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개발, 유치, 건설 공약만 난무
삶의 질 바꾸는 문화 공약은 전무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4·10 총선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거리 곳곳에 각 당이 내건 현수막이 즐비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집권당의 실정을 비난하거나 사사건건 트집만 잡는 야당을 비판하는 구호들이 주를 이룬다. 그게 아니라면 각종 개발 및 재개발, 건설, 유치, 신설 등등의 공약이 거의 전부다. 혁신도시, 첨단도시, 계획도시 등 겉이 번지르르한 공약도 많다. 선거철만 되면 건물이 우뚝 서고, 다리가 놓이며, 새길이 닦이고, 공항도 건설되는 건 일도 아니다. 이쯤되니 '못살겠다 갈아보자','이번에는 바꿔보자'는 구시대의 구호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매표정치, 색깔정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스핌 자료사진] 2024.03.27 oks34@newspim.com |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만 해도 수십여 개에 이른다. 위성 정당과 작은 정당에 이르기까지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의 용지가 땅에 끌릴 지경이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정당이 없다. 꼼꼼하게 찾아보니 녹색정의당의 공약집에서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 삶의 질을 이야기한 공약들이 눈에 뛸 뿐이다. 대부분 개발하고, 유치하고, 건설하는 일이야말로 모든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외칠 뿐이다.
대통령 선거든 국회위원 선거의 풍경이 이러했던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삶의 질, 즉 문화의 질적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묻는 정당이나 후보들이 언제는 있었던가. 또 당신의 개발 공약이나 건설 공약이 아니라 국민들이 삶의 질을 개선할 문화 공약을 진지하게 묻는 언론이나 유권자도 없다. 국회위원이 되면 우리 지역구를 연극이나 영화, 미술이나 무용 아니면 문학의 중심이 되는 문화 도시로 만들어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국회에서 기후위기 극복 정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 뉴스핌 자료사진] 2024.03.27 oks34@newspim.com |
하기야 공약을 가지고 트집 잡거나 문제 삼는 언론이나 유권자도 별로 없다. 신문이나 방송, 유튜브에 이르기까지 판세분석에 열을 올리면서 '박빙이다', '뒤집어졌다', '기울었다'라고 떠들지만 정작 어느 후보의 공약이 유권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알려주는 뉴스는 없다. 각 당의 대표가 국회위원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전국을 돌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이도 없다.
지역을 살리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문화예술이나 체육 공약들을 살펴보니 문화시설 유치, 스포츠시설 확충, 테마공원 조성 등이 대부분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생활 물가를 잡고, 교통인프라를 구축하고, 편의시설을 유치하는데 기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정치는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결과들을 문화 공약으로 내놔야 한다.
이제 모든 국민이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세심하게 보살피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 할 때다. 수도권의 집값 대란, 지방의 인구소멸 문제, 날로 심각해지는 노인문제, 최저 출산률 문제, 심각한 기후 위기 등등 우리 앞의 문제들은 개발 공약으로는 안 된다. 건설과 유치로도 해결되지도 않는다.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제가 국회위원이 되면 모든 개발과 건설, 유치 등 사업을 중단하고 모든 유권자들의 하루하루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일 년 내내 문화가 흐르는 도시로 만들어서 인구소멸로 고민하는 우리 고장을 전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후보가 있다면 당장 투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