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40% 감축...이달까지 희망퇴직 받는다
라거 등 맥주 제품군도 축소하고 외식업 도전
해장국+수제맥주 시너지 낼까...업계선 '글쎄'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수제맥주업계 첫 상장사인 제주맥주가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라거 맥주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판매 제품군도 수익성 위주로 정리한다. 수제맥주 인기가 저물면서 경영위기에 처한 여파다. 주력 사업인 맥주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외식사업에 도전하며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 14일부터 이달까지 전체 임직원에 대한 희망퇴직을 접수를 진행한다. 희망퇴직 규모는 전체 직원의 40% 수준이다. 희망퇴직 신청자들에게 근속 연수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하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문혁기 대표이사는 이달부터 회사의 흑자전환 시점까지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인원 40% 감축과 함께 제품군도 축소한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제주라거'를 선보이면서 라거 맥주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여 만인 최근 제주라거의 생산을 중단했다. 라거 등 수익성 낮은 제품을 정리하고 회사의 대표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 중심으로 영업·마케팅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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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의 수제맥주. [사진=제주맥주] |
신사업으로 외식사업에도 나선다. 최근 인수한 해장국 프랜차이즈 '달래해장'으로 수익성 향상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수절차를 밟고 있으며 오는 9월 인수가 마무리된다. 제주맥주는 달래해장이 자사 수제맥주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래해장 매장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만큼 자사 맥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즉각 파악하고 판매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달래해장 콜라보 수제맥주 출시 등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대표 라인업인 제주 위트에일에 집중해 브랜드 마케팅을 최소하고 곰표밀맥주의 경우 하반기 중순 이후에 판매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래해장은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로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한 것"이라며 "추후 달래해장 PB맥주, 특수매장 등 본업과 연계한 시너지 요소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제주맥주는 지난 2021년 수제맥주업계 처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당시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제주맥주는 2024년까지 흑자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영업적자가 지속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희망퇴직 또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제주맥주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냈다. 다만 매출은 매년 크게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매출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드리운 것이다. 2020년부터 달아오르던 수제맥주 열풍이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을 기점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제주맥주도 위기상황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제주맥주 매출액은 239억원으로 2021년 대비 16.8%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적자는 116억원으로 전년 72억원 대비 1.6배 늘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25.4% 줄어든 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제주맥주의 과도한 마케팅이 경영위기를 불렀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제맥주 제품력을 기르기보다는 협업 상품과 마케팅에 힘을 쏟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수제맥주 시장에서는 PB상품, 콜라보 상품 등 마케팅으로 제품력을 덮고 가는 형태가 분분했다"며 "수제맥주의 가장 큰 강점인 '다품종 소량생산'을 포기하고 대표 제품에 집중하는 제주맥주의 전략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