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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OUT]⑫ 박병원 전 경총 회장 "규제개혁 주도권, 민간과 지자체에 줘라"

기사입력 : 2022년07월07일 13:13

최종수정 : 2022년07월07일 15:36

규제 주무부처가 개혁 주도하게 해선 안 돼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규제 개혁 나서도록 유도해야

[편집자] 정부가 바뀔때마다 규제 개혁을 외친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체감되는 규제 완화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정부의 규제 개혁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한 이유는 있다. 국회, 정부 등 규제를 만들고 규제를 실행하는 쪽의 주도권이 세서다. 이래서는 제대로된 규제 개혁은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개혁의 결정을 정치인이나 관료에게 주면 안된다고도 한다. 규제를 당하는 쪽에서 개혁을 주도해야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규제를 개혁하자는 것은 기업 등 민간의 투자 시계를 제대로 돌리자는 것이다. 투자의 걸림돌을 없애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제 활력도 기대할 수 있다. 공염불에 그친 역대 정부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권한을 지방에 넘겨서 지방끼리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개혁의 주도권을 민간과 지방자치단체가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기업이 투자 지역을 결정하고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규제를 풀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규제 OUT] 글싣는 순서

1. SK공장 인가에만 3년 '하세월' 
2. '에어택시' 타는 날이 오긴 올까요?
3. 약은 왜 배달이 안되나요?
4. "누구를 위해서 마트 문 닫나"
5. "전기차 타고 싶어도 충전소가 없어요"
6. P2E 게임, 블록체인 신기술인데…국내선 '불법'
7. 신산업 울린 '타다 금지법'
8. "을(乙)은 성역?" 과도한 건설하도급 규제
9. 반도체 기업 유치 위한 美 주·지방정부의 파격 혜택
10. "LTV 올리고 이자 내리고"...부동산 규제 푸는 중국
11. 전문가들 "노동개혁 없이 경제성장·일자리 창출 없다"
12. 박병원 경총 명예회장 "규제개혁 주도권 민간에 줘라"

박 전 회장은 "설악산과 지리산의 케이블 카, 하동군이 시도하고 있는 산악철도 등과 같은 것의 허용 여부를 중앙정부가 정하고 있는 결정 방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며 "토지 이용 규제도 지역균형발전, 식량 안보 등의 이념과 엮여서 수도권 투자 제한, 그린벨트 등 가장 강고한 규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한 토지이용 관련 규제 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체감도는 매우 낮다. 규제개혁은 정확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는가.

= 규제 개혁의 목표는 어차피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역대 정부의 실패는 목표가 틀린 것이 아니라 방법이 잘못되었고, 강도나 의지가 미약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규제 개혁을 정권마다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전봇대, 손톱 밑 가시, 신발 안의 돌맹이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일선 행정부서나 지자체의 인허가 수준의 규제를 전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라 경제를 마비시키고 있는 규제는 이런 수준의 규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의식구조 속에 자리잡고 있는 '획일적'인 사고방식이다. 국민 모두가 하나의 제도에 의해서 규율되어야 한다는 자승자박 때문이라는 말이다.

전국적으로 같은 토지이용 규제, 노동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획일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다양성, 유연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의식구조가 인허가 수준의 규제 개혁조차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최저임금의 차등화 논의에서 본 바와 같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요구되는 지역별, 연령별 차등화는 법에 근거가 없다고 논의조차 되지 않고, 사용자 입장에서 요구되는 전국·획일적 적용을 전제로 한 업종별 차등화만 논의하다가 또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규제 개혁이 불가능하다. 업종별 차등화까지 포함해서 최저임금을 지방정부가 정하게 해야 비로소 유연하고 다양한 결정이 가능하게 되고 적극적 규제개혁이 가능하게 된다.

◆ 정치권이 규제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양산하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 정치권이 한쪽으로 규제개혁을 외치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끝없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국회의원들 때문이다. 규제는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법에 근거를 두어야 하고 국회와 정치권에서 비롯된다. 공무원이나 행정부는 시행령이나 만들고 집행을 할 뿐이어서 행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효과가 없게 마련이다.

국회의원은 왜 규제법을 끝없이 만들어 내느냐? 그것을 원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고, 다음 선거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무관심하거나 규제 개혁을 원하는데 일부 이해당사자들은 규제를 만들어 달라고 정치인들에게 요구를 한다. 똘똘 뭉쳐져 있는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에 정치인들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규제 확산의 뿌리인 것이다.

