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상대 "납세 의무 없다" 소송냈으나 패소
"문제제기 없다 9년만 소송…절차상 하자 없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관례적으로 입주민의 우편물을 대신 받아온 경비원이 납세고지서를 수령했다면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납세의무 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의 아버지인 B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한 유흥주점을 운영했으나 2014년 1~4월 귀속 개별소비세 총 2억7000여만원을 납부하지 않고 2015년 1월 사망했다.
마포세무서장은 2014년 6월 B씨 소유의 아파트 한 채를 압류했고 체납이 지속되면서 2022년 5월 기준 체납액은 가산금을 포함해 총 4억7000여만원으로 늘었다.
A씨는 2014년 1월분 과세처분의 납세고지서는 B씨가 아닌 경비원에게 송달됐고 2~4월분 납세고지서도 마포세무서장이 임의로 공시송달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각 납세고지서 송달 과정에 하자가 없다고 판단,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월분 납세고지서는 (B씨의) 사업장이 있는 건물 경비원이 수령했는데 이후 납세고지서가 반송되지 않은 점에 비춰 볼 때 입주민들이 우편물 등의 수령 권한을 경비원에게 묵시적으로 위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원고(A씨)가 압류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는데도 9년 동안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2022년 4월 공매 공고가 난 이후 소를 제기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납세고지서의 송달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망인(B씨)에 대해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는 납세의무자가 다른 사람에게 우편물 기타 서류의 수령 권한을 명시적·묵시적으로 위임한 경우 그 수임자가 해당 서류를 수령하면 본인에게 적법하게 송달된 것으로 본다.
재판부는 또 "망인의 사업장이 폐업하면서 주민등록등본상 주소지로 발송했으나 반송됐고 담당 공무원이 교부송달하기 위해 주소지에 직접 방문했으나 호수가 기재되지 않아 주소 확인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마포세무서장이 국세기본법에 따라 '주소 불분명'을 이유로 2~4월분 납세고지서를 공시송달한 것에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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