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990짜리 삼각김밥 출시...세븐일레븐, 800원 착한 아메리카노로 맞불
대혀마트도 가격 경쟁 가세...이마트·롯데마트, 최대 반값 할인으로 승부수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유통업계가 새해부터 초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에 더해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가격 경쟁력을 높여 알뜰족(族)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어 실적을 부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해 초저가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쓱데이' 개막을 맞아 이마트 용산점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는 고객의 모습. [사진=이마트] |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판매채널인 편의점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저가 경쟁에 가세하며 가격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경쟁이 뜨거운 곳은 편의점이다. 1000원 이하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경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편의점 CU가 새롭게 출시한 990원짜리 '땡초어묵 삼각김밥' 모습. [사진=BGF리테일] |
먼저 가격 경쟁에 불을 지핀 곳은 CU다. 편의점 업계 점포 수 1위인 CU는 지난 7일 '땡초어묵 삼각김밥'을 990원에 선보이며 고객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업계 최저가인 1000원짜리 삼각김밥(매콤어묵 삼각김밥)을 선보였는데, 올해 10원 낮춰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그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은 인건비, 물가 인상 등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개당 최대 1800원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CU는 최근 환율 상승 등의 가격 인상 압박에 원재료 대량 매입과 공정 자동화 등을 통해 업계 최저가(990원) 상품을 출시했다.
CU 관계자는 "이번에 삼각김밥 신제품을 10원 더 싸게 선보인 것은 고물가, 불경기로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식 물가 부담이 커짐에 따라 편의점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놀라운 간편식 시리즈도 가성비 높은 한 끼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CU가 선보인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29.8%로 3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CU가 선보인 880원짜리 컵라면, 990원짜리 스낵, 우유, 채소 등 1000원 이하 상품의 누적 판매 수량은 500만 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CU가 지난달 선보인 290원 캡슐 커피는 출시 2주 만에 1000개나 팔려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모델들이 세븐일레븐이 출시한 800원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
이처럼 편의점에서 가성비 상품의 판매 호조세를 보이는 점을 고려해 후발주자들도 가격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이날부터 파우치 음료인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을 800원에 판매하며 맞불을 놨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겨울철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트렌드와 커피플레이션(coffee+Inflation) 현상을 반영해 가성비 우수한 파우치 커피 제품을 선보인 것이다.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은 얼음 컵과 함께 즐기는 파우치 음료다. 브라질 원두를 베이스로 에티오피아의 드립커피 추출액을 첨가했다. 추가로 콜롬비아 커피 농축액 등을 블렌딩해 우수한 바디감과 커피 향이 특징이다. 해당 상품은 230㎖ 용량으로 동일 용량 상품 대비 40%가량 저렴하다.
이마트가 올 새해 첫 '가격파괴 선언'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은 1월 가격파괴 선언 이미지. [사진=이마트] |
대형마트업계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형마트는 정상 가격 파괴 전략을 앞세워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30일까지 '가격파괴 선언' 행사 열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트는 을사년 새해를 맞아 최대 반값 할인을 내세운 '가격파격 선언' 핵심 상품을 기존 3개에서 5개로 늘렸다. 매달 새로운 그로서리(Grocery) 5대 품목을 초저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이번 1월 겨울 간식 대표주자 '더미식 육즙 고기·김치교자(각 530g)'를 기존보다 50% 이상 저렴한 4900원대에 선보인다.
양념육 대표 상품인 '임자도 대파 소불고기(800g)'는 정상가 대비 29%가량 할인을 적용해 1만1980원에 구매 가능하다. 필수 식재료인 '파머스픽 흙대파(봉, 국내산)'은 기존보다 17% 할인해 2480원에 판매한다. 이외에도 최근 쫄깃한 식감으로 큰 인기를 끈 '광천 곱창 돌김(20봉,국산)'을 45% 할인된 6980원에 선보인다.
지난해 12월 롯데마트 화정점 수산 코너에서 '내가 만드는 연어' 상품을 보고 있는 고객들의 모습. [시진=롯데마트] |
롯데마트와 슈퍼 역시 올해 물가 잡기 캠페인 '더 핫'을 진행, '이달의 핫 PB(자체 상품)'와 '공구핫딜'까지 할인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첫 타자는 노르웨이산(産) 연어다. 오는 16~29일까지 2주간 노르웨이산 '내가 만드는 연어(100g, 횟감용)'와 '내가 만드는 연어(100g, 구이용)'를 엘포인트 회원 대상으로 30% 할인한 가격인 3990원, 3710원에 각각 판매한다.
롯데마트가 연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환율이 급등하기 이전인 작년 11월에 사전 계약을 통해 50여 톤(t)의 연어 원물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공 직송으로 받은 연어 원물을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각 점포에 직배송해 물류비를 절감시켜 판매가를 확 낮춘 결과를 도출해냈다.
롯데마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덜어주고 당사 연어 상품군의 전체 매출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024년 12월 12~18일)에 진행한 연어 최저가 행사 당시 '내가 만드는 연어(100g, 횟감용)'를 40% 할인한 3591원에 특가 판매한 결과, 연어 회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60%가량을 기록했다.
업계는 향후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 전우려가 큰 만큼 저가를 앞세운 업체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77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80) 대비 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23년 3분기(77) 이후 6개 분기 만에 최저치다. 그만큼 소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경기가 예상되는 만큼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 고객을 선점하고 이를 통해 매출 증대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면서 "올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업체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