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공수처 출범→2022년 검수완박 등 검찰개혁 진행
정권 교체 후 '김건희 여사·채상병 특검'으로 여야 공방 치열
판·검사증원법 통과 무산돼 법조계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1대 국회가 29일 종료된다. 21대 국회는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현 야권의 '검찰개혁'을 두고 공방을 펼쳤고, 최근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 등을 두고 싸우다 마무리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법부와 검찰의 숙원인 판·검사증원법 등이 뒷순위로 밀리며 최종 무산됐다. 법조계 안팎에선 22대 국회에서도 검찰개혁과 특검 중심으로 국회가 돌아갈 경우, 재판·수사 지연 문제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2024.05.09 photo@newspim.com |
◆ 민주당 중심 21대 국회…더욱 커진 '검찰개혁·특검' 목소리
21대 국회는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돌아갔다. 민주당은 이같은 기세를 바탕으로 2020년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개혁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검찰개혁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지난 대선 패배 이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로 정권 교체가 예정되자 민주당은 부랴부랴 검수완박을 추진했고 결국 통과됐다.
이후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 일부를 복원하긴 했으나 여전히 과거에 비해 검찰의 수사권 범위는 축소된 상태다.
21대 국회 후반은 특검이 수를 놓았다.
본래 주요 특검 논의 대상은 앞선 대선 국면에서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과 여기서 파생된 '50억 클럽 사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 의혹'이었다.
국회는 지난해 4월 50억 클럽과 김 여사의 의혹을 묶은 이른바 '쌍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고, 야당은 같은해 12월 단독으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후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지난 2월 재표결에서 최종 부결되며 폐기 수순을 밟았다.
최근 민주당은 김 여사 의혹과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사건 특검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또한 무산됐다.
법조계 안팎에선 22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사건과 김 여사 의혹 등에 대한 특검 논의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채상병 사건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하자라는 얘기가 잠깐 있었다고, 가능성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고 있다. 2024.05.28 pangbin@newspim.com |
◆ 물 건너간 판·검사증원법…22대서도 검찰개혁·특검에 밀릴까 우려
일각에선 21대 국회에서 계속된 검찰개혁과 특검 국면으로, 정작 사법부와 검찰에 시급한 법안들이 무산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양 기관이 인력난을 주장하며 필요성을 강조한 판·검사증원법 개정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5년간 판사와 검사를 각각 370명, 206명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들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를 통과해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기대감이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두 법안 모두 이번 국회에서 본회의 통과에 실패했다. 특히 검사증원법에 대해선 제1소위원회 통과 이후 민주당이 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이를 번복하겠단 입장을 밝혀 미리 무산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판·검사 증원은 현재 사법부와 검찰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사안이다. 점차 사건이 복잡해짐에 따라 수사·재판 과정 모두가 지연되는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판·검사 정원은 2014년 이후 각각 3214명, 2292명으로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재판 지연 문제로 인해 사법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연 문제 해소를 위한 법안 통과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며 "다음 국회에선 이른 시기에 논의가 이뤄지고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재판 지연 문제는 실제 필드에서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법관 증원은 여야 이견이 없었음에도 통과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과부하로 인한 재판 지연은 결국 사법부가 일반 국민이 기대하는 서비스를 충족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부연했다.
이외에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이른바 '구하라법', 정액 등 체액을 이용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피의자를 성범죄로 처벌하는 '체액 테러 처벌법' 등도 결국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2대 국회에서도 이같은 주요 법안들이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앞선 총선 공약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과 김 여사와 한 전 장관 등에 대한 특검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서초동의 B변호사는 "최근 야권은 검찰개혁과 특검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여, 임기 초에는 이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질까 우려스럽다"며 "사법 시스템과 관련해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국민을 위해 어떤 법안 통과가 우선돼야 하는지 깊이 있는 토론과 해결책 모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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