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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도 큰 관심,부산 '무라카미좀비'에서 놓치면 안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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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불안,기형적 동시대 문명 '좀비미학'에 녹여
초기작에서 최신작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왔다
누적관람객 10만명.. 4월16일까지 연장

[부산 뉴스핌] 이영란 편집위원= 이우환 화백(87)의 초대로 일본 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61,村上隆)가 바다의 도시 부산에 왔다. 부산시립미술관(관장 기혜경)은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규모 개인전을 1월말 개막했다. 미술관 단지에 이우환을 기리는 상설전시관인 '이우환공간'이 생긴 이래 안토니 곰리, 빌 비올라 등 세계적 거장의 전시가 '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열렸고, 올해는 무라카미가 초대된 것.

[서울 뉴스핌] 무라카키 다카시 '히로폰, 나, 그리고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2009 ©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이우환과 그 친구들'은 이우환 작가와 장르는 다르지만 현대미술사의 중심에서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에서 함께 조명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번에 네 번째 작가로 무라카미 다카시를 소개한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자란 무라카미는 '세계에 필적할 만한 일본미술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도쿄예술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리곤 일본 대중문화를 고급 예술에 과감히 대입시켜 새로운 유형의 현대미술을 제시했다. 고상한 상위문화든, 저급한 하위문화든 예술 안에서 만나고, 섞이면 구조적으로 모두 평평해진다는 '슈퍼플랫' 개념을 창안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의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중 '귀여움' 주제의 제 1전시실 전경.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Japan 팝'으로 일컬어지는 그의 만화에 기반한 작업은 럭셔리 패션브랜드인 루이 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폭발하듯 유명세를 탔다.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가 그에게 협업을 제시하자 무라카미는 칙칙한 모노그램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거나, 브라운색의 모노그램을 화이트로 180도 바꿔놓는 '멀티 모노그램'을 제안했다. 그의 예술적 제안은 루이 비통을 '젊고 새로운 브랜드'로 각인시키며 대중의 사랑과 함께 매출도 훌쩍 끌어올렸다. 동시에 작가 자신도 글로벌 미술계에서 인기작가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부산시립미술관에서의 작품전은 너무나도 유명한 그간의 스토리와는 궤를 달리 한다.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라는 타이틀로 막을 올린 이번 전시는 지금껏 대중에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초기작을 비롯해 회화, 대형 조각, 설치, 영상 작품 등 대표작 160점이 네가지 섹션으로 구분돼 나왔다. 따라서 대규모 회고전 형식이 됐다. 톡톡 튀는 초기 만화적 작업에서부터 신랄하고 기괴한 최근작까지 작가의 작업세계 변화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뉴스핌]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자신의 개인전에서 포즈를 취한 무라카미 다카시. 인스타그램 @takashipom. 2023.02.14 art29@newspim.com

이번 작품전은 스펙타클한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당대 정점을 달리는 유명작가라는 명성, 작품의 완성도, 작업이 품고 있는 파급력으로 부산 뿐만이 아니라 서울및 수도권, 아니 전국적으로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놓쳐선 안될 전시"로 입소문이 나며 미술관에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긴 줄이 서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 그의 전시를 이미 본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나 한국 땅에서 본격적으로 무라카미의 작품이 망라되는 회고전은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매머드한 블록버스터 이벤트임에도 전시기간이 약 석 달반 남짓이라 주말에는 관람객이 크게 몰린다는 점이다. 조금이라도 덜 복잡한 환경에서 전시를 즐기려면 평일, 그리고 오전을 택하는 것이 좋다.

전시는 무라카미 예술의 요체인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과 함께 '좀비미학'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작가의 시그니쳐 캐릭터인 'DOB'(도브), '탄탄보'와 디지털 복제인간 캐릭터인 '아바타NFT', 그리고 증강현실(AR)로 만나는 무라카미좀비 AR까지, 그의 캐릭터가 선보이는 과장된 형상('기괴함') 속에서 느껴지는 어떤 슬픔('덧없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를 통해 위기상황에 맞닥뜨린 인류의 현재와 불안한 미래, 기형적인 현대 문명을 돌아보게 한다. 

[서울 뉴스핌] 무라카미 다카시,'탄탄보:감은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불꽃과의 조우'. 2014. 리움 컬렉션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일본의 대중문화, 특히 만화의 속성인 '귀여움'과 '도발성'을 데뷔이래 작품에 적극적으로 녹여냈던 무라카미는 근래에는 '좀비미학'을 작업에 대입하는데 골몰해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그의 작업은 크게 달라졌다. 기존의 '기괴함'에 마치 추진로켓이 장착된 듯하다. 이번 부산 전시에는 그가 지난 10년간 시도한 '무라카미좀비'의 다양한 작업들이 나왔다.

