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경제 과학기술

속보

더보기

[정책의속살] 정부재정 바닥인데 R&D 예타 폐지…기재부 칼자루 세진다

기사입력 : 2024년06월05일 08:47

최종수정 : 2024년06월05일 08:48

재정 부족·세수 부진인데…예타 폐지 엇박자
과기부, 예산 확대 얻고 기재부에 주도권 양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폐지하고 대규모 R&D 사업에 재정을 신속히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재정 상황이 최악인 현 시점에서 이 같은 정책은 재정당국의 권한만 확대할 뿐 과학기술 연구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 부족에 세수 부진…대규모 R&D 확대 '양날의 검'

현재 정부의 재정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세수는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000억원 증가한 147조5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총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조4000억원 증가한 2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합재정수지는 64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관리재정수지도 75조3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실질적인 정부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월간 재정 동향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대 적자 규모이다.

세수 부진의 주된 이유는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 감소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했으며, 법인세는 5조5000억원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R&D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정부는 R&D 예타 폐지를 통해 대규모 R&D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1000억원 미만의 모든 신규 R&D 사업은 일반적인 예산편성 과정을 통해 추진된다. 500억~10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 착수는 예타 폐지 전보다 약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0억원 이상의 연구시설구축이나 체계개발사업에 대해서는 내실 있는 사업 추진과 재정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사업 유형과 관리 난이도에 따라 차별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맞춤형 심사제도를 도입한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인 재정 관리에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R&D 사업은 조 단위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재정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이를 폐지하는 것은 장기적인 재정 관리를 위협할 수 있다.

◆ 기재부 영향력 강화…순기능보다 부작용이 클 수도

역시나 문제는 부족한 재정여력으로 꼽힌다. 지난 3월 말 중앙정부 채무는 1115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 4일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60년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당초 153%에서 81.1%로 낮추도록 지시했다면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절반으로 왜곡한 것으로, 재정 전망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게 감사원의 생각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정부의 재정관리를 지적하고 있지만 현재 나라살림이 여의치 않다는 점만 재부각시킨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4.05.23 yooksa@newspim.com

이같은 재정 여력 속에서 이번 예타 폐지 방향에 따라 기재부가 R&D 예산 편성권을 더욱 강화한다면, 긴축 재정 정책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미 과학기술계에서도 기재부가 통 큰 투자를 해줄 리 만무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기재부가 R&D 예타 폐지를 통해 재정을 푼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재정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야당의 반대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R&D 지원에 발목을 잡아 예산 집행이 어려워진 것으로 상황을 몰아갈 수 있을 것으로 지적한다.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정책이라는 게 과학기술계의 시각이다.

기재부가 그동안 재정이 부족한 상황을 연신 강조해온 만큼, 실제로 R&D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은 "예타 폐지가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뿐더러 정책 방향의 혼선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당면한 민생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충실히 투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부처별로 사업 타당성 전면 재검토 등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중기 계획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기 부진으로 세수는 줄어들고 지출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 경제분야 전문가는 "R&D 예타 폐지 이후 대형 과제에 적용되는 맞춤형 심사제도를 통해 대규모 예산투자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만큼 재정 부족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재부는 구체적인 재정 계획과 수입 방안을 마련해 재정 악화를 방지해야 하고 투명한 재정 운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김현지 총무비서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인선도 추가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 인선의 핵심은 '실용'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해야 하는 정부인 만큼 기존에 손발을 맞춰온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성남·경기라인 인물들은 정부 요직에 내정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된 김현지 전 보좌관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때 시민운동을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98년 당시 변호사이던 이 대통령이 설립을 주도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으며 이곳에서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을 거쳤다. 이 대통령이 정치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던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도 함께했다.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한 것. 이후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민운동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2011년 성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환경·도시 전문가 등이 주축이 된 민관 협력 기구 '성남의제21'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야 도청 비서관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 대통령을 보좌하기 시작했다. 김 전 보좌관은 '그림자 보좌'로 유명하다. 본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성향이다. 시민운동가로 활동할 때는 지역 언론 인터뷰에도 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언론 노출을 지양해왔다. 또한 김 전 보좌관은 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보좌관은 리스크 관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조심성이 강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각각 대장동 사건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당직을 내려놓은 영향도 있다. 김 전 보좌관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김 전 보좌관이 맡게 될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예산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공무원 직제상 1급에 해당한다. 특히 대통령실 2급 이하 행정관 등 실무진 인사에 관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수석급 인선에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강유정 대변인 등 비교적 친명(친이재명) 색채가 옅은 통합형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실무라인에는 김 전 보좌관처럼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복심'들을 배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1부속실장에 내정된 김남준 전 당대표 정무부실장, 의전비서관의 권혁기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인사비서관의 김용채 전 보좌관 등이 대표적이다. 원외에서 이 후보를 후방지원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핵심인물들도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용조 혁신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통령 국가안보실 비서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강위원 혁신회의 상임고문은 전남 경제부지사에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와 더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heyjin@newspim.com 2025-06-11 17:10
사진
李대통령 재판 중단 '헌법 조항 충돌'?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하면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든 데 대해 야당이 '판결로 대통령이 자격을 상실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제68조로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야 대표들과 함께 오찬을 하기 전 환담하고 있다. 2025.06.04 photo@newspim.com 헌법의 애매한 조항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넘어 헌법 조항의 충돌 문제로 번진 것이다. 논란의 불을 붙인 것은 서울고법의 결정이다. 법원은 "재판부에서 기일 변경 및 추후 지정(추정)을 하기로 했다"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추정은 사실상 임기 내 재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위증 교사와 대장동, 법인카드 유용, 대북송금 사건 등 대통령이 받고 있는 다른 네 개의 재판도 연기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야당이 반발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헌법 제68조'를 들어 서울고법의 결정을 반박했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검사 출신인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헌법 68조를 예시하며 "헌법상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헌법적으로도 그렇고, 다수 국민 상식 면에서도 그렇다"고 '헌법 제68조'를 거론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제68조는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서울고법 형사7부 주장대로 대통령이 돼서 진행 중인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때'라는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이 중단된다면 재판이 열리지 않는 만큼 대통령이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일은 없다. 그렇다면 굳이 헌법에 이 조항을 넣을 이유가 없다. 결국 재판이 열린다는 전제로 헌법에 이 조항을 넣은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다. 관건은 헌법 제84조의 해석이다. '소추(訴追)'의 의미를 검사의 공소 제기(기소) 외에 기존의 재판까지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모든 재판이 중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야당은 진행 중인 재판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이런 주장까지 포함하면 헌법 84조와 68조가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물론 판결은 법원의 판결 외에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포함할 수 있다. 대통령의 중대 행위에 대한 탄핵이 이뤄질 경우 헌재의 결정 여하에 따라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 헌재의 판결을 의미한다면 충돌로 볼 수 없다. 민주당은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재판 중단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판사에 따라 다른 입장이 나올 수 있는 만큼 형사소송법을 처리해 더 이상의 논란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을 12일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일단 13일 선출되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넘기기로 했다. 서울고법이 재판을 중단하고 나머지 재판도 중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방탄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leejc@newspim.com 2025-06-10 13:4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