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⑥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기사입력 : 2023년02월07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32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대학에 있다 보니 다양한 정치인을 만나게 된다. 2010년 연구를 위해 네 번을 만난 울프 홀름(Ulf Holm) 국회부의장은 환경당 출신의 3선 의원으로 젊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41세에 국회부의장까지 올랐다. 몇 번의 만남에서 몇 가지 일관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보좌진이 없었다. 국회부의장실을 들어서면 본인이 직접 나와 나를 맞았다. 그리고 외투는 본인이 직접 받아 옷장에 걸어 주었다. 그리고는 직접 커피를 뽑아 나의 탁자 앞에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가 끝나면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3선 국회의원으로 국회 부의장직까지 올랐으니 이후 계획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국회의원 되기 전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지요. 3선 이상하면 당원과 후배정치인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거기서 멈춥니다" 룬드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했기에, 다시 지역운동을 지속하겠다는 말이었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묻는 호기심 많은 정치학자의 말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보니 갖춰져 있지 않은 법이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환경활동가로 몇 번을 지역구 의원에게 요청했지만 원하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직접 법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정치인이 되었지요"

까다로운 정치인 윤리 잣대

그런데 큰 꿈을 갖고 입문한 스웨덴 정치인들도 공금유용, 법인카드 불법사용, 사소한 실수 등으로 낙마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1995년 사민당 출신 모나 살린(Mona Sahlin) 당시 부총리는 총리 지명 1순위였으나 법인카드와 자녀 탁아소 비용 연체 등의 문제로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 와야 했다.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검찰조사에서 무죄로 판명 나 사법적 제재까지는 받지 않았으나 윤리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었다. 법인카드로 구입한 품목 중 초콜릿이 포함되어 있어 토블레론(Toblerone) 스캔들이라고 명명된 이 사안은 결국 그녀의 정치인생 동안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2015년 사민당 대표로 복귀해 명예를 회복하는 듯 했으나 총선에서 패해 총리까지 오르는데 실패했다. 그녀에게 끝까지 씌어져 있던 멍에는 98회의 주차위반과 32회 미납으로 이어진 지불명령, 탁아소 비용 연체, 유모 영수증 미처리 등으로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얻지 못한 주요 원인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우파에서도 발견된다. 2006년 총선 승리로 새롭게 임명된 마리아 보레우스(Maria Boreus) 산업부 장관과 세실리아 실로(Cecilia Stegö Chilò) 통상부 장관은 TV시청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산업부 장관의 경우 영국에서 거주하다가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청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다고 항변했지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임명된 지 6일 만에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문화부 장관의 경우 16년간 시청료를 의도적으로 납부하지 않았고, 유모 도움을 받고 영수증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자 결국 새 정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임명 16일 만에 자진 사퇴의 길을 선택했다. 참고로 TV시청료는 시청자가 자진 신고 후 고지서를 발부 받아 납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지만 2019년 가구 당 소유하고 있는 TV의 숫자와 상관없이 매년 1327 크로네(한화 약 17만원) 혹은 소득의 1퍼센트(더 낮은 것을 부과)를 세금으로 자동 징수한다. 앞으로는 TV시청료를 납부하지 않아 임명된 각료가 낙마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진=게티이미지]

사민당 쪽에서는 또 한 명의 당대표가 불명예로 정계를 떠났다. 호칸 유홀트(Håkan Juholt)는 2006년 선거에서 패배한 사민당의 구원투수로 혜성처럼 등장한 당대표였지만 역시 스캔들로 낙마한 경우다. 2011년 11월 17일자 석간 타블로이드 신문 아프톤 블라뎃(Aftonbladet) 1면 톱에 사진과 함께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다. "유홀트, 의원거주지원금 거짓 신고 후 착복" 내막은 이랬다. 지방에서 당선된 의원이었기 때문에 국회 회기 중 스톡홀름에 머무는 동안 동거인의 집에 머물며 지냈다. 의원처우법에 따라 파트너와 함께 사는 아파트 임대료의 절반만 신청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2년 동안 전액을 수령해 16만 크로네(한화 약 2000만원)의 부정이익을 취했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다음 날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수령액을 전액 반납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며칠 뒤 언론을 통해 발표된 전국여론조사에서 당지지율이 10퍼센트 이상 급락하자 당원들의 비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전 당대표 모나 살린의 악몽이 다시 소환된 것이었다. 2주 동안 전국을 돌며 숙고한 끝에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저는 당 대표로서 큰 과오를 범했습니다. 얼마나 큰 과오인지는 미래가 판단해 주겠지요. 전국에서 보여 주신 저에 대한 지지와 당원들의 질타를 고민해 본 끝에 다음의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스웨덴은 강하고, 긍정적이며,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민당(당시 야당)을 필요로 합니다. 다가올 선거에서 책임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야당은 새 출발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사민당 대표직을 이 시각을 기해 내려놓는 이유입니다. 저는 우리 당과 국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점에서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길 원합니다" (2012. 1. 12. 유홀트 사민당대표 사임사)

