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선교통 원칙 아래 입주 전 인프라를 완비하겠습니다."
지난달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3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선교통 추진을 강조했다. 파주운정, 화성동탄, 인천검단 등 2기 신도시의 교통대책 이행률이 저조했던 미비점을 개선한다는 목표에서다. 지난 정부에 이어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선교통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실제 가장 먼저 발표된 3기 신도시들은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남교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핵심인 3호선 하남 연장 사업은 사업비 1조5400억원 전액을 LH 교통분담금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1조4100억원 규모의 고양은평선(고양창릉)도 마찬가지다. 2조10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된 남양주왕숙의 9호선 연장 사업은 약 70%인 1조5000억원을 LH 분담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정부가 신도시 개발 전체 사업비의 약 20%를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으로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린 결과다. 전체 사업비의 10% 안팎을 교통 인프라 구축에 투입했던 2기 신도시와 비교해 인프라 구축 비용 투입에 여유가 생겼다. 해당 비용은 LH가 택지 매각가에 반영해 결국 입주자 분양가에 반영된다. 광역철도 건설 등에 적용되는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른다는 의미다. 교통 인프라를 이용할 당사자들이 해당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재정 지출 논란 등을 막을 수 있고 사업 적기 추진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5호선 연장 사업이다. 작년 말 국토부가 김포한강2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하며 LH 교통분담금 투입 근거가 마련돼 진전되지 못하고 있던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인천시와 김포시 간 연장 노선안 도출 등이 남아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모두 사업 속도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5호선 연장 건설 사업비 분담을 놓고 갈등이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가 교통분담금을 어떻게 책정할지 알 수 없어서다. 노선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변에 신도시가 이미 조성돼 있어 김포한강2 외에 더 많은 교통 수요를 유발이 예상된다. 김포한강, 인천검단 가구 수 규모를 합치면 분담금을 낼 김포한강2 인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LH 분담금이 수요보다 많이 책정되면 김포한강2 주민들이 김포한강, 인천검단의 교통 인프라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청약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고 청약에 참여한다 해도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분담금을 적게 책정하면 지자체 부담이 늘어 갈등이 다시 커지게 된다. LH 분담금을 어떻게 책정하는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하지만 LH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다"는 원론적인 답변 외 분담금 조성 기준에 대해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깜깜이 조성이다. 분담금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제시되지 못하면 사업이 또 한 번 제동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는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다.
노선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문제다. 김포한강2 총 사업비의 20%를 LH 교통분담금으로 조성해 전액을 5호선 연장 사업에 투입한다고 가정해도 건설비가 이 금액을 초과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가 요구하는 검단을 더 많이 지나는 노선은 건설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H가 광역교통개선대책 작성 과정에서 어느 때보다 투명하게 분담금 책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2기 신도시에 이어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먹튀'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LH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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