2층 전시실 초입에 조성된 '귀여움' 섹션에는 작은 간판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붉은 색으로 '도보지테(왜) 도보지테(왜) 오샤만베'라는 텍스트가 새겨져 있다. 의미없는 단어의 조합같지만 무라카미는 데뷔 초부터 '왜(Why)'라는 질문을 달고 살며, 일본의 서브컬처를 현대의 조형언어에 결합하는 실험을 거듭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DOB'시리즈. 2012~2014.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귀여움의 상징인 도라에몽과 슈퍼소닉 이미지를 합성한 'Mr. DOB'는 무라카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캐릭터다. 사랑스런 눈과 귀, 매끈한 평면 등 '카와이(귀여움)' 캐릭터가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춘 'DOB'는 향후 작가의 시그니처이자 로고, 분신이 됐다. 이 때부터 무라카미는 페인팅에 전격적으로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후배 작가들과 프로덕션 팀을 만들어 눈이 부실정도로 반짝이는 표면을 구현하기 위해 실크스크린 판을 적게는 몇십 개, 많게는 몇백 개까지 올려가며 극도의 정교함을 추구했다.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체계화하고, 한치 오차도 없는 세밀함을 추구하는 그의 페인팅은 엄청난 물감의 층들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무라카미의 출세작이자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DOB'연작과 함께 1995년부터 시작된 '꽃'시리즈가 첫 섹션의 벽과 바닥을 온통 채웠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시실이다. 그리곤 귀여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탄탄보'(Tan Tan Bo)'시리즈가 이어진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한 오마주'. 삼면화. 2018.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이 소장하고 있는 '727 드래곤'(2018)이 탄탄보 코너의 첫 작품으로 내걸렸다. 변형된 'DOB'캐릭터와 12세기 일본의 유명한 시기산의 전설 '에마키'에서 영감을 받은 구름을 결합한 회화다. 전통 일본화의 배경처럼 회색 바탕에 장중한 구름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런데 화면 중앙에 만화 캐릭터인 'DOB'가 입을 쫙 벌리고 등장한다. 신비의 동물인 용이 어울릴 법한 화폭에 뜬금없이 현대 캐릭터라니. 반역에 능한 작가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평평한 구조로 재해석한 슈퍼플랫의 정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미스 코코'. 1997. 무라카미 다카시의 가장 잘 알려진 캐릭터 중 하나인 미스 코코는 오타쿠 문화의 그림과 조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과장된 여성상이다. 일본의 대중문화뿐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려는 세계적인 강박관념을 드러낸 작품이다.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4 art29@newspim.com

그 뒤편에 걸린 두 점의 '탄탄보' 회화는 귀여우면서도 괴물성을 드러낸다. 무라카미는 일본 인기만화 속 요괴들에서 영감을 받아 'DOB'를 '탄탄보'로 변형시켰다. 귀여움의 요소였던 커다란 눈은 회오리를 치거나 동심원을 그리며 흔들린다. 한편 가로 7m가 넘는 '스파클 탄탄보'와 '스파클-생각이 나는 순간'에선 더 충격적으로 변한다. '탄탄보'의 입과 귀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오고, 폭발한다. 고통이자 대혼란이다. 화면 하단의 카이카이는 "탄탄보, 너 괜찮아? 근데 지금 세상이 엉망이지 않나요? 전세계적으로 분쟁의 불씨와 지진과 태풍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시커먼 블랙홀들이 화폭을 덮치며 현대인류가 직면할 재앙을 예고한다.

그런데 무라카미는 화면 전면에 괴물로 변한 탄탄보의 끔찍스런 장면을 폭포처럼 그려낸 뒤, 매혹적이고 귀여운 캐릭터도 함께 배치했다. 사회는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데도 개인은 여전히 안온한 집단환상에 빠져 있음을 표현한 것. 이렇듯 그의 작품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선과 악,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현대 사회의 이중성을 암시한다. 만약 당신이 이번 전시를 찾았다면 무라카미가 드러내고자 한 이 시대의 혼돈과 양가적 이중적 측면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 2022. 자신의 형상과 애완견 '폼'에 좀비 이미지를 투영시킨 신작 설치미술이다.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2023.02.13 art29@newspim.com

이어지는 '기괴함'과 '덧없음' 섹션에서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작업에 큰 변화가 온 무라카미의 작업세계를 접할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겪고 난 후 인간의 무력함과 생명의 덧없음, 예술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 투영된 작업들이다.

