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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이방인]④ 이-팔 전쟁 토론 유창했던 그녀…한 단어에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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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따먹기·토론까지 하는 외국인 학생도
고등학교 공부 따라가는 데 어려움
단계적 배움 없어 대학·직장 생활까지 영향
더 많은 교육기관 필요…단계적 학습법도 절실

부모 중 한명이 한국 국적이고 다른 한명은 외국 국적인 '다문화 가정'과 달리, 최근 다양한 형태의 외국인 가정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부모의 국적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한국에서 나고 자라난다. 익숙한 한국에서 살고 싶지만 노력해도 한국 사회의 허들은 높다. 적은 선택지 때문에 번번이 오답을 찍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실태를 살펴보고 해결책을 구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다나(가명·19)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CNN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다나 입장에서는 해당 방송사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CNN은 이스라엘인을 '순교자'라며 높여 불렀고, 팔레스타인인을 건조하게 '사망자'로 칭했다.

"팔레스타인은 피해자예요." 다나는 팔레스타인이 독립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독립운동가가 일본인을 쐈듯이,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폭력은 불가피하다. 다나는 팔레스타인의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대만의 식민지 역사를 끌고 오기도 했다. 

이후 외국인 여성에게 여성용품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다나는 취재진이 말한 한 단어에서 멈춰섰다. 그 전까지 다나의 생각은 쭉쭉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혜적'이 무슨 뜻이에요?"

◆ 농담 따먹기까지 해도…"고등학교 공부는 못 따라가요"

'시혜적'은 고등학교 사회문화 과목에 나오는 단어다.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뜻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정작 국립국어원의 '국어 기초 어휘 목록' 4만 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시혜적'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일상에서 한국어를 무리 없이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언어와 학습언어가 극명히 나뉘는 지점이다. 실제로 다나는 일상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따라갈 정도로 학습언어에 유창하지는 못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 도중 다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몇 개를 골라 빠르게 문장을 짜냈다. 버벅거리지도 않았다. 다나는 공동체의 규범을 인지하고 성찰하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다나는 지난해 지자체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참석해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자마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식과 더불어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확산된 복지 국가는 사회 복지의 증진을 국가 간 주요 경쟁 항목으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국가 중심 사회 복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수능특강 발췌)' 같은 문장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다나와 같은 이들은 적지 않다. 중도입국 청소년 하오위(가명·19)는 고등학생 1학년 때 스스로 유급을 택했다. 고등학교 수업은 어려웠고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 두 번 반복된 수업 끝에 성적표에 내신 3등급이 찍혔다.

'안 되겠다.' 2학년 명찰을 받아든 하오위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만이 가득 찼다. 그 전까지 하오위에게 포기는 없었다. 11살 때 한국에 처음 발을 디딘 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고 자부했다. 중학생 때만 해도 성적표를 받아들면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지만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그 마음은 어느새 바래 있었다. 2학년 교과서만 보면 울렁거렸다. 고등학교에서 남은 2년을 몇 번이고 반복하더라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 의무교육-고등교육-취업 수순마다 이탈…한국어가 가장 큰 벽

현장에서도 일상언어를 완성해도 학습언어를 가르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한다. 박상희 인천교육청 세계시민교육과 장학사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배워서) 학교에 갔음에도 공부할 때 필요한 한국어를 완성하기까지는 6~7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탈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다문화 학생들은 초등학교에는 11만1640명, 중학교에는 3만9714명, 고등학교에는 1만6744명이 진학한다. 

한국어는 외국인 학생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들의 체류 자격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해야만 비자(D-2)를 받아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어려운 한국어 때문에 고등교육이나 학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퇴할 경우 체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미등록 외국인'이 된다. 

