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강동원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를 통해 영광의 칸 영화제를 거쳐 국내 관객과 만난다. 시나리오 과정부터 그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있는 강동원의 '애정작'이다.
강동원은 7일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브로커' 개봉을 하루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칸 경쟁부문에서 자랑스레 영화를 선보인 소감과 함께 국내 관객들과 2년 만에 만나는 감회를 들려줬다.
"우선 칸에 경쟁으로 간 것 자체가 큰 영광이죠. 세계에서 최고 영화들만 보내서 그 중에 몇 편 뽑는 건데 정말 기분 좋았어요. 외국 관객들이 영화 보고 우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고요. 좀 동양정인 정서가 아니었나 했는데 공감하셔서 놀랐죠. 팬데믹 이후로 드디어 거의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영화 개봉하게 돼 행복해요. 극장이 활기를 점점 되찾는 것 같아 감사하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 [사진=YG 엔터테인먼트] 2022.06.07 jyyang@newspim.com |
칸에서 '브로커'는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으며 폐막식에도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다. 강동원은 "송강호 선배의 수상을 예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강호 선배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했었는데 진짜 받으셨어요. 시상식 가는 차에서 얘기를 했었는데 이뤄져서 너무 좋았죠. 제가 또 옆에 앉아서 첫 번재로 포옹을 했던 그런 영광을 누렸어요. 하하. 송강호 선배는 '에이 아니야' 하면서 형식적인 반응을 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끼리 농담 막 하면서 갔죠."
일본의 거장인 고레에다 감독을 비롯해 강동원, 송강호, 배두나, 이지은(아이유)이 출연한 '브로커'는 국내에서 선보인 글로벌 프로젝트다. 강동원은 극중 동수 역을 맡아 그리 튀지도 묻히지도 않게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다. 사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부터 시나리오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동수가 적은 분량도 아니지만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하기로 했던 작품이어서요. 어쨌든 감독님과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요. 시놉시스 단계부터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고 초고부터 회의, 수정 과정을 거치는 걸 지켜봤어요. 감독님이 프로듀싱에 도움을 요청하시기도 했고, 직접 말씀하셔서 저도 얘기하지만 제작한 영화사 집을 소개해주기도 하고요. 작품 완성의 과정에 제 지분도 조금은 있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 [사진=YG 엔터테인먼트] 2022.06.07 jyyang@newspim.com |
동수는 순수하지만 신념을 지닌, 수수한 캐릭터다. 강동원은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이들을 만나며 세심히 준비했다. 그는 "감독님의 원안에서 많이 바뀐 것은 없지만 디테일을 살리려 했다"고 그 과정을 돌아봤다.
"영화에 나오는 동수가 제 해석이 그대로 담긴 인물이죠. 기본적으론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연기했어요. 굉장히 순수한 인물이고 보육원에서 자라서 애들은 보육원에서 자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여기서 컸지만 애들은 가정에서 자라야 한단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파는 일을 하게 되죠. 그래도 보육원 출신이라 너무 우울하게 보이는 건 피하려 했어요. 너무 자기 캐릭터에 너무 빠지면 그런 실수를 종종 하곤 하는데 안하려 했죠. 평범한 사람이었음 했어요. 보육원 출신이라고 말 안하면 모르는. 만나본 분들도 다 그랬거든요."
극중 동수는 소영(이지은)에게 초반에 분노를 쏟아내지만, 그의 환경과 어려운 처지, 사정을 듣고는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특히 둘의 교감이 극대화되는 관람차 신에선 강동원이 즉석에서 제안한 행동이 의미있는 장면으로 담기기도 했다.
"동수가 갑자기 애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여행하고 친해지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하죠. 약간 이성으로도 아리송한 감정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소영이 너무 안쓰럽다고 생각을 하면서 내 엄마에 대한 원망도 조금씩 희석돼요. 우리 엄마도 사정이 있을 수 있었겠구나. 소영이 같은. 동수도 자기 엄마도 용서하고 소영이를 위로하죠. 관람차 신에서 소영의 눈을 가려주는 건 제 디렉션이었어요. 하하. 그렇게 하겠다고 했죠. 눈물 떨어질 때 모자이크를 하기로 했었는데, 손으로 가리겠다고요. 아마 소영이에겐 말을 안했던 것 같아요.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 [사진=YG 엔터테인먼트] 2022.06.07 jyyang@newspim.com |
고레에다 감독의 색깔이 가득 묻어난 작품이긴 했지만, '브로커'는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한 뒤에 외신 일부에서 범죄미화 지적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강동원은 "그런 영화는 아니고 나중에 다 벌 받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동수는 어쨌든 신념이 있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사회 시스템에서 약간은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이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죠. 약간 악동같은 사람들이랄까요. 나중에 다 벌 받잖아요. 다 잘먹고 잘살면 모르겠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외국 관객들이 그렇게 감정적 동요를 할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지만 극장 반응은 현지에서 최고였거든요. 12분간 기립박수가 나왔으니까요. 미국 친구들도 와서 봤는데 너무 좋아했고 나중에 '그냥 소소한 영화라고 했잖아'라면서 이렇게 슬픈 영화인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강동원은 이번 '브로커'에 힘을 보탠 것과 더불어 직접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두 편의 판타지 작품을 생각 중이라고. 지난 2017년 선제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던 그는 바로 지금,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때에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해외의 반응을 언급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제 작품은 아직 초기 단계예요. 시놉은 제가 썼지만 연출은 자신없어요. 프로듀싱을 하는 거고 외국에선 흔한 일이에요. 두개 다 판타지인데 나이 들면 더이상 못하겠다 싶은 걸 썼어요. 일단 저를 염두에 두고 썼지만 제작이나 투자가 안될 수도 있죠. 한국 영화, 작품이 미국에서 상타고 주목받을 때 심지어 같은 숙소에 있었어요. 제 일처럼 기뻤고 방에 모여서 사람들과 축하를 나누기도 했죠. 이제는 미팅가면 예전이랑 정말 달라요. 요즘은 같이 뭐 할 거 없어? 어떻게든 한국 배우, 감독, 콘텐츠와 커넥션을 만들려고 하고 '할 거 있으면 우리랑 꼭 같이 해달라' 그런 분위기예요. 제 작품도 그럴 수도 있죠. 시장이 완전히 열린 걸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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