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 발주량 30%↓
韓 수주도 전년比 10% 줄어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국내 조선업계에도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국 조선업은 올 상반기 전 세계 신조선 물량 절반을 싹쓸이했지만, 전체 수주량은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 '빅3'가 올 상반기에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지 못한 가운데, 세계 경기의 복합적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은 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해운조선업 2022년 상반기 동향과 하반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글로벌 시장 수주 점유율은 46.3%에 달한다. 전 세계 발주량 2148만CGT 중 994만CGT를 한국이 수주했다. 수주 규모는 264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3년치 일감(6월 말 수주잔량 3508만CGT)은 우선 확보한 상태다.
이 같은 수주 실적이 조선사 실적으로 당장 직결되진 않았다. 국내 대표 조선 3사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일제히 적자를 냈다. 한국조선해양 2651억 원, 삼성중공업 2558억 원의 손실을 봤고,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도 1200억원 대 영업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선박 대금의 절반 가량은 선박을 최종 인도한 뒤 계산하는데, 수주부터 인도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수주 물량이 실적에 곧장 반영되기 어려운 이유다. 수주 랠리는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바쁜 것이다.
다만 수주 호황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하긴 어렵다. 전 세계 신조선 수요는 감소세에 있다. 상반기 세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고, 발주액도 15% 감소했다.
국내 업계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 조선업 수주량은 10.1% 줄었고, 수주액은 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건조량도 30% 이상 줄었다. 연간 수주량도 1500만GCT로 전년 대비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수주 규모는 전년비 9.7% 줄어든 400억 달러 정도다. 특히 국내 조선업을 견인하고 있는 LNG선 해운시장이 올 하반기 크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
전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악화한 금융환경이 선박금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고유가 추세,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신조선 가격 급등 등으로 인해 하반기 선박 시장 수요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는 해운 역사상 연료비 부담이 가장 높은 시기인 데다, 신조선 가격은 2021년 이후 30% 가까이 올랐다.
연구소는 "선주들이 체감하는 신조선 가격이 단기간 내 급상승해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새로 형성된 가격에 적응하는 데 많은 선주들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금리까지 상승하며 높은 수준의 금융비용이 발생해 많은 선주들이 환경규제가 임박했음에도 투자결정을 보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년 하반기를 포함해 단기적인 수요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미시적 대응척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기 경남대 조선IT공학과 교수는 "벌써부터 호황기라고 판단하긴 이르다. 업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낮은 임금과 과도한 외주화 작업, 인재 이탈로 인한 기술력 부재 등 조선업이 크기엔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봤다.
특정 선종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도 국내 조선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컨테이너선(41.9%)과 LNG(55.6%)선 2종에 대한 시장 의존도는 97.5%에 육박한다. 대형 유조선도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이지만, 올 상반기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업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기자재업계까지 불균형 생산구조를 초래할 수 있는 데다, 이들 선박 공정은 타 선종에 비해 많은 노동력을 요하는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선업의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