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엄정 조치
2027학년도 모집 정원 감축 가능
치대·약대·반도체 등 이공계 주요 학과 정원 감축 불가피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025학년도 자연계열 수시 논술 전형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을 겪은 연세대학교가 '추가 시험'을 치르기로 하면서 재시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논술 문제 유출과 관련해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수험생에게 혼란을 끼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세대가 선택한 방법이 현재 고1 학생에 대한 잠재적 피해를 담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연세대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세대는 지난 20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전보성)가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 결정한 데 대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논술시험 후속 절차를 중단한 현 상태가 유지된다. 사진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모습. 2024.11.21 mironj19@newspim.com |
연세대는 27일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12월 8일 추가 논술 시험 계획을 공지했다. 이날 공지에 따라 앞서 지난 10월 12일 시험(1차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도 치를 수 있다.
1차와 2차 시험에서 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애초 모집인원인 261명의 최대 2배인 522명이 될 수도 있다.
추가 모집에 따른 인원은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7학년도 입시에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당 학년도의 신입생은 최대 261명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올해 수시모집 논술 문제 유출 사건에 영향을 받는 연세대 치의예과 약학과 모집정원이 각각 10명, 5명이 줄어들 수 있다. 2027학년도에서 치의예과 모집정원(60명)과 약학과 정원(30명)의 6분의 1을 선발하지 못하는 셈이다.
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첨단컴퓨팅학부, IT융합공학전공, 지능형반도체전공 등 이공계 주요 학과의 정원 조정에도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법원의 지적에도 뒤늦게 추가 시험을 결정하면서 수험생 혼란을 키웠다는 점에 있다. 그동안 연세대 측은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을 유지하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추가 시험을 결정했다.
연세대의 추가 시험 합격자 발표일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실제 올해 일반대학의 수시모집 1차 등록기간은 12월 16일~18일이다. 연세대 2차 시험 합격자 발표는 그 이전인 같은달 13일~15일까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대학이 동시에 합격자 발표를 마쳐야 수험생들은 종복 합격 여부를 확인한 후 진학할 대학에 최종 등록하기 때문이다. 1차 등록 기간 이후에 연세대 추가 합격자가 발표되는 경우 피해자가 발생 할 수 있다.
다음달 26일 수시 추가합격 최종 발표일에 임박해 연세대 2차 합격자가 발표될 경우 수험생은 매우 짧은 시간에 중복합격을 확인하고 등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른 대학 수시에 동시에 응시한 수험생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문제 유출 의혹 관련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예정되어 있는 첫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29 leehs@newspim.com |
잠재적 피해는 2027학년도에 대입을 치를 현재 고1 학생들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는 해당 학년도에 올해 선발된 인원보다 적은 수의 정원을 뽑아야 한다.
국립대의 한 관계자는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면서도 "잠재적 피해자가 예정돼 있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법률 분쟁을 조기에 해소해 안정적으로 입시를 운영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으로 이해한다"며 "연세대는 공정하게 추가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입시 혼란을 초래한 연세대 및 책임자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며 "2027학년도 모집인 감축 명령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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