첫 기사가 나간 지 56일 만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민당이 다가 오는 선거에서 부담이 되지 않기 바라며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검찰 조사에서 범죄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무혐의로 수사가 종결되었지만 당에 누를 끼친 점을 이유로 자발적으로 사퇴를 결정한 것이었다.

스캔들로 낙마한 스웨덴 정치인들을 보면 이권개입, 권력남용, 횡령 등과 같이 조직적인 부패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사안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법인카드 개인유용과 TV시청료 미납, 주차위반요금 미납, 유모 영수증 미처리, 주택지원금 과다 수령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실 정치인들에게 직장에서 개인 보좌관이 없고, 출퇴근을 위해 제공되는 승용차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로 배우자와 번갈아 가며 자녀들을 돌보며 가사와 정치를 수행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길 때가 많고, 모나 살린의 경우처럼 자녀를 자동차로 탁아소에 데려다 주고 출근해 일하다가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주차위반을 당한 경우가 많다. 만찬이 자주 있는 장관직을 수행하다 보면 늦은 저녁까지 이어질 때가 많아 유모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자주 있는데, 급히 구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 불법고용이 되고 만다. 자녀가 있는 고위직 정치인의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와 시간과의 싸움을 매일 같이 반복해야 한다. 공과금 납부도 퇴근 후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처리해야 하는 사안들이다 보니 납부 시한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 일상

브리타 레이욘(Britta Lejon) 전 민주주의 장관을 만났을 때 소개해준 일화는 정치인의 일상이 얼마나 스트레스와 힘든 일의 연속인지 잘 말해준다. 레이욘 전 장관과는 연구를 위해 몇 번에 걸쳐 개인적 만남을 이어온 적이 있었다. 레이욘 장관이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남편과 2주씩 번갈아 가며 자녀를 아침 8시까지 탁아소에 데려다 주고 오후 4시에 데려 오는데, 한 번은 본인 차례일 때였다고 한다. 외국에서 온 공식 방문단과 오후 행사를 마치고 만찬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오후 4시에 잠시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녀를 탁아소에서 집까지 데려다 준 후 다시 출근해 회의와 만찬을 무사히 맞출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럴 경우 대개 시간을 잘 조율해 남편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부득이 한 경우 자신이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고 회상했다. 본인만 그런 것이냐고 물으니 정부에 있는 장관들 중 나이가 어린 자녀가 있을 경우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사실 레이욘 장관이 소개해 준 일화는 자녀를 둔 모든 스웨덴 부모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여성 취업율이 유럽에서 가장 높은 80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에 자녀를 둔 가정의 평상시 모습들이다.

[사진 출처 = https://ec.europa.eu/eurostat/]

이코노미석을 타는 의원들

스웨덴 정치인들이 불명예로 낙마하는 경우의 대다수는 부패 범죄가 아닌 까다로운 윤리적 잣대로 정치인을 평가하는 국민들의 정서 때문이다. 이 같이 까다로운 국민의 정서는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의원처우법, 의원입법활동지원법, 그리고 의원윤리규정 때문이다. 의원지원법의 핵심은 의원들의 처우기준과 입법 활동을 위한 교통이동수단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에 잘 담겨져 있다. 국회의원들은 거주지에서 국회까지 이동할 때 4가지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첫째, 비용이다. 가장 저렴한 이동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둘째, 환경성이다. 환경에 더 좋은 이동수단이 먼저 선택되어야 한다. 셋째, 신속성이다. 사안에 따라 빨리 이동해야 할 때 이 조건이 충족된다. 넷째, 안전성이다.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이 안전하지 못하면 이 안전 조건이 우선한다.(의원처우법 4장 8절)

이 네 가지 요건은 상황에 따라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예정되어 있는 본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할 때를 예를 들어보자. 가장 저렴하고 환경적이며 안전한 교통편을 이용해야 한다. 항공편은 빠르지만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가격이 더 비싸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여행이므로 이 경우 친환경적인 고속열차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비상상황이 생겨 몇 시간 내에 본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는다면 당연히 가장 빠른 수단이 고려되어야 한다. 항공편만이 이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여기서도 이코노미석이 매진되었으면 모르지만 저비용 규정 때문에 비즈니스석을 구매할 수 없다. 그런데 주소지가 스톡홀름인 의원들은 어떤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할까? 첫 번째 예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것이 도보나 자전거이겠지만,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이라면 전철이 가장 빠르고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이 된다. 두 번째 경우 촌각을 다투는 회의라면 스톡홀름에 주거지가 있는 의원의 경우 택시를 타고 등원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이동수단이 된다.