수도권을 규제해 달라는 지방, 가격을 규제해 달라는 국민, 대기업을 규제해 달라는 중소기업, 사용자를 더 규제해 달라는 노동조합(주 52시간 노동제, 300만 명 이상의 임금노동자가 아직 받지 못 하고 있는 최저임금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실은 일부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식량 안보라는 미신을 내세워 농업 규제와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들 등 규제를 요구하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민이 규제를 요구하더라도 정부와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그런 규제가 소기의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만 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 마디로 국민을 이끌고 나갈 의사도, 능력도 없고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끌려 다니는 수준의 정치가 규제 확산의 원인인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규제를 요구하는 일부 국민의 눈치를 보다가는 전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는 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규제개혁을 약속하고 선출되어 규제 확산으로 끝나는 이 모순은 되풀이 될 것이다. 황당한 처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난 수십년간 규제의 폐해를 온 국민에게 알리는 이런 노력을 해 왔다면 가격 규제, 수도권 규제, 토지이용 규제, 그린벨트 규제, 노동 규제 등이 지금의 모습이었겠는가? 

이러한 암덩어리 규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규제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정당하지만 방법이 틀렸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강자를 규제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런 종류의 규제는 내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국가적 자해행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지금까지 실적으로 온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약자를 도와 줌으로써 해결할 일이며 약자를 도와 줄 역량은 투자 유치로 경제를 강하게 만들어야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규제에 대한 국제비교도 더 많이 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규제의 폐해는 투자 유치에 있어서 국제경쟁에서 지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 정치권은 표가 없는 이런 것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기업, 특히 외국 기업은 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나라는 하지 않는 규제를 우리만 한다면 그만큼 우리만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 하게 되고 외국이 우리나라의 기업의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해 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실상을 전 국민에게 알린다면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의 목소리에 힘을 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를 다 철폐하자는 목소리가 국민들에게서 나오면 정치인들이 좀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싶다.

◆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로 가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이유라고 콕 찍어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 거국적 노력을 했었고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투자도 지원, 장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배가 불러진 것인지 외국인투자 유치 노력은 커녕 우리 기업의 투자에 대한 지원도 줄여버렸고 우리 기업의 외국 투자가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3배가 넘는 투자 기피 국가가 되었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까지 급격히 느는 상황이 되었다. 일자리정부를 내세웠던 전 정부가 이런 상황에 아무런 문제의식도, 대책도 없이 5년을 허송세월한 것은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내외국인 투자를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 한 것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원인임을 인식하지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이 결정적인 이유를 말하라면 고지가와 노동에 대한 과잉 규제이다. 기업의 투자 요인은 간단하다. 자본, 노동, 토지 세 가지인데 이 세 가지 면에서 우리는 모두 경쟁국은 물론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불리하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들이 돈을 버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이 대폭 축소되었고, 교육 규제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국제경쟁력 있는 임금 수준에 확보하기가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토지 이용 규제는 상시 토지 공급 부족국가로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땅값이 가장 비싼 나라를 만들어 버렸다. 고지가는 우리 경제의 만병의 근원이다. 토지 이용 규제의 혁파로 가용토지를 선제적으로 늘려서 지가를 떨어뜨리지 않고는 온 국민의 모든 경제활동이 한줌도 안 되는 땅 가진 사람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이런 구조에서 탈피할 수가 없다. 아파트 가격 급등을 규제와 중과세로 해결하려다가 처절하게 실패한 전 정부가 준 교훈이 가격 안정은 오직 공급 확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불변의 철칙이다. 땅값도 공급 확대 없이는 안정시킬 수 없고 그래서는 한국 경제도 희망이 없다.

