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한 주 상승 후 3주 연속 보합
정부 정책에 따라 향후 집값 흐름 바뀔 수도
주택의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관리 대상으로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부동산 시장에서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로 주택 매물은 늘고 있지만 수요자들은 관망에 접어든 상황이다. 결국 수요자들이 집값 추이를 더 지켜본 뒤 매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점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주택시장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이 올라도 욕먹고 내려도 욕먹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주택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당으로서 정책 '훈수'를 둘 때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오르나? 내리나?…여전히 엇갈리는 집값 전망
28일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서울지역 아파트값이 변동 없이 보합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변동 없이 3주 연속 보합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값은 1월 넷째주(24일 기준)부터 이어진 10주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4월 첫째주에 보합을 기록했다. 이후 4주간 변동이 없다가 5월 첫째주 상승 전환했으나 한 주만에 다시 보합으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반등이 '1주 천하'에 그치고 뒤이어 3주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단지가 몰린 서초구·강남구 등 일부 지역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택 수요자들이 대체적으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은 "추가 금리인상 우려와 전세가격 안정, 매수심리 위축으로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동향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다른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집값이 오른다고 보는 쪽은 지난 30여년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며 일시적 하락과 횡보를 보이긴 했으나 집값이 전반적으로 우상향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집값이 이미 많이 올라 상승여력은 크지 않지는 않으나 최근 원자잿값 폭등 때문에라도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반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집값이 일시적으로 반등한 후 3년 연속 하락했던 점을 거론하며 자산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회수 상황과 팬데믹 이후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셈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42% 하락했으나 다음해 무려 20.56%나 상승했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주택시장으로 몰린 영향이었다. 그러나 이후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2010년(-2.47%), 2011년(-2.63), 2012년(-7.06%) 3년 연속 집값이 떨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부가 1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한다. 또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보유·거주기간 재기산 제도를 폐지하고, 일시적 1가구 2주택에 대한 비과세 요건도 완화한다. 사진은 11일 서울 여의도 63 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2.05.11 leehs@newspim.com |
◆"자산가치 급락 경계하며 집값 안정 대책 세워야"
윤석열 정부는 집값의 하향 안정을 주택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면서도 주택의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택은 주거공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생의 자산이기도 하다"면서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는데 최근 금리가 오르고 통화량이 위축되면서 자산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이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대응이 아닌 청년층을 비롯해 아직 주택을 갖지 못한 이들의 자산 형성을 돕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우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내내 쌓인 부동산 자산의 거품이 꺼질 경우 나타날 부작용도 정부로서는 걱정해야 할 처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지금은 내리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자산가치 하락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경계하며 집값 안정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집값이 당장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의 고민이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는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경제적으로 큰 충격이 있는 때"라면서 "현재의 주택 공급 물량이나 원자잿값 급등 상황으로 봤을 때 당분간은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현재는 정부가 집값이 오르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완만한 우상향 흐름을 유지할 수 있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확실한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줘서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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