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극단(단장 고선웅)이 단 2주간 선보이는 신작 '겟팅아웃'을 통해 전과가 있는 여성을 향한 사회적 시선과 스스로를 포용하는 용기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23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겟팅아웃'이 공연된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마샤 노먼의 희곡을 원작으로 고선웅 단장이 취임 후 첫 연출을 맡은 기대작이다. 배우 이경미, 유유진을 비롯해 믿음직한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완벽에 가까운 연기 앙상블을 선보이며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극단 '겟팅아웃'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06.24 jyyang@newspim.com |
◆ 과거의 알리와 현재의 알린, 지우고 싶은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
2급 살인죄로 복역한 후 막 출소한 '알리'는 새로운 자아 '알린'이 돼 세상에 나온다.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벌고 안정된 생활을 하며 헤어진 아들 조이를 찾아오고 싶지만 주변의 모두는 그의 결심을 의심하고, 오히려 착취하려 하며 좀처럼 도와주지 않는다. 알린은 시시각각 과거의 자신인 알리의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신의 과거와 창문의 철창 앞에서 진정한 출소를 꿈꾼다.
알린 역의 이경미는 애써 침착하려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과거의 기억에 얼어버리는 상태를 실감나는 표정연기로 표현한다. 끊임없이 주변에서 자신을 탓하고, 희망을 무너뜨리고, 끔찍한 기대를 해오는 와중에 중심을 잡기는 어려운 일. 알린으로 무대 위에서 모든 이들의 감정과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이경미는 알린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매 순간 보여준다. 1층 침실의 알린, 2층 감옥의 알리가 동시에 존재하며 관객들에게 둘의 이야기와 심리 변화를 시차없이 전달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극단 '겟팅아웃'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06.24 jyyang@newspim.com |
알리 역의 유유진은 극의 시작과 함께 등장부터 객석의 시선을 강탈한다. 반항심이 가득 느껴지는 표정과 말투, 광기에 휩싸인 행동과 고함은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알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알리를 두고보면 볼 수록 잘한 것은 없지만, 세상이 지나치게 가혹했다는 생각이 절로 찾아온다. 서우진이 연기한 칼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유형의 인물로, 정원조의 베니는 알린에게 더러운 흑심을 품었다가도 물러날 때를 아는 낯설지 않은 인물로 다가온다.
◆ 타인을 포용하기 위해…반드시 필요한 '나'를 끌어안는 일
'겟팅아웃'을 보면서 관객들은 다소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이 나쁜짓을 일삼는 알리, 그의 주변에 수두룩했던 기분나쁜 사람들, 알린이 베니와 칼에게 당하는 수모는 그다지 유쾌한 장면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감옥에서 출소한 여성이 처하는 현실은 이보다 더 리얼할 수 없다. 좀처럼 굳은 맘을 먹어보려 해도 주변 사람들은 꼭 필요한 믿음 대신, 알린에게 얼토당토않은 것들을 기대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서울시극단 '겟팅아웃'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2023.06.24 jyyang@newspim.com |
고선웅 연출은 이 작품을 내놓으며 "우리는 누구든 편 들어줄 때가 가장 힘도 나고 마음도 난다. 3의 법칙도 있는 것처럼 누군가 날 도와주면 힘이 난다. 3명이 편들어주면 세력이 된다. 요즘은 편 들어주는 것들을 굉장히 조심하는 시대라 동시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알린은 '편'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 스스로가 가장 먼저 '내 편'이 돼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지막 장면을 통해 이 극은 말하고 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