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환혼' 진무 마지막 촬영 때 순간 캐릭터에 조재윤의 감정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작품에 임하면서 매 순간이 너무 행복했죠."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을 배경으로 한 tvN '환혼'이 지난 8일 파트2 '빛과 그림자'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조재윤이 천기를 살피고 기록하는 왕실 직속 기관인 천부관의 부관주인 진무로 분해 작품 속 빌런을 연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조재윤 [사진=올빛엔터테인먼트] 2023.01.13 alice09@newspim.com |
"저는 진무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요. 세상에 모든 사람이 자기의 목적성에 맞고 세상을 움직이고 싶어 하고, 행동하잖아요. 진무도 분명히 자기의 목적이 있었던 거죠. 그 인물은 자기의 트라우마가 있고 그 결핍을 극복해야 하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성공하고 싶어 했고요. 올라가고 싶어 하는 위치가 명확했기에 악행을 저질러서까지 이루고 싶어 했던 인물인 거죠. 다만 태생은 선하고, 사랑받고 싶어 했던 젊은 남자임은 확실해요. 그래서 악행을 저지르지만 연기를 하면서 진무가 참 불쌍했고요."
작품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드라마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에 배경이었기 때문에 배우들 각자의 개성도 작품에서 빛을 발했다.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죠.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세계인데 작품을 준비했을 때 역사왜곡 문제로 이슈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 미술감독과 의상감독님이 더욱 철저하게 우리나라 자료에 근거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갔어요. 언어도 고민 중 하나였는데, 요즘 사극이 전통사극과 달리 퓨전으로 많이 나와서 현대 말을 사용해도 무방하게 바뀌어가는 문화가 됐더라고요. 그래서 젊은 배우들은 현대 말투를 살리며 연기했고, 중년 배우들은 사극 톤을 살리려고 했죠. 그 중에 진무는 조금 다른 말투를 썼어요. 현대 말에 사극 말투를 가미했거든요. 구어체와 문어체를 접목시켜 배우들의 말투에 가교 역할을 하려고 했죠."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조재윤이 tvN '환혼'에서 맡았던 역할 진무 [사진=tvN] 2023.01.13 alice09@newspim.com |
작품은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활극이다. 장르와 배경이 주는 낯섦이 있었지만 주 이야기는 '로맨스'이다. '환혼'에서 진무는 유일한 악역이었지만, 그 역시도 삼각관계에 놓인 인물 중 하나였다고.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 저와 (유)준상이 형, (오)나라가 삼각관계였어요. 하하. 이 드라마는 다 러브스토리였거든요. 사랑 이야기에 누군가는 적이 있어야 변증법이 되잖아요. 그래야 합이 이뤄지니까요. 그래서 진무가 빌런이 된 거죠. 진무도 태생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환경 때문에 바뀐 거죠. 캐릭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했기에 성장해 나가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된 거고요. 만약 진무가 결핍이 없었다면 그냥 나쁜 악역이었겠지만, 그가 가진 결핍이 너무나도 명확히 그려져서 불쌍하기도 했어요. 또 목적성이 뚜렷해서 연기하기도 더욱 수월했고요."
진무는 '환혼'에서 악역이었기에 그만큼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마지막 회에서 그는 서윤오(도상우)로 환혼하는데 성공했으나 장욱(이재욱)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진무의 "강한 자가 모든 것을 갖는 세상에서 약한 자는 그냥 죽는 것"이라는 대사가 큰 울림을 줬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조재윤이 tvN '환혼'에서 맡았던 역할 진무 [사진=tvN] 2023.01.13 alice09@newspim.com |
"사실 진무의 최후는 안 찍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그 장면이 들어가면 시청자들에게 '환혼'이 더 오래 기억남을 것 같다고 하셔서 찍게 됐어요. 마지막 대사를 하는데 너무 슬픈 거예요. 진무를 연기하고 있지만 제 인생이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눈물이 났고요. 순간 조재윤의 감정이 진무 안에 들어갔던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찍고 나서도 되게 행복했고요. 그 장면이 끝나고 나서 모든 스태프가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했고요. 진무의 마지막을 멋있게 만들어주셔서 감독님에게 정말 너무 감사해요. 원래 악역은 죽을 때 그냥 사라지는데, '환혼'에서는 진무의 죽음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것 같더라고요."
2007년 OCN '키드갱'으로 데뷔해 작년에만 7편의 작품에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도 영화 '영웅', KBS2TV '세컨 하우스'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다작으로 대중에게 '신 스틸러'로 활약한 그는 "깊이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욕심을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조재윤 [사진=올빛엔터테인먼트] 2023.01.13 alice09@newspim.com |
"역할을 맡으면 인물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파고들어서 캐릭터를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스스로 연구를 하고 분석을 하지만 갈수록 깊이가 약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이렇게 하면 생명이 길지 않고 소모성으로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하니까 대사 외우는 것도 힘들었고요. 이전까지는 양으로 승부를 봤다면 이제는 질로 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연기상도 받아보고 싶어요. 그게 제 꿈입니다."
숱한 작품에 임하며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 주연작보다 조연으로 감초 역할을 하지만, 그는 "주연에는 큰 욕심이 없다"며 겸손한 태도를 내비쳤다.
"조연에서 주연을 바라진 않아요. 주연을 꿈꾸지도 않고요. 다만 기회가 오면 하겠지만, 저는 아직 무언가를 책임질 그릇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지도 몰랐고요. 제가 예능에서 '조연공화국을 꿈꾼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도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뛰어다녀도 써주지 않았을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 조연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캐릭터가 겹치지 않는 조연을 모아서 하나의 나라를 만들면 누군가는 이 사람들과 일을 하기 위해 찾아오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 헬퍼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런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평생 목표이기도 하고요. 다만 주연을 하게 된다면 50대 중반쯤 하지 않을까요? 하하. 저도 손현주 선배처럼 50대 중반쯤 '모범형사'와 같은 작품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임팩트 있는 역할보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누군가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따뜻함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웃음). 그런 역할을 한 번은 할 것 같단느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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