 탄압으로 1938년에 중단되었던 어린이날은 1946년 부활하였다. 「자유로운 세상에서 제 명절 찾은 어린이날」이라는 신문 기사는 일본이 덧씌운 불명예를 걷어내고자 하는 언어와 정신의 회복을 담고 있다. 즉 일제 말 '아동애호주간'이나 '초등연합운동회' '전 경성유치원 원유회' 등을 '어린이의 명절'로 명명하면서 조선 '어린이의 복된 새 명절'이자 어린이 해방 운동이었던 어린이날을 지웠던 역사의 회복이다.

1946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이 5일이어서 이때부터 날짜가 달라지는 불편을 덜기 위해 어린이날은 5월 5일로 고정되었다. 해방의 기쁨과 어린이운동의 역동성도 잠시 이후 좌우익 이념 대립과 갈등, 분단 체제를 맞으면서 이후 반쪽의 어린이운동으로 자리 잡게 된다.

◆ 1950년대 관 주도 기념식, 일제 강점기 '아동애호주간'의 닮은꼴

어린이날 기념식은 1953년부터는 점차 관 주도, 국가 주도 행사가 되었고 분단 상황으로 '반공의식'을 강화하거나 어린이날 행사에 '합동체조'가 끼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어린이날 기념식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 이승만 대통령 내외의 사진이라든가, 어린이가 대통령 내외에게 꽃을 바치는 모습들은 이전에는 없던 어린이날 풍경이다.

1957년 5월, 전후의 피폐한 상황에 놓여 있는 어린이의 복지와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제정되었다. 그 이전 시기에도 첫 어린이날에 대한 회차 논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956년, 1957년에 와서 어린이날이 폐지되었던 1938년~1945년 시기의 회차까지를 포함하면서 이 과정에서 1923년을 첫 어린이날제1회로 보는 기사들이 나온다.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제정된 1957년 이후에는 1923년을 제1회 어린이날로 보는 관점이 공식화되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1969년 어린이날 기념식, 착한 어린이 우량아 표창식 [사진= 국가기록원]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 1960년대 착한 어린이상에 갇힌 어린이와 가장 행렬의 등장

1960년 '계엄령과 정치 붐'으로 어린이날 행사는 하지 못하였다. 1956년 새싹회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착한 어린이상을 표창한 뒤 1960년대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각 단체에서 착한모범 어린이상, 장한착한 어머니상, 장한 어버이상 등을 시상하기에 이른다. 이는 1980년대 후반까지도 지속되었다.

1967년에는 어린이날 가장행렬이 처음 시작되었다. 서울운동장에서 기념식을 가진 뒤 우주소년 아톰, 동물 복장 가장행렬단이 종로-세종로-시청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가장행렬에는 '과외 수업 없는 나라 어린이가 건강하다'는 표어와 불량만화 추방, 혼·분식 장려 등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표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 1970년대 화려한 볼거리-어린이 경축대잔치, 가장행렬

1973년 3월 '어린이날'이 법정 기념일이 되었고, 1975년 1월, 어린이날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공휴일 지정의 영향인 듯 1976년에는 어린이날 창경원에 35만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가 나온다.

세계 어린이의 해인 1979년에는 장충체육관에서 기념식을 거행하고,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어린이날 경축대잔치를 벌였다. 서울시 주최로 서울 시내 초등학교 어린이 1만여 명이 서울운동장-을지로-시청으로 대행진을 벌였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청와대에서 진행된 1980년 어린이날 [사진=국가기록원]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 1980년대 전면에 등장하는 대통령과 소비자가 된 어린이의 출현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 주최 어린이날 행사가 청와대에서 진행되었다. 1981년에는 어린이날 행사로 청와대가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이후 정부 주도 어린이날 행사는 청와대 안의 녹지원, 상춘재, 본관 등에서 개최되었다. 초대된 어린이들은 모의 국무회의, 대통령과의 오락 등의 시간을 보냈다.

1981년에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어린이를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해마다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한다'는 조문이 포함되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대공원 놀이동산 등으로 어린이와 가족들이 몰리는 현상이 보도되기 시작한다면, 1980년대 후반부터는 어린이날을 맞아 일종의 소비자, 고객이 된 어린이를 보도하는 신문 기사들이 자주 노출된다.

◆ 1990년대 돌아보는 어린이날, '공동체 놀이, 우리 아이'의 가치

1991년 5월 5일, 전교조 초등위원회가 주최하고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와 여러 어린이 교육 문화 관련 단체들이 공동 주관한 '제1회 어린이날 놀이마당'이 한양대학교에서 열렸다. 1994년부터는 각 교육청과 시청, 구청에서 어린이날에 저소득층이나 장애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놀이마당과 유사한 행사를 마련하였다.

1999년 5월 1일, 방정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어린이어깨동무, 어린이도서연구회,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이 중심이 되어 1923년의 어린이날 선언을 수정 보완한 '새천년 어린이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민주화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린이날의 원래 취지를 살리면서 시대에 맞는 어린이날의 모습을 모색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왼쪽) 2022년 어린이날노래공모전 포스터, (오른쪽) 어린이 3권 5호(1925.5) [사진=한국근대문학관]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 2000년대 어린이의 인권, 안전, 놀이 권리를 생각하다.

정부 각 부처, 지방 자치 단체, 어린이 관련 놀이 문화 산업, 유통업체 등이 어린이날 행사를 주관하면서 행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여주기식 행사나 소비성 행사가 적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편, 다문화· 탈북·폭력과 학대·실종 상황에 놓인 어린이의 인권이 부각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어린이 안전과 주체적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2015년 '어린이 놀이 헌장' 선포는 어린이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 5월 2일 보건복지부는 <2016 아동권리헌장>을 제정하였다. 정부 차원의 '아동권리헌장'은 1957년 '어린이 헌장'1988년 개정 이후 처음이다. "모든 아동은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또한 생명을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발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가 있다. 부모와 사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아동의 권리를 확인하고 실현할 책임이 있다"고 하여 9개 조항을 발표하였다. 이 헌장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기초해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하고 어린이의 처지에서 기술한 사실상의 첫 헌장이라고 평가받는다.

2019년 겨울 이후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위협이 어린이날 행사는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의 어린이의 삶 전반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어린이들의 소원도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다'거나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지구가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등으로 변화하였다. 2021년부터 랜선이나 메타버스로 만나는 어린이날 행사 등도 마련되었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질병과 IT 산업이 결합해 어린이날 풍경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날 한마당 포스터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05.05 digibobos@newspim.com

어린이날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린이를 향한 어른의 기대와 바람을 마주하게 되고, 정치 사회적 격변 속에서 어린이날의 풍경이 변화하고 어린이날의 정신이 훼손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반성으로 다시 새롭게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100년이 더 흐른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200회, 또는 200주년의 어린이날을 맞이할까? 훗날 2022년 어린이날은 어떤 풍경으로 그려질지, 어떤 가치를 담아낸 날로 기억될지 상상해 본다.

어린이날 100년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어린이는 어떤 존재인지, 우리 사회는 어린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금 되물어봐야 할 것이다.

글 | 염희경_한국방정환재단 연구부장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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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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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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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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