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철거 위기' 옛 안동예식장 벽 속 봉인된 벽화 공개
안동시, 문화유산 등록 추진...문화콘텐츠 개발도
[안동=뉴스핌] 남효선 기자 = 프랑스 신부가 그린 우리나라 전통혼례를 담은 벽화가 51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다.
경북 안동시는 8일, 반세기 동안 지역의 한 예식장 벽 속에 봉인돼 있던 벽화 한 점을 세상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벽화는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전국의 성당이나 공소에 성화를 그려 선교활동을 펼쳐 온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1914~1980)가 남긴 '우리나라 전통혼례'를 담은 작품.
경북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펼친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가 1973년 경 옛 안동예식장 벽에 그린 '전통혼례'를 담은 벽화.[사진=안동시]2025.01.08 nulcheon@newspim.com |
부통 신부는 주로 성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성당과 공소에 벽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될 벽화는 성화가 이닌 한국 전통혼례의 모습이 담긴 민속화의 성격이 강하다.
또 성당과 공소가 아닌 예식장에 벽화가 그려진 점과, 당시 옛 안동예식장을 운영했던 고(故)류한상 전 안동문화원장이 예식장에 벽화그림을 선물로 받게 된 과정이 녹취록으로 남아있는 점, 주로 그렸던 선교 목적의 성화가 아닌 민속화를 그린 점은 희소성이 높아 뛰어난 예술성에 그 가치를 더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197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올해 착공되는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리모델링 공사로 영원히 묻힐 뻔했다.
'예식장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2023년 11월, 벽의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 확인 작업 및 동영상 촬영으로 그 존재를 확인했다.
이후 발굴, 보존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번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극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 것.
안동시는 본격적인 학술연구를 통해 해당 벽화의 예술적 가치와 부통 신부의 안동교구에서의 행적 등을 전방위적으로 연구해, 보존과 활용 등에 대한 후속 조치와 함께 경북도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벽화 보존의 당위성과 가치를 홍보할 계획이다.
안동시와 안동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벽화 개방과 보존, 활용을 위해 미술계․종교계․문화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향후 벽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부통 신부의 옛 안동예식장 벽화는 희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이라며 "벽화를 활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구도심 재생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통 신부는 예루살렘 등의 중동지역 일대와 유럽 및 아프리카 등지에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그가 남긴 여러 작품의 미술적 가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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