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대통령은 새로운 하늘을 찾았다

기사입력 : 2024년12월24일 13:37

최종수정 : 2024년12월24일 13:59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사주를 볼 줄 안다고 하면 술자리에서 질문 폭탄이 쏟아진다. 원하는 직장에 합격할 수 있을까, 연인과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언제쯤 결혼할까를 묻지만 답할 수 없다. 역학을 얕게 공부하며 배운 건 운명론이 아닌 자유의지다. 천간과 지지 여덟 글자로부터는 내가 어떤 성향을 갖고 태어났는지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건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한다. 

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나도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파격적인 성향을 타고 태어난 사람들 전부가 정적을 '사살한다'는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다. 극우 유튜버 말에 휘둘려 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지도 않는다. 설상가상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대통령의 관상을 근거로 12월 3일을 거사일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돈다. 대통령은 무속인의 말만 믿고 계엄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방보경 사회부 기자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하늘의 말'만 믿고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했다는 거다. 한국의 역사와 맥락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12월 3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나 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 지도자가 권력을 독점하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안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부에서 선포한 계엄이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라는 것도 익히 들었다. 그 현대사를 배운 사람들에게 계엄령이라니. 

대통령은 언제부터 국민에게 관심이 없었을까. 도어스태핑을 시도할 당시 불통이라고 불릴 때부터 징조는 보였다. 계엄령을 선포하기 전인 11월 초 브리핑에서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해명해주길 바라는 사람들 앞에서 "아내가 순진하다"고 했다. "부부싸움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는 동문서답까지 덧붙였다. 

비상계엄 이후 대국민 담화로는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왈칵 화를 쏟아내는 시민들의 말을 빠르게 받아쓸 수 있었다. 한 60대 남성은 1분 동안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협박할 수가 있냐"는 말을 반복했다. 지하철 안에 있던 한 취재원은 서너 사람이 "당장 끌어내야 한다"며 소리지르는 광경도 전해줬다. 인터뷰를 마치고 얼어버린 손을 녹이며 생각했다. 계엄 이후 느끼는 무기력증은, 대통령의 말이 우리를 향하지 않는다는 데서 오는지도 모르겠다고. 

계엄이야말로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한국 증시가 불안정하다는 소문에 환율은 급등하고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점친 상황에서 대통령은 악수를 뒀다. 대통령은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중국 고서(古書)의 오래된 격언을 배반했다. 그는 무속이라는 새 하늘을 찾았다. 

탄핵재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절차에 문제가 생겨서 대통령이 다시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싸워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우리가 작은 화면으로 황망히 대통령의 얼굴을 보는 동안 대통령이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볼 것 같아 그렇다. 그를 살려준 실체 없는 하늘을 영영 맹신하게 될까 봐 나는 겁이 난다. 

hell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는 누구?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마산중앙고, 동아대를 졸업해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2025.06.23 sheep@newspim.com 김 후보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정의당에 입당,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동본부장을 맡았다. 2021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부문 지지단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에 공동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에서 비례대표 20번을 받았다. 현재 한국철도공사 기관사이자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하며 노동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인물"이라며 "산업재해 축소, 노란봉투법 개정, 주4.5일제 등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후보자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며 "민주노총이 그간 (사회적 대화 등) 제도권 밖에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마산중앙고, 동아대, 성공회대 NGO대학원 정치정책학 석사 ▲정의당 노동본부장 ▲민주노총 위원장 ▲철도노조 위원장 ▲철도공사 기관사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sheep@newspim.com 2025-06-23 14:57
사진
안규백 64년 만에 문민 국방 후보자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초대 국방부 장관에 민간인 출신인 안규백(64) 더불어민주당 5선 중진 의원을 인선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안 후보자가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와 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의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했다"면서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고 64년 만에 문민 국방장관으로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사진=대통령실] 안 후보자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방위원으로서 15년 간 의정활동을 했다. 그 누구보다 군과 국방안보를 잘 아는 인물로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명됐었다. 특히 안 후보자는 국회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위원장 중책까지 맡았다. 여야 의원들을 아우르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주당 중앙선대위 총괄특보단장 핵심 보직을 맡았다. 계엄 사태 주역인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면서 어수선한 군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군 전반을 개혁할 최적임자로 꼽힌다. 합리적인 성품에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인물이다. 다만 상식과 원칙을 중시하며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이다. 아들 둘 모두 육군과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하면 1961년 현석호 장관 이후 64년 만에 군인이 아닌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한국 정치사의 격동기를 거쳐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장군 출신들이 독식했던 국방장관을 정치 안정기에 들어 사실상 민간인 출신의 진정한 '문민 국방장관'이 나올 수 있을지 초미 관심사다. ▲전북 고창(64) ▲광주 서석고 ▲성균관대 철학과 학사·무역대학원 무역학 석사 수료 ▲18·19·20·21·22대 국회의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간사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kjw8619@newspim.com 2025-06-23 14:1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