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필리핀 등 여행자보험 가입 의무화
현지서 코로나19 확진 대비하려면 특약 필수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 A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만에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계획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가 면제되고 특별여행주의보가 풀리면서 꾹 참아왔던 해외여행 길에 오르는 것. 설레던 출국일이 다가왔지만 공항에서 갑작스레 비행 티켓을 발권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행자보험 없이 필리핀에 가면 입국 거부를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항 보험가입 데스크에서 부랴부랴 가입했지만 탑승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출국 직전까지 조마조마했다.
코로나19로 웅크렸던 해외여행 기대심리가 기지개를 켜면서 여행자보험 수요도 늘고 있다. 보험업계도 여행자보험 상품을 개편하는 등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이미 상승세는 뚜렷하다. 삼성화재의 지난 4월(1~20일) 해외여행보험 신계약건수는 1만639건으로 1월 5445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해외여행이 본격화될 여름휴가철에는 여행자보험 실적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진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 대상 자가격리 면제가 시행된 4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이날 공항을 이용하는 여객은 2만1646명(출국 1만104명, 입국 1만1542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2만명을 넘었다. |
◆ 여행자보험 의무화 여부·보장 요구한도 확인 필수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여행자보험 체크가 필수다. 일부 국가에선 입국자를 대상으로 여행자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입국 거부되는 황당한 일을 겪을 수 있다.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은 보험 가입만 요구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보장금액 요구 한도가 있는 경우도 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필리핀의 경우 3만5000달러 이상의 질병 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에 들어야 한다. 태국, 말레이시아는 2만달러 이상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싶다면 보험에 '코로나 특약'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약에 가입해야 확진에 따른 병원비나 약값을 보상받을 수 있다. 다만 이보다 부담이 큰 숙소 격리비나 식비 등 추가 체류 비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여행 중 빈집털이 보장…자주 갈수록 보험료 할인
일반적으로 여행보험은 현지에서 발생하는 의료비나 여행 중 휴대품 손해를 보장하지만 보장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여행 중 빈집털이 손해를 보장하는 게 대표적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상품 개정을 통해 해외여행보험에 여행 중 자택 도난손해 담보를 추가했다. 강도나 절도로 인한 도난, 파손 등의 손해를 보장해 여행 중 빈집 걱정을 덜 수 있다. 이 외에 보험사별 특약에 따라 여권 재발급 비용, 항공기 출발 지연이나 결항에 따라 추가된 숙박·식사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행 빈도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여행자보험도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1년에 2번 이상 해외로 가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 번째 여행부터는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NH농협손해보험은 '온·오프(On·Off)' 기능으로 필요할 때만 보장을 켰다, 껐다 할 수 있도록 했다. 한번 가입하면 여행 갈 때마다 보험을 개시 또는 종료해 매번 별도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해외 출장이 잦은 이들에게 유용한 기능이다.
여행자보험은 출국 2~3일 전에 가입하면 된다. 신상 정보와 여행지, 여행 기간, 여행 목적 등만 입력하면 돼 간단한 편이다. 미리 가입하지 못했다면 공항 보험가입 데스크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가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가입비는 1주일 해외여행 기준으로 1만~2만원 수준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자보험 판매건수가 다시 늘고 있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담보 강화 등으로 여행자보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