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유해인자 조항 신설
'과로→조산→장애' 이어졌을 경우 산재보상
[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 제조업 종사자 A씨는 임신한 몸이지만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과로를 하다 임신 6개월 만에 조산을 했다. 일찍 태어난 아이가 자폐 초기 증상을 보였으나 A씨는 사측을 과로에 따른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아이의 장애가 과로로 인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내년부터 과로 환경에 노출된 임산부가 조산으로 인해 선천적 장애아를 출산 했을 경우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고용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재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에 대한 조항이 신설됐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대법원은 제주의료원 간호사 엄마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태아의 선척적 장애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4.14 dlsgur9757@newspim.com |
유해인자는 생물학적·약물·화학적·물리적 등으로 구분했으며 과거 대법원에서 인정한 사례도 반영했다.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질병·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했을 때 의학적으로 관련 있다고 판단될 때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장애 확률을 높이는 조산의 경우, 조산 원인이 과로에서 비롯된 것으로 입증되면 산재보상 대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2일부터 시행되며, 현재까지 태아 건강손상과 관련한 산재 신청은 총 9건(역학조사 5건)으로 집계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역학·관계 조사를 통해 장애의 원인이 과로로 판정되면 산재보상 대상에 포함된다"며 "과로가 기형으로 이어진 사례보다 유산인 사례가 많지만 의학적으로 과로로 인한 기형 사례가 발견된다면 포괄 조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재보상보험법은 태아에게 노동 능력 및 산재급여 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엄마의 업무상 요인으로 발생한 자식의 장애와 질병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대법원이 위험물질에 노출된 제주의료원 간호사 자녀들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산재로 인정한 것을 계기로 태아 역시 산업재해 인정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개정으로 태아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임산부의 업무 환경이 자녀의 건강손상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임산부는 연장근무 제외 대상이지만, 임산부로부터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인 특별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고, 현행 주 52시간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근로시간 운영에서의 자율성·선택권을 확대하면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가 병행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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