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박민 KBS 사장이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공정성과 신뢰를 잃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박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 프로그램인 9시 뉴스가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오보로 하루 만에 사과했고, 사법 당국의 수사로 관련자가 기소됐다"며 "장자연 씨 사망과 관련해 윤지오 씨를 출연시켰고,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의 '생태탕'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고 과거의 KBS 불찰을 짚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민 KBS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4 pangbin@newspim.com |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TV와 라디오에서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팩트 체크를 활성화해 오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오보를 내면 사과할 것이며 정정보도는 원칙적으로 뉴스 첫머리에 보도하겠다"며 "불공정 논란이 일면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를 경영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또 KBS가 당면한 TV 수신료 분리 징수와 경영상 어려움을 언급하며 효율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으로 탈바꿈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올해 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저와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임금의 30퍼센트를 삭감하고,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를 개선할 것이며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민 KBS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3.11.14 pangbin@newspim.com |
이날 기자회견에선 공정성을 강조하는 신임 사장에게 '공정성'의 기준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박 사장은 "언론인 여러분 다 알겠지만 신문 시장과 공영방송의 시장 특성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각 신문사에서 갖는 다양한 입장들이 반영돼서 다양하게 어울림으로써 국민의 여론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영방송 특히 지상파를 이용하는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이고 모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화일보 기자시절엔 나름대로 충실한 기자 생활 했다고 생각한다. 특정 신문의 입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게 언론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적은 없었다. 지금은 KBS 사장으로 오게 됐다. 가장 큰 가치는 공정이고 그 핵심은 정확성과 균형성"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의 취임과 동시에 이루어진 대규모 인사 이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사장은 "KBS에서 두 가지 원칙이 흔들렸다고 봤다. 첫째는 공조직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것, 두 번째는 능력과 성과가 제대로 인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본부장을 중심으로 능력과 성과 또 사내 안팎의 평가를 중심으로 해서 잠정적으로 정한 후 그분들이 전권을 가지고 본부 내 인사를 하도록 했다. 본부장이 책임과 지위와 권한을 갖게끔 했고 잘 했을 걸로 믿는다. 또 공영방송이나 KBS를 위해 KBS 출신 사장이 나오는 전통이 이어졌으면 좋았겠으나 2008년부터 15년간 7분의 사장을 거쳐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 저처럼 외부인이 사장으로 오는 일이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박민 KBS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1.14 pangbin@newspim.com |
전날 잠시 논란이 됐던 이소정 앵커 등의 교체에 대해선 장한식 보도본부장이 나섰다. 장 본부장은 "새로운 사장 취임을 계기로 해서 국민들에게 새롭고 달라진 KBS 뉴스를 보여주자. 좀 더 완전하게 공정한 뉴스를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기존 앵커의 교체를 결정했다. 기존의 진행자들에게는 하차 사실을 정중하게 통보했다"고 짧게 답변했다.
신임 사장의 첫 기자회견문에서 구조조정을 언급한 점 역시 이례적이다. 박 사장은 "KBS의 임금 비율이 전체 지출의 33%, 많게는 그 정도"라며 "BBC라든지 국내 다른 방송국이 한 20% 후반 중반대에 비하면 좀 높은 편이다. 방송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이 질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단 임금 삭감을 통해서 줄여서 경영의 효율화를 기하겠다"고 잠정적인 결단을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임금 삭감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 뒤에도 도저히 안될 때는 1차적으로 명예퇴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KBS의 미래를 책임질 중진과 젊은 기자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기대만큼 성과가 없다면 불가피하게 인력 조정이나 구조조정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심정적으로나 원칙적으로는 가급적 피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