이렇게 의원지원법은 국회의원의 이동수단까지 꼼꼼하게 규제하고 있어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의회 사무처와 재정지원과에 법의 규정에 따라 신고 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또한 일반 국민들도 비밀이 아닌 정보는 정보접근법에 따라 자유롭게 열람해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의원입법활동지원법의 핵심 중 하나는 '의원은 한 명의 정치보좌관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규정한 데 있다.(의원입법활동지원법 3장) 그렇다고 의원 한 명당 보좌관 1명이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보좌관의 수는 원내정당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당의 필요성에 따라 원내총무에게 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경제적 여건에 따라 50명 의원이 있는 정당에서는 대개 7-10명 정도의 보좌관을 둔다. 의원들은 입법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원내총무에 요청해 파견된 정책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입법 활동을 수행한다. 의원사무실은 평균 15~20평방미터 정도의 의원만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의원들은 주중 의정활동을 하다가 잠을 잘 수 있는 작은 침대가 딸린 방을 배정받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개인 정책보좌관은 두고 있지 않다. 전화를 받는 것부터 일정 챙기기, 방문 손님맞이, 안내까지 모두 의원의 몫이다.

정치인의 정책 생산성

최근 4년 동안 의원들이 매년 의회에 제출하는 평균 법안 수는 3257개에 이른다. 의원수가 349명이니 1년에 의원 당 평균 9.3개의 법안을 제출한 셈이다. 2022년에 제출된 2238개 법안 중 단독법안은 1849개로 82.6퍼센트를 차지했다. 따라서 다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을 제외한 단독 법안 수는 의원 평균 5.3개에 이른다. 이 숫자는 개인 정책보좌관의 지원 없이 원내정당이 채용한 정책 보좌관의 일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지만 기초자료조사 등의 도움만 받을 뿐 제출되는 법안은 오롯이 의원의 손에서 탄생한다.
의원윤리규정은 2014년 국회의 모든 정당이 참여해 함께 합의해 만들어낸 실천규정으로 입법의 특권을 가진 의원이 해서는 안 되는 것(내부거래, 재산거짓신고, 뇌물수수, 선물수수)과 해야 할 것을 다루고 있다. 이 규정의 핵심은 명시된 규정에 따라 성실히 입법 활동을 수행하지 않는 의원은 국민의 책임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언급된 내용에 반하는 의원이 있거나 위법행위에 가담할 경우 우선적으로 당내에서는 원내총무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원내정당에 배정된 상임위 활동, 직무 등을 다른 의원으로 교체하거나 의원활동을 잠시 정지시키는 조치는 각 당 원내사무총장의 역할이다. 의사진행 발언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와 연관된 경우는 국회의장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고, 주의, 퇴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에서 언급한 '해서는 안 되는 항목' 중 형법에 위배된 행위는 사법적 처리의 대상이다. 국회의원에게 면책특권이나 불체포 특권은 주어지지 않고, 헌법(국가조직법 4장 11절)과 형법(20장 4절)에 근거해 범죄행위에 따라 지체 없이 사법적 절차를 밟아 2년 형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의원직이 자동적으로 박탈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전직 총리가 정의하는 스웨덴 모델

개인적으로 만났던 정치인 중 잉바르 칼손 전 총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톡홀름 포럼 행사가 매년 개최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진행했을 때 칼손 전 총리를 특별 연사로 초청한 적이 있다. 행사 후 심층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1시간을 내 주었다.

질문을 던졌다. "스웨덴 모델은 총리님께 무엇입니까?" 1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는 힘주어 말한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게 해 주는 교육정책,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한 고용정책, 정치의 상생 노력, 정치인의 희생, 노사의 탄탄한 협력 구조와 노조의 책임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 이런 것들이다. 스웨덴 모델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경쟁력 있고, 모든 국민이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며, 정부도 단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 않으려는 정치적 노력은 깨어 있는 비판적 시민이 있기에 가능하다. 국민의 높은 정치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그가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다. 그와의 인터뷰 중 오랫동안 남아 귀에 맴돌던 말, "정치의 상생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희생, 깨어 있는 시민"이라는 구절이었다.