성적이 낮은 상황에서는 대학을 다니기도 어렵다. 법무부에서 D-2 비자를 연장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성적이다. 법무부가 '가짜 유학생'을 가려내기 위해서 도입한 평가 기준이라지만,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학업성취도 기준이 높은 한국에서 학습언어를 습득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특정 직업·직종에서만 쓰는 한국어도 알아야 한다.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쟁반'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쩔쩔매는 학생도 있었다고 전했다.

은 실장은 이어 "공부에만 매달려 있는 친구들은 청소년기에 알아야 할 문화나 예절을 습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도 표했다. 

한국인은 '의무교육 - 고등교육 - 취업'을 당연하게 넘어야 할 과정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주배경 청소년에게는 하나의 허들이 더해진다. 매번 새로운 언어를 익혀야 하는 부담이다. 결국 하오위처럼 생애주기가 미뤄지기도 한다. 

◆ "시험 수준 낮춰야" VS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다양한 논의가 오간다. 시험 난이도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A씨는 실무가 뛰어나지만 필기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한국에서 살지 못하는 외국인을 목격했다고 한다. A씨는 한국어 시험 난이도를 낮추되, 이주배경 청소년이 직장에 들어가든지 자격증을 딸 때 실무 기준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교원 B씨는 시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외국인들의 성적이 높아지더라도 한국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어차피 대입 준비 때도 외국인 전형이 따로 있고, 한국에 있는 외국인끼리 경쟁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관에서 일하는 C씨는 "이들이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똑같이 경쟁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한두번 배려받으면서 취업까지 연결되다 보면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학교를 당연히 거쳐가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실무자들도 많다. 지자체 관계자 D씨는 "한국어를 알려줘도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준은 안 된다"라고 인정했지만, 대안학교 등의 방안에는 회의적이었다.

외국인들이 궁극적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인정받아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D씨는 "한국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면 학교에는 꼭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원한다는데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단계적 교육 기관 절실…학생들 반응 '긍정적'

하지만 고등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위해 단계별 교육 기관이 절실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의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 기초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나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고등학교 수업에 필요한 용어를 설명해주는 곳은 드물다. 

모범 사례로 인천교육청이 주목할 만하다. 인천교육청에서는 한국어 단계적 학습법을 일부 초등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프리스쿨 학급 대안 교실이다. 학생들은 주에 20시간, 두 달간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교육받는다. 이후에는 한국어 공부 시간이 주 10시간으로 줄어들고, 나머지 시간에는 학급에서 공부하게 된다.

한국어 공부가 끝난 3단계에 이르러서도 외국어를 공부한 학급 선생님들이 따로 외국인 학생들의 질문을 받으며 이들의 학습을 도운다.

실제로 외국인이 유난히 많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은 직접 러시아어를 공부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이들을 일대일로 칭찬하는 등 의사소통을 위함이다.

다나 역시 교육청에서 지정한 대안위탁기관에 다니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다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꿈빛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 센터에서는 학생들의 언어 수준을 고려해 이들을 각각 1반과 2반으로 나눠 가르쳤다. 

선생님들은 수업 도중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러시아어와 영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으로 번역된 교과서를 나눠주고,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원어로 번역했을 때 의미가 잘 전달되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 접근성 낮은 교육기관…지역 곳곳에 선생님 배치해야

정규 교육기관에서 아이들을 개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교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박상희 장학사는 아이들 한명한명을 붙잡고 수업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급격히 늘어나는 인천은 섬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박상희 장학사는 한 학교에 한국어 교육을 필요로 하는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두명만 있어도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간에도 교육 편차가 큰 만큼, 정부에서 일괄적인 조사를 통해 교육기관을 갖출 필요도 있다. 

경기도 시흥시에서는 지자체에서 공교육 진입 전 학생과 진입 후 학생을 나눠 교육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노라(가명·20)는 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학생 시절 동안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한 노라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센터가 1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낮다. 

박상희 장학사는 "이주배경 청소년들도 학교 내에서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고, 대학도 가고 싶어한다"면서 "방치된 이들이 결국 해외로 나간다는 결정을 한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손실"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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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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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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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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