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만 환율 고공행진...대책 마련 분주
내년 투자계획 '시계 제로'..."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헌정사상 처음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이날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 1460원을 넘어서는 등 한국 경제 대외 신인도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국 불안에 따른 원화 약세로 국내 증시 투자 심리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9포인트(1.02%) 내린 2404.77에 거래를 마쳤다. 재계는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내년도 경영 계획 재점검에 나섰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 환율 고공행진...대책 마련 분주
27일 재계에 따르면,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현실화하자 기업들은 환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해외 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내년도 경영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향후 정국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그룹은 내년도 사업 계획 전면 수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4.12.27 pangbin@newspim.com |
특히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에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과 SK, LG의 경우 자재비와 인건비가 크게 올라 투자액이 당초 계획을 초과할 것에 따라 투자계획 재조정에 나선 상태다.
또 항공유와 항공기 대여료 등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30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급등에 해외여행을 보류하는 상황까지 발생, 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도 예상된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내년도 최우선 변수를 '환율'로 보고 사업 계획 재점검에 나섰다.
◆ 내년 투자계획 '시계 제로'..."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8.0%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56.6%)거나 투자계획이 없다(11.4%)라고 응답했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56.6%)들은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한경협은 "투자 '양적'인 면에서 내년도 투자를 늘리지 않겠다는 기업이 대부분(87.2%)이고, '질적' 측면에서도 소극적인 유지·보수를 택한 기업이 다수(77.8%)"라며 내년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한국 경제의 신뢰 하락에 따른 투자자들 및 바이어들의 불안까지 기업들이 해소해 줄 순 없지 않느냐"며 "이미 환율 문제는 내년 경영 계획의 주요 변수가 됐고,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보조금 축소 및 관세폭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태"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