특권을 걷어낸 나라, 국가경쟁력

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특권이라는 인식을 갖는 정치인, 일반 국민보다 더 혹독한 잣대로 평가받는 정치인, 가정과 자신을 희생하면서 좋은 법을 만들어 자신이 꿈꾸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치인, 작은 실수라도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면 장관 자리 국회의원도 훌훌 벗어 던지는 정치인, 15평방미터 내외의 작은 의원실, 작은 의원 아파트에서 쪽 잠 자면서도 개인 정책보좌관 없이 혼자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 국민들 앞에 가장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국회가 있는 나라. 이런 나라들의 국가경쟁력은 어떤 지표를 비교해 봐도 상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칼손 전 총리가 이야기 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상생의 정치, 희생의 정치인은 그런 나라로 가는 필수 요소인 듯하다. 그리고 깨어 있는 비판적 시민정신은 그런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보여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소고기 콕 집은 트럼프...축산농 반발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다음 달 1일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상황에서 한미 간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으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 등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카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농민단체의 반발과 국민 신뢰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광우병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 美,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압박…韓, 농산물 카드 검토 28일 정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개방했다는 점을 연일 언급하며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호주가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며 "이제 우리는 호주에 (미국산) 소고기를 많이 팔 것"이라고 게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7.25 mj72284@newspim.com 이어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하는 다른 나라들도 (개방) 요구를 받은 상태"라며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자. 지금은 미국의 황금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고기 개방을 거부하는 국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관세협상을 앞둔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 또한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난 20년간 비과학적인 무역 장벽 때문에 우리 소고기가 호주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못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 농축산업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건강한 소고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USTR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타파하고 미국 국민이 주요 시장에 배제되지 않도록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협상을 진행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연일 30개월 이상 소고기 개방을 압박하면서, 한국도 소고기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협상 품목 아래 농산물도 포함돼 있다"며 "농업이나 디지털 분야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간 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농업분야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개방 등 비관세 장벽을 해소할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진열대 모습 <뉴스핌 DB> 그러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일정 사유로 전날 취소되면서 미국이 한국의 협상 태도에 불편을 느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쌀 시장 추가 개방 ▲유전자변형(LMO) 감자·사과 검역 완화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 농민단체 "관세협상에 농업 희생양 삼지 말아야"…대정부 투쟁 돌입 정부로서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한국은 현재도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액(38억4700만달러) 대비 57.4%를 차지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지난 2004년 1억300만달러에서 2012년 5억2200만달러, 2016년 10억3500만달러로 20억달러를 넘기다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17.5%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우리나라는 이른바 '광우병 파동' 이후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우리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까지 수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취임 2개월 만에 20%대로 폭락했고, 결국 정부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일부 재협상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소비자들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섭취에 대해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기반에 깔려 있다. 또 우리나라 연간 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40만8700톤으로, 미국 물량이 이중 13만2304톤(32%)을 차지한다. 쌀 개방은 WTO 규약에 묶여 있기 때문에 한미 양자 간 협상체계가 불가능하다. 다만 미국이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을 미루는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면서 국익 측면에서 조선·철강·반도체 등 산업을 보호하고 농산물을 희생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농민단체는 정부의 기류에 대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 이들 단체는 "미국산 농축산물은 이미 한미 FTA로 전면개방을 한 마당에 관세 추가 인하 및 비관세장벽까지 철폐된다면 농민 생존권 말살과 함께 국내 농업생산 기반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한다. 이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연령 제한과 사과에 대한 식물검역은 국내법과 WTO 등 국제협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국민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되는 문제"라며 "농축산물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요구가 묵살될 경우 대대적인 추가 농민항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쌀값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4.03 leehs@newspim.com plum@newspim.com 2025-07-28 12:49
사진
SPC "8시간 넘는 야간근무 없앤다"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SPC그룹이 27일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장시간 야간 근로를 폐지하고, 앞으로 생산직의 야근 시간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PC그룹은 야간 생산이 불가피한 일부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가능하면 야간 가동 자체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 확충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 생산 구조를 완전히 바꿀 계획이다. 각 (계열)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주간 근무 시간 역시 단계적으로 단축해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근무체계 전환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를 병행하고, 내부 교육 및 매뉴얼 정비 작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SPC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 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근로자 안전이 최우선시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개선하고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아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며 야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 강도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여성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노동자가 죽고 있다"며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번을 계기로 산재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SPC 측에선 허영인 회장과 김범수 SPC삼립 대표, 김지형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CJ푸드빌, 크라운제과 등 타 식품업체의 현장 책임자들도 함께 자리를 했다. wonjc6@newspim.com 2025-07-27 13: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