노동의 경우도 노동자를 위해서 사용자를 규제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데 사용자를 규제하면서 노동자를 규제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예컨대 '주 52시간 노동제'는 노동 강도, 임금 수준 등의 사정에 따라서는 그 이상 일을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노동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에도 그들의 자유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제도는 현재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300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모든 획일적인 노동 규제는 반드시 일부 노동자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은 자유를 주는 방향으로 노동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만큼이라도 자유를 주는 규제개혁도 못한다면 그런 나라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 우리나라에 대규모 투자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 제가 기억하는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투자 성공 사례로는 노무현 정부 초기 LG필립스의 파주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이 거의 마지막 사례가 아닐까 싶다. 2000만 평으로 기억되는데, 단순한 농지·임야 전용 규제만이 아니라 수도권 인구 집중 규제, 군사시설, 문화재 등 어려운 규제가 첩첩이 겹쳐 있었다. 게다가 '대기업 특혜'라고 하는 프레임에 걸리면 공무원 몇 명은 간단하게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어려운 과제였다. 그러나 '안 해 주면 중국으로 간다는데 무조건 되도록 하라'는 대통령 지시로 당시 재정경제부가 나서서 원스톱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다. 그 뒤로 부품 소재 납품 기업을 위해서, 그 다음에는 이들 기업의 종업원들의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서 두 차례 더 '종합 규제개혁'을 해 준 것으로 안다.

이명박 대통령 초기에 잠실의 롯데 타워 규제 개혁 사례도 공군의 반대에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바꾸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였지만 다중적인 규제 개혁 사례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노무현 대통령 말기의 2기 신도시는 특전사, 남성대 골프장을 내보내야 하는 더 어려운 과제였지만 관계 부처의 통합 태스크포스로 신속하게 해결한 적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SK의 용인 반도체공장이 3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것과 대비된다. 반도체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약속을 해 놓고는 '삼성, SK 특혜법'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3년을 허송세월하고 올해 초에야 통과시킨 사람들이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대기업은 빼고 하고 싶다는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규제개혁이 안 된다. 규제가 정상이고 규제개혁은 특혜라는 사고방식으로는 규제개혁은 안 된다.

◆ 성공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올바른 규제 방향은.

= 성공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투자 프로젝트별로 중앙정부 관련부처들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다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역할이 컸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자체의 역할이 거의 없는 이런 방식은 국가적 규모가 아닌 작은 투자사업에 일일이 다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권한을 지방에 넘겨서 지방끼리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시사점이다.

기업이 투자 지역을 결정하고 규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규제를 풀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광주시가 노동력 확보 등에 특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자동차공장을 유치한 GGM 같은 사례가 더 쉽게 더 많이 생기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설악산, 지리산의 케이블 카, 하동군이 시도하고 있는 산악철도 등의 허용 여부를 중앙정부가 정해 주고 있는 결정 방식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 토지 이용 규제도 지역균형발전, 식량 안보 등의 이념과 엮여서 수도권 투자 제한, 그린벨트 등 가장 강고한 규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정하는 한 토지이용 관련 규제개혁은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지방 간 경쟁은 토지 제공, 노동력 확보와 관련한 지원과 혜택, 지방세 감면 등이 주요 수단인데 우리는 지자체가 아무런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지방에게 넘겨 주면 하늘이 무너질 일이라도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모든 권한을 지방에게 넘겨 주는 수준의 지방자치 강화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규제개혁의 길이다. 투자 유치의 주체인 지자체 장들의 손에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쥐어 주는 것이 가장 유효한 규제개혁의 수단이라는 말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중앙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체제에서는 투자유치를 위한 규제개혁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 경쟁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게 결정권을 줬을 때 장단점은.

= '낙후된 지방은 어떻게 하느냐' 또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난개발이 우려된다'고 하는 사고방식에서 보면 걱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지역 간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의 획일적인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규제개혁은 어렵다. 규제개혁을 해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규제권을 다 틀어 쥐고 있는 이런 시스템으로 어떻게 규제개혁이 되겠는가? 장점을 논하기 전에 현재의 획일적 체제의 단점이 너무 명확하다. 낙후된 지역은 싼 땅값, 싼 노동력, 즉 낙후가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낙후가 강점인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지방에 없는 것이 더 문제다.

균형 발전은 규제가 아니라 수도권에서 더 많은 세금이 들어오게 해서 낙후된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야 한다. 등소평이 중국의 개혁에 성공한 것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부 지역, 일부 국민이 먼저 잘 사는 것을 허용'한 것이 아니던가? 잘못할 가능성 때문에 잘할 가능성을 봉쇄하는 사고방식이 우리나라를 오늘날 이렇게 행위무능력 상태로 빠뜨린 것이다.

