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직후 하나가 됐다. 171석의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한목소리를 내며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고, 각종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철회하기 위해 전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국회 제1당이자 거대 야당이 현 정권의 불합리함과 부조리함에 맞서 힘 합쳐 대여 투쟁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현안마다 같은 목소리를 내다보니 이젠 '공산당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윤채영 정치부 기자 |
작년 7월부터 지난 4월 10일 총선 직전까지 출입하며 바라본 민주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다이내믹' 그 자체였다. 때론 함께 가지만, 때론 이렇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를 느낀 시간이었다.
이른바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존재하는 동안만큼은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고, 그래서 다양한 시각에서 정당을 바라볼 수 있었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단 민주적이다"라고 했다. 가령,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보다 장시간 진행되는 점, 내부 취재를 해보면 지도부에서 생각보단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반영한단 점이 그 예다.
그런데 현 민주당은 위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비공개 회의 시간이 줄어들었고, 다양한 목소리보단 일부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 크게 귀 기울인다. 최근 진행된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줄곧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고집했다. 역풍을 맞은 결과, 그들이 얘기하는 당원 뜻과는 달리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가 됐다.
의장 선거 결과로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곤 하나, 이건 소극적 행동에 불과하다. 자신 이름을 걸고 얘기하는 것쯤은 돼야 한다.
민주당의 다양성이 실종된 데는 총선 결과를 과대 해석한 탓도 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 민의'를 거듭 강조한다. 국민의 뜻은 민주당이고, 그러니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향이 옳다는 논리다. 그러나 뜯어보면, 소선거구제의 맹점인 최다 득표자의 당선은 국민들의 '차악의 선택'을 가린다.
사실, 대다수 국민은 '차악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민주당이 싫어서 국민의힘을, 국민의힘이 싫어서 민주당을 택했단 뜻이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LOTE'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풀어쓰면 'the lesser of two evils'인데, 두 명의 비호감 인물 중 덜 괴로운 쪽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치렀던 우리 총선에 적용해도 틀리지 않은 말이다. '차악의 선택'을 과대 해석해서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뽕에 취한 것은 아닌지, 서로 따끔하게 말해줄 수 있는 동료 의원들이 있는 민주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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