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이후 신규 및 갈아타기 수요 급감
개포동, 성수동 아파트 실거래가 수억원 빠져
집주인들도 급매물 처분 꺼려 거래시장 '한파'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의 대출규제 본격화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자 승승장구하던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값이 수억원 낮은 가격에 실거래되고 있다.
매수심리 악화로 정상적으로 주택을 처분하기 어려워진 데다 추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에 집주인들이 보유 주택의 몸값을 낮춰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 및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주택경기 심리가 악화하면서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강남구, 성동구 등의 아파트값이 직전 신고가 대비 최대 6억원 하락해 손바뀜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전용 132㎡는 지난 7일 45억원(2층)에 실거래됐다. 이는 지난 6월 기록한 직전 최고가 51억5000만원(30층) 대비 6억5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총 6000가구 넘는 대단지임에도 월별 거래량이 20여건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손바뀜이 많지 않은 단지다. 이 때문에 한두 건의 거래로 시세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짧은 시차에 6억원대 하락은 가격 조정 폭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대출규제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수억원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63 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핌DB] |
성동구 옥수동 '옥수극동'(1114가구) 전용 142㎡는 지난 12일 14억원(1층)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2년 5월 19억3500만원(2층) 대비 5억4000만원 빠진 가격이다. 지난 8월 직전 거래금액 1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2억8000만원 낮아졌다. 옥수동 일대는 압구정동 맞은편에 위치한 입지로 소위 '뒷구정동'이라 불린다.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기대감에 시세가 급등하자 옥수동 일대도 가격이 덩달아 뛰는 수혜를 누렸다. 그러나 대형 면적과 구축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져 급매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강남구 도곡동 대장아파트 중 하나인 '도곡렉슬'(3002가구)도 실거래가 조정이 큰 폭으로 이뤄졌다. 전용 119㎡는 지난 2021년 10월 41억원(6층)에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이보다 5억3000만원 하락한 35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실거래가 35억원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수준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전용 49㎡는 지난달 최고가 25억7000만원(7층) 대비 4억9000만원 하락한 20억8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강남구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1단지'도 최고가 28억5000만원보다 4억8000만원 낮은 23억7000만원(1층)에 손바뀜했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등 대출규제에 나서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주요 단지들은 직전 신고가 수준에 육박하거나 최고가를 다시 쓰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들어 매도자 우위시장이 지속됐다.
그러나 대출규제로 신규 및 갈아타기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서자 매도호가를 낮춰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기존 가격으로 집을 처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시장이 점차 매수자 우위시장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실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꺾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6로 전월 대비 3p 하락했다. 지난 1월 이후 지속된 보합 및 상승세가 9개월 만에 하락 반전한 것이다. 이 지수는 1년 후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본 응답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자보다 많을 경우 100을 웃돈다.
강남구 개포동 주변 A공인중개소 실장은 "이 일대가 신축 아파트로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대기 수요가 급감해 올해 초 수준으로 매도호가를 낮춰야 거래 성사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당장 매도호가를 낮춰 팔겠다는 집주인이 많지 않아 거래시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