◆ 중복 규제가 많아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 파주 LCD 공장의 사례에서 재경부는 어떤 규제의 주무부처도 아니었다. 규제의 주무부처가 규제 개혁을 주도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주무부처라는 것은 공급자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어서 수요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규제개혁을 주도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주무부처는 피고에 불과한 그런 규제개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중복 규제라는 것이 여러가지 규제가 중첩된 것을 의미한다면, 더구나 주무부처가 아닌 부처나 조직이 결정을 주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큰 투자 사업일수록 많은 규제가 걸려 있기 마련인데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각 부처를 쫓아다니면서 한 건씩 규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투자 저해 요인이다. 중앙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모든 투자 사업을 책임지고 실현할 부서와 사람을 정해서 전권을 주고 오직 규제개혁의 결과에 의해서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박병원 약력

▲ 1952년생
▲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 졸업
▲ 행정고시 17회
▲ 1986년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실 서기관
▲ 1997년 재정경제원 부총리 비서실장
▲ 1998년 EBRD(유럽부흥개발은행, 런던) 이사
▲ 2005년 재정경제부 제1차관
▲ 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 2008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 2011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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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전공의 2924명 복귀 의사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오늘부터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추가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최소 사직 전공의 2924명이 복귀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대한수련병원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에 복귀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 4794명 중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는 2924명(61.5%)으로 집계됐다. 복귀 의사를 밝힌 사직 전공의 2924명 중 즉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719명(15.1%)이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복귀 TO(정원) 보장을 조건으로 복귀를 희망한 사직 전공의는 2205명(46.4%)으로 집계됐다. 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전공의 추가 모집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3월과 9월 상·하반기로 나눠 수련 모집을 하는데 의료계 요청에 따라 추가 복귀 길을 열어준 셈이다. 복지부는 사직전공의가 요구한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 입대한 사직자의 제대 후 TO 보장을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패키지 재논의에 대해서는 기존 발표한 의료개혁 과제 중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5월 복귀 시 수련 인정의 경우는 오는 6월 1일부터 수련이 개시되면 인정된다. 군입대 전공의를 포함한 복귀 전공의 TO 보장도 수용됐다. 원 소속 병원·과목·연차의 TO가 기존 승급자 등으로 이미 채워진 경우도 사직자가 복귀하면 정원을 추가 인정한다. 다만, 이미 군입대한 전공의가 제대한 후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향후 의료 인력, 병력 자원 수급 상황, 기존 복귀자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전공의 약 3000명이 복귀해도 전공의 출근자 비율은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와 대비하면 절반에 못 미친다. 2023년 전공의 임용대상자는 1만3531명이다. 올해 3월 사직전공의 전체 인원은 1만1713명으로 재작년 대비 86.6%에 해당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만일 3000명이 복귀할 경우 2023년 대비 전공의 비율은 35.6%다. 복지부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가 전문의 수급 차질을 막고 의료공백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직전공의의 수련 복귀를 위한 추가 모집을 열어줄 것을 건의했다"며 "고심 끝에 수련 현장 건의를 받아들여 5월 중 수련 재개를 원하는 전공의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k1991@newspim.com 2025-05-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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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재점화 '위약금 면제' 논의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텔레콤(SKT) 해킹 사고로 유출된 정보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밝혀지자, 유심 해킹 피해 고객 위약금 면제 논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SKT 유심 해킹 사고 민·관 합동 조사단(민관합동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조사단은 SKT 서버에서 총 25종의 악성코드와 23대의 감염 서버를 추가로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번 사고로 약 2695만건 이상의 유심 정보(전화번호, 국제 이동 가입자 식별번호인 IMSI 등 약 9.82GB 규모) 유출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리눅스 서버 3만여대를 포함한 전체 서버로 점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조사단은 일부 서버에서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와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약 29만건이 포함된 파일을 발견해, 해당 정보의 유출 여부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한다. 류정환 SKT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이 19일 데일리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정승원 기자] SKT를 이용하며 '2년 약정' 계약을 맺은 고객 김모(35)씨는 이날 통신사 변경 상담을 신청했다. 김씨는 "유심 정보 해킹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입장이지만, 약정 기간이 약 1년 3개월 남았다는 이유로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통보받았다"며 "SKT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고객의 위약금 지불 부담부터 덜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처지의 박모(27)씨도 약정(2년 약정) 만료를 약 1년 앞두고, 위약금 8만원을 안내받은 상황이다. 