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중단 권고결정은 정당"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알코올 의존증 치료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청소 등의 노동행위를 시킨 것을 두고 법원이 "입원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병원 공동운영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한 노동부과행위중단권고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병원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이다. 이곳의 입원환자 B씨는 지난 2020년 A병원에서 부당한 격리·강박, 강제 주사 투여, 청소,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했다.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가인권위원회는 부당한 격리·강박, 강제 주사 투여에 대한 진정은 기각하는 한편 병원운영을 위한 청소, 배식, 세탁 등의 노동을 환자에게 부과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원고들은 "환자들의 동의 내지 신청 하에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최저 임금 수준의 1.7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고 합법적인 청소 등의 작업 치료를 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 부과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치료를 통해 단주를 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경우 완전한 회복에 이를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며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복귀를 하기 위해 그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음주에 대한 갈망감의 극복, 대인관계 기술 향상 등을 목적으로 청소 등 작업 치료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작업 치료는 원고들이 의사로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는 치료행위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며 "이 사건 결정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원환자에 대한 청소 등 부과는 작업요법의 요건과 기준을 정한 정신건강복지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이는 병원 입원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료계약의 본질과 특성상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의료수준 등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의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면서도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은 의료법이나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계 법령에서 규정한 행위준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진료행위의 시행 여부에 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병원의 경우 환자별로 어떠한 이유에서 작업요법 처방이 부과됐는지, 어떠한 치료계획과 프로그램 하에 시행됐는지, 의사가 어떤 지시와 확인을 하고 그 효과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등이 진료기록부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청소 등 노동부과가 치료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병원규정에 따르면 해당 병원에서 작업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 대해 청소 등의 작업 요법이 시행된 이유를 의학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문헌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 ▲원고들의 주장이 일관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기각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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