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달 1일(현지시간)부터 살아있는 닭부터 닭고기, 너겟 등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웃 국가이자 최대 수입국인 싱가포르가 비상이라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이웃 말레이시아로부터 전체 가금 수입의 3분의 1을 의존해 왔다.
싱가포르 대표 음식인 치킨라이스에 쓰이는 생닭도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온 살아있는 닭을 국내에서 도축해 유통된다.
매달 평균 약 360만 마리의 살아있는 닭을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했는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달부터 닭과 닭고기 관련 식품 수출을 전면 막은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급격한 닭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자국 내 닭고기 가격도 올랐기 떄문이다. 결국은 국내 물가 안정을 위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판단이다.
하루 아침에 말레이시아로부터 닭을 받지 못하게 된 싱가포르는 걱정이 태산이다. 한 마리당 평균 3달러 하는 닭이 4~5달러로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당장 대체할 수입처가 없다.
단기적인 해결책은 태국이나 브라질에서 냉동 닭을 수입하는 것이지만 싱가포르인들은 "치킨라이스에는 냉동 닭고기를 쓰지 않는다"며 고개를 젓는다.
시장 상인 마담 통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냉동 닭고기로 치킨라이스를 만들라니 말도 안된다. 맛이 없을 게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유래된 닭요리인 치킨라이스는 삶은 닭고기와 밥, 오이와 칠리소스 등이 한 접시에 담긴 요리다. 밥은 물이 아닌 닭육수와 기름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냉동 닭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치킨라이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대니얼 탄 씨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의 닭 수출 금지 소식은 "재앙적이다. 이제 치킨라이스를 팔 수가 없다. 마치 햄버거가 없는 맥도날드와 같다"며 당분간은 냉동 닭고기로 조리해야 겠지만 "매출에 큰 타격은 불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했다.
영국 가디언은 일부 상점들의 경우 치킨라이스 대신 다른 음식을 팔기로 했다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을 당분간 맛보지 못할 수 있는 슬픈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대표 음식인 치킨라이스. [사진=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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