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로컬 기반' 예술 프로잭트에 '집중'
다양한 지역서 유입된 예술가 활동 소개
국내외 총 14팀 60여점 작품·아카이브 자료 공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조선소는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곳, 인문학·미술학적 시선으로 기록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거제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거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가팀 '거제 섬도'가 한반도 조선소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가상현실(VR) 영상 '두 번째 파도: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와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거제 섬도, '파도 2 쇠로 만든 방주, 표류하는 아고라 전시 투어링', 2022, VR, 165×93cm, 협업 바인딩 binding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11.18 89hklee@newspim.com |
거제 섬도는 거제도를 기반으로 섬의 생태와 기반 산업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2020년 조선소 노동자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유휴 조선소 전시를 진행했고 지난해부터 한반도 동남권의 조선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인간이 장치의 힘을 빌려 바다에 기대어 사는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바다와 조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해양지리지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르코미술관이 선보이는 전시 '일시적 개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주제 기획전 '일시적 개입'을 18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개최한다.
이날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난 미술가 팀 거제 섬도는 "조선소는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인 공간"이라며 "조선소의 사회적, 경제적인 의미와 가치는 조사된 바 있지만 인문학적, 미술학적인 시선으로 기록된 자료는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을 거 같아 작업했다"며 "이러한 작업은 추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2022 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일시적 개입' 기자간담회에서 거제 섬도가 소개되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전시장에는 조선소의 장소성을 나타내는 지도가 설치돼 있고 그 위에 VR 영상으로 이동하는 QR코드가 얹혀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조선소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소개하는 또 다른 영상에서는 조선 산업이 공공적으로 일반인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전한다.
최근 자체 기획전 운영으로 전환하며 호응을 얻고 있는 아르코미술관은 올해 마지막 기획전으로 팬데믹 이후 미술계에서 모인 담론을 바탕으로 전시 '일시적 개입'을 기획했다. '일시적 개입'은 기존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 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지역주의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팬데믹 이후 안전과 연대, 돌봄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 활동의 활성화, 국가 간 이동의 어려움으로 주변 지역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를 비롯해 신규 프로젝트까지 60여 점을 영상과 사진, 설치, 사운드 등 다각도로 선보인다. 의정부 기지촌 마을 커뮤니티를 주목한 프로젝트, 광주와 필리핀 트랜스 로컬적 예술 프로젝트, 가치 중심의 맛의 커뮤니티를 생성하는 로컬리티 레시피 등 로컬 및 커뮤니티 개입형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2022 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일시적 개입' 기자간담회에서 구부악 코피 작가의 '포스트 론다 프로젝트'가 소개되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2021 자카르타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예술 및 미디어 지식 개발 연구소 '구부악 코피 커뮤니티'로 더 잘 알려지 코무니타스 구부악 코피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솔록에 기반을 둔 비영리 문화 단체인 코무니타스 구부악 코피는 지역 환경 문제와 농업, 산업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술가, 작가 지역민, 연구원과 협업하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이들의 작품은 오늘날의 지역 문제를 다루기 위한 '포스 론다'라는 공간을 활성화하는 과정에 대한 기록으로 전시 초입에 소개된다. '포스 론다'는 실제로 솔록 마을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호, 놀이, 모임을 위한 미팅룸의 역할을 한다. 이 모습이 전시장에 재현돼 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2022 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일시적 개입' 기자간담회에서 구부악 코피 작가가 '포스트 론다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코무니타스 구부악 모피 측은 전시장에서 "농경 산업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모델을 모색했고, '포스 론다'는 예전과 다르게 이민자의 모임 장소로, 촌락의 안정과 관련한 기능을 하고 있다"며 "전시장에는 1년 이상 우리가 진행한 과정을 앨범과 연표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2층에 전시된 권은비 작가의 '빨래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권은비의 이 작품은 2015년 독일 베르나우 군사지역에서 시작됐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권 작가는 "분단국가인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전쟁 위혐에 적응해왔고 국가적 대립으로 인한 불안이 자신에게 내재돼 있는지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란 것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충분히 경험했다"며 "이러한 불안을 씻어내기 위해 이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지난 채 독일에서 전쟁과 냉전, 분단의 역사를 경험한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불안을 나누는 제의적 퍼포먼스인 빨래를 시도했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권은비 작가의 빨래 프로젝트 일부 영상 작품 '불안은 영혼을 장식한다' 장면 2022.11.18 89hklee@newspim.com |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2 아르코미술관 특별기획전 '일시적 개입'이 열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작가가 찾은 베르나우 군사지는 독일이 세계대전서 패전 이후에 소비에트 군대가 주둔한 곳이다. 이곳에서 그는 지역민들이 안고 있는 상처를 씻어낸다는 의미로 비누를 만들고 군사기지 안 호숫가에서 빨래를 했다. 큰 바구니 안에서 발로 밟는 '한국식 빨래'를 하면서 함께 손을 잡고 어깨를 잡는 행위가 국가 간 전쟁으로 결국 피해자는 개인이고 생체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서로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달라진 미술계 생태계의 사정을 반영했다. 아르코미술관은 그동안 지역 작가들의 제언전'(1998), '한국현대미술 중심의 이동전'(1999,2000), '아르코 지역네트워크'(2009, 2012) 등 주요 프로그램 일환으로 지역 작가를 초청하고 지역들과 연결을 도모하는 네트워킹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는 지역 간 경계 와해와 수도권의 탈 중심화, 그리고 지역들 간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술관은 팬데믹 이후 달라진 미술계의 상황을 '일시적 개입'에 담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2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이 열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팬데믹 이전의 미술계는 글로벌 스타에 주목하고, 해외 교류 전시 개최를 높게 평가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경을 넘어서는 소통과 이동에 불편함이 높아졌다. 이에 미술계는 지속적인 미술 교류를 위해서는 지역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현지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담론을 형성하는 미술가들의 활동에 시선이 옮겨졌다.
임근혜 관장은 18일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일시적 개입'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국제 미술 생태계와 관련해 "팬데믹 이후 소통도 이전과 달리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등 상황이 달라지면서 국제적인 미술 생태가도 변화했다"며 "지역 공동체와 결속, 연대가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간 이동이 불편해지면서 소통 방식이 달라졌고, 또 비행기를 통한 이동이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며 "이러한 이유들로 현재 미술 생태계는 로컬 작가에 주목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2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이 열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임 관장은 "독일의 카셀도큐멘타,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에서 하는 터널 프리즈 등이 지역 기반으로 하는 미술가, 미술 커뮤니티의 활동"이라며 "앞으로 로컬 작가가 주목되고 이들과 함께하는 전시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거듭했다.
임근혜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지역의 과거를 기록,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민하며 미래 비전을 그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번 '일시적 개입'이 한편으로 실험적이고 낯설 수도 있으나 동시대에 공감을 미술 언어로 보여주기 때문에 흥미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전시장 내 별도의 리딩룸을 조성해 이번 전시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필진 여섯 명의 글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예술의 사회적 활동을 추진하고 연구해온 기획자와 연구자의 글이 소개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르코 미술관에서 2022 아르코미술관 주제기획전 '일시적 개입'이 열리고 있다. 이날 개막한 '일시적 개입'은 기존의 행정구역 중심의 견고한 로컬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유입인구들의 관계 맺기로 형성되는 생성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으로 동시대 로컬리티를 바라보고자 한다. 국내외 서로 다른 지역 및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던 작가 및 기획자들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와 신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2022.11.18 hwang@newspim.com |
한편 전시 기간에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나만의 레시피 만들기' 및 '캠페인' 활동을 비롯해 전시 연계 행사로 '트랜스 로컬리티와 문화 행동'을 주레로 한 학술행사를 현대미술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나아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지도를 같이 읽어보는 퍼포먼스, 글로벌 액츠 프로젝트 등 전시 기간 중 각 프로젝트와 연계된 다양한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소재한 아르코미술관에서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참여할 수 있고 입장료는 무료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