박씨는 "일 때문에 바빠서 전화 상담을 받았는데, 자세한 위약금 도출 과정은 물어보지 못했다"며 "해킹 피해로 금융 범죄 피해는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위약금 부담에 통신사 변경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SKT는 전날 이 같은 고객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SKT 고객신뢰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고객신뢰위원회는 최근 해킹 사고로 손상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출범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 기구다.  홍승태 SKT고객가치혁신실장은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고객의 생각을 정리해 회사에 전달하는 등 고객 시각을 반영하는 역할을 위원회가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T 측은 위원회가 직접 위약금 면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위약금 면제의 쟁점은 'SKT 귀책사유'…정부·법조계도 주목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사진=SKT 약관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위약금 면제 여부를 결정할 핵심 기준은 'SKT의 귀책사유 여부'가 될 전망이다. LTE·5G 이동전화 서비스 등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SKT 이용약관 제 43조(위약금 면제)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가 위약금 면제 조건으로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약관에서 말하는 귀책 사유란 계약상 급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며 "SKT는 통화나 데이터 등 통신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한 만큼, 이번 사건이 위약금 면제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회사의 귀책사유를 가리는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유심 해킹 사고의 원인 및 경위, 피해 규모, 사내 보안 관리 실태, 사고 대응 과정의 적정성 등을 조사 중이다.  정부는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위약금 면제 등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4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검토 결과를 받아봤지만 아직은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며 "결국은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은 SKT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 ▲정보보호 기술 수준 ▲보안조치의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귀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준과 조사단 결과를 고려해, 행정 행위 수준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 "6개월 내 분쟁조정 결과 나올 것"…소비자 집단행동은 '속도'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SKT 유심 정보 유출 사태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신청서 [사진=이철우 변호사] 2025.05.19 yek105@newspim.com 정부 조사가 길어지는 사이, 일부 고객은 집단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SKT 이용 고객 59명은 지난 9일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통신사 이동 시 위약금 면제 및 1인당 30만원 배상을 골자로 하는 집단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대표 신청자인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현재 집단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사건 번호가 부여됐으며, 전체 절차는 6개월 이내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소비자에게 위약금 면제를 비롯한 어떤 보상안이 마련된다는 전제하에 신청 금액의 일부가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제5조 제2항("약관의 조항이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조항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한다")에 따라 소비자분쟁조정위가 SKT에 불리하게 약관을 해석해 위약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SKT의 약관에는 '회사의 귀책사유로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만 명시돼 있을 뿐, 귀책사유가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 변호사는 "핵심은 '회사 귀책사유'에 대한 해석이다"라며 "SKT 측은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장애'가 있어야 회사의 귀책사유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약관법 제5조 제2항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귀책사유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을 때는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국회입법조사처 "SKT 정보 유출 계기로 '위약금 면제' 제도화해야" [서울=뉴스핌] 김영은 인턴기자 =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사진=국회입법조사처 캡처] 2025.05.19 yek105@newspim.com 국회입법조사처는 'SKT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만 한다면 약관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동통신사 스스로 위약금을 면제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 "SKT가 가입 약관에서 '회사의 귀책사유로 인해 고객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번 해킹사태가 SKT 귀책사유로 인한 서비스 문제라면 이 조항을 근거로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통신사 해킹 사고 사후대응의 문제점과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 해킹 사고와 관련해 피해 소비자를 위한 위약금 면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유심 해킹 사태 이후) SKT가 뒤늦게 유심 무상 교환 조치를 발표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겠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에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 조치가 미흡한 현실을 보여준다"며 "피해자가 통신사 이동을 원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소영 변호사는 이날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의 '침해 사고 대응' 부분, 혹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나 '사업자 의무' 조항에 위약금 면제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며 "또, 보고서에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소비자 보호 지침도 다시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2차 조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SKT 유심 해킹 사태 대응에 있어 철저한 조사, 투명한 절차, 그리고 국민 우선의 정보 공개라는 세 가지 원칙으로 임하고 있다"며 "절대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오는 6월 말까지 IMEI 등 민감정보 유출 여부, 전체 서버 추가 점검, 해킹 경위와 사내 보안 실태, 회사 귀책사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yek105@newspim.com 2025-05-1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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