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중국 정치

속보

더보기

[중국전문기자 최헌규의 리얼차이나] <50> 중국출장길에 만난 가을 서정 듬뿍한 중양절

기사입력 : 2024년10월11일 07:47

최종수정 : 2024년10월12일 09:23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벼 베기가 끝나고 밭에는 무 배추와 서리태 콩 정도만 마지막 수확을 앞두고 있다. 대부분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은 노오란 국화꽃으로 물들어간다. 울긋불긋한 단풍 산을 구경하러 사람들은 집 주변의 높은 언덕에 오른다.'

음력 9월 9일(2024년 10월 11일) 중양절(重陽節) 하루전 산둥성 지난시 외곽의 농촌 풍경이다. 밭한가운데 묘소에 조화가 놓여져 있는 장면 말고는 우리나라 시골 가을 표정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중양절은 중추절(추석)을 지낸뒤 20여일 후에 찾아온다. 중추절이 그해 첫 곡식을 수확하는 시기라면 중양절은 사실상 한해 농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역경에서 홀수 9라는 숫자는 양(陽)의 수다. 음력 9월 9일은 양의 수 9가 두번 겹치는 중양절(重陽節)로서 예로부터 아주 길한 날로 여겨져 왔다. 도교에서는 이 날을 승천성선(昇天成仙)의 길일로 기념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중국 산둥성 둥잉시 경제기술개발구 둥청가도 랴오허 마을 주민들이 2024년 10월 11일 중양절을 맞아 경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4.10.12 chk@newspim.com

 

예로부터 중양절에 사람들은 산수유(茱萸,주유) 가지를 허리 춤에 차고 높은 산(언덕)에 올라 액운을 떨치고 행운을 가져다 달라고 하늘에 제사했다. 이때문에 중양절을 주유절(茱萸節) 또는 등고절(登高節)이라고도 부른다.

중양절 무렵 산과 들에는 국화가 만발했다. 사람들은 국화꽃을 따다가 국화술을 빚었고 가족 친지와 함께 국화차를 덕어 마셨다. 중양절은 9가 겹친다해서 구구절 또는 건강 장수와 함께 경로사상을 기리는 날로 경로절이라고도 불렸다.

중국에선 매년 중양절이면 높은 산에 올라 복을 비는 등고(登高)의 풍습이 전국 시대부터 전해져 왔으며 한나라때 부터는 중양절 세시 풍속을 본격적인 명절로 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도 베이징 사람들이 옛날 중양절에 등고 활동을 위해 찾았던 곳은 서북쪽으로 한시간반 정도 거리의 향산이다. 해발 500미터의 향산은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하다. 정상 향로봉 안내문엔 옛날 황실 사람들이 중양절에 등고활동을 위해 향산에 올랐다고 적혀있다.

중양절은 우리나라에도 신라때 전래됐으며 고려 시기 민간 풍속으로 크게 유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료에 따르면 옛날 서울 인근 사람들은 산수유를 꺽어 허리에 꿰차고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 국화술을 올려 복을 빌고 액땜을 기원했다고 한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중양절은 지금까지도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등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서 만추로 향하는 계절 풍성한 수확에 감사하고 가정의 복과 집안 어른의 장수를 기원하는 전통적인 민간 풍속 행사로 명맥을 잇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가을 추수가 끝난 중국 산둥성의 들녘. 사진= 뉴스핌 촬영(2024년 10월 10일).  2024.10.11 chk@newspim.com

 

 

양의 기운이 뻗치는 길한 날 중양절은 예로부터 시문의 소재로도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민간 풍속으로서 중양절은 당나라때 가장 성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보 왕유 맹호란 왕보 두목 백거이 이백 등이 남긴 수십수의 '중양절 시'가 이를 입증해준다.

중양절에 관한 시 중에서도 중국인들은 왕유(王维)의 '중양절에 산둥 고향 형제를 그리며(九月九日忆山东兄弟)'라는 시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시는 인문적인 중양절 풍속을 시재로 해 부모 형제와 떨어져 절일을 보내야하는 정회를 다루고 있다.

'멀리 타향에서 홀로 나그네 되었구나. 중양절 가족 생각에 그리움이 사무치고.
형제들은 산수유 꽂고 언덕에 오를 텐데. 혼자 지내는 명절 외롭기 그지없네.'
<최헌규 번역>

独在异乡为异客,每逢佳节倍思亲。
遥知兄弟登高处,遍插茱萸少一人。

왕유의 고향은 섬서성 시안(장안) 인근, 도교가 성행했던 화산(華山) 동쪽 푸저우(蒲州), 지금의 산시(山西)성 융지(永济)라는 곳이다. 시 제목의 산둥(山東)은 산둥성이 아니라 바로 화산의 동쪽인 융지를 가르킨다.

수도 장안에 머물렀던 왕유는 이 시에서 매년 중양절이면 형제들과 함께 산에 올라 산수유 가지를 꺽어 허리에 차고 즐겁게 뛰어놀며 등고절 놀이를 하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가족과 고향, 옛 시절을 그리는 시인의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신중국 이후 오랫동안 중양절은 공식 명절이라기 보다 주로 민간 자체 세시풍습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중국 본토보다는 오히려 홍콩이 중양절을 중요한 명절로 여겼다. 홍콩에선 중양절이 공휴일이다. 사람들은 이날 경로사상을 되새기고 높은 산에 올라(登高) 성묘를 한다. 2024년 중양절인 10월 11일, 증시 휴장을 비롯해 홍콩의 모든 기관이 하루를 쉰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중국 당국도 중양절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중양절을 2006년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는 시점으로 볼때 2005년 우리의 강릉 단오제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당시 중국이 청명절 단오절을 갑자기 하루 쉬는 공휴일로 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흥미를 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코스트코, 한국 순이익 67% 미국 본사로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미국계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거둔 연간 순이익의 60% 이상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코스트코 한국 법인인 코스트코코리아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번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영업이익이 2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회계연도보다 16%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코스트코 매장 앞에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같은 기간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8%가량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8% 급증한 224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은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에서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당기순이익(1416억원)을 뛰어넘는 2000억원(배당 성향 141.2%)의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본사인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7351명이다. 미국 본사가 챙기는 배당금은 1000억원이 넘지만, 정작 한국 기여도는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회계연도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부액은 12억2000만원으로 지난 회계연도(11억8000만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 본사가 가져갈 배당액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nrd@newspim.com  2024-11-19 14:32
사진
해임이라더니…김용만 김가네 회장 복귀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성범죄 혐의로 입건된 분식프랜차이즈 '김가네'의 김용만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만 회장은 지난 8일 아들인 김정현 대표를 해임하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김 회장의 아내인 박은희씨도 사내이사 등록이 말소됐다. 해당 내용은 지난 11일 등기가 완료됐다. 김가네 김용만 회장. [사진= 뉴스핌DB] 김 회장은 직원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지난 3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아들인 김정현씨가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인 김 전 대표와 아내 박씨와 김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스스로 대표이사직에 다시 오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 회장은 김가네 지분 99%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가네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용만 회장은 지난 7월 준강간치상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사내 경리 담당 직원을 통해 회사명의 계좌에서 수억 원 상당을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횡령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김 회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아내인 박 씨의 고발로 알려졌다. romeok@newspim.com 2024-11-18 16:5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