무라카미에게 '기괴함'은 괴기성과 아울러 우스꽝스러움을 포함한다. 기존의 것에 대한 변형과 부조리한 것, 아이러니, 왜곡, 패러디, 풍자, 비하를 통한 우스꽝스러운 형상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그의 '히로폰'(1993)은 발표 당시 논란이 많았다. 오타쿠 문화에 드리워진 과도한 성적 욕망, 무기력, 미성숙 등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부정적 면모를 전면에 드러내고, 이를 긍정하는 도발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비판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신작 '클론X × 무라카미 다카시'(2022)는 작가가 디자인 스튜디오 RTFKT와 협업으로 만든 아바타 NFT프로젝트의 실사판이자 가상 아바타의 물질화다. 그의 아바타들은 디지털로 복제된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NFT기반 게임, AR필터, 줌 회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성화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무라카미 다카시 '원상_각성' 2015(왼쪽). 'Zen_EN, SO 플래티넘' 2018. ©Takashi Murakami_Kaikai Kiki Co.,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그로테스크 미학은 무라카미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동일본 대지진 충격에서 비롯됐다. 그 이전까지 무라카미는 오타쿠, 서브컬쳐, 귀여움, 가벼움 등 팝아트적 요소에 몰두해 있었으나 지진 이후 전통, 종교, 죽음, 철학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지극히 대중적, 상업적이었던 작업이 '인간의 무력함과 예술의 가능성'을 묻는 진중한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귀여움' 섹션에서 거세된 일본 대중문화의 전형을 드러냈다면 '기괴함' 섹션에선 재앙에 휩쓸린 현실을, '덧없음'에서는 불분명하고 비극적인 미래를 드러낸다. '덧없음'섹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작품은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2022)다. 좀비로 변한 작가 자신과 애완견 '폼'을 3D프린팅으로 입체화한 이 작품은 위기상황 속 '생존에 대한 강박'을 암시한다. 끔찍한 좀비 형상에서 짠한 슬픔도 느껴진다.

한편 이우환공간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원상' 시리즈를 소개한다. 한 획으로 긋는 동그라미이자 마음과 정신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수행의 표본이라는 뜻을 담은 '원상' 시리즈는 이우환의 작품과 철학적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우환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예술가의 명징한 추상작업을 비교 감상하는 시간도 가져봄직 하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실물 작품을 감상하는 것 뿐 아니라 AR(증강현실)도 체험해볼 수 있다. 무라카미 다카시와 SNOW가 무라카미 작품을 기반으로 협력해 제작한 7종의 AR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세계 예술계에 대입시킨 '슈퍼플랫'으로 예술적 도전을 시작해 기괴함, 덧없음을 거쳐 근래엔 마음과 정신의 수행으로 옮겨져왔다. 이번 부산 전시는 'DOB' 캐릭터로 시작해 마지막은 블교적 작품인 '아미타 내영도'로 끝난다. 길고 긴 윤회를 끊어내고,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부처를 중심에 놓은 초월적 작품이 엔딩이다. 달콤하고 화려하며 기괴한 작업을 돌고 돌아, 그가 이제는 거울 앞에 섰다고 할까. 작가가 펼쳐놓은 다양한 레이어와 미학을 관람객들이 두루 느꼈으면 한다. 이번같은 회고전, 다시 접하기 어려우니 말이다"라고 밝혔다.

유치하고 키치적인가 하면, 기괴하니 환상적이고, 반짝이는 듯하면서도 암울하고 슬픈 작품을 부산시립미술관에 야무지게 풀어놓은 무라카미 다카시. 이 대혼돈의 시대에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나" 자문하는 작가를 만나볼 시간이다. 그가 한국의 리움 미술관과 지드래곤, 탑(최승현)은 물론 전세계 컬렉터로부터 빌려온 작품들과 일본의 스튜디오에서 공수해온 평면, 조각, 설치, 영상(90분짜리 영화)은 일단 '역대급'이니 말이다. 작품 속에 꼭꼭 숨겨놓은 이런저런 텍스트와 암호같은 그림, 심지어 벽면을 가득 채운 길고 긴 전시참여자 명단(Acknowledgement)까지 찬찬히 둘러보면 흥미로운 구석들 또한 많다. 이번 전시는 평일에는 평균 2500명, 주말에는 4000명이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미술관측은 전시를 한달간 연장해 오는 4월16일까지 개최한다.월요일 휴관.무료관람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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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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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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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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