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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첫걸음] ② "카푸어는 안돼요"…자립준비청년들의 야간학당(르포)

기사입력 : 2025년06월07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6월07일 06:00

4일 서울 성수동 에이팩센터…자립준비청년 9명 대상 교육
지원금 정보부터 금융사기 예방법까지…"알찬교육 됐어요"
기재부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 속 양질의 경제교육 필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결제가 일상이 된 시대.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대도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경제 이해력은 해마다 낮아지고, 노인과 장애인은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뉴스핌>은 경제 취약계층의 현실을 짚어보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글싣는 순서] 경제 첫걸음

1. AI·디지털 시대인데…韓 경제 이해력은 '뒷걸음질'
2. "카푸어는 안돼요"…자립준비청년들의 야간학당
3. "저는 하루살이파래요"…나래초의 엉뚱한 경제수업
4. "오만원은 주황색! 장애인도 물건 살 수 있어요"
5. 경제 취약계층 격차 더 벌어져…정부, 경제교육 확대

[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퇴근길 인파로 북적이던 지난 4월 4일 저녁 7시. 아홉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서울 성수역 2번출구를 지나 에이팩센터 건물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신용상담센터에 도착한 이들은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이날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신용상담센터에서는 경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교육 강의가 열렸다. 기획재정부의 경제교육 사업 일환으로 마련된 수업이다.

강사로 초빙된 이맹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해설사는 성인이 되면서 보호가 종료돼 사회로 첫걸음을 시작한 이들에게 기초 금융 지식과 소비 급관, 금융 사기 예방법 등을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사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4일 서울 성수동 에이팩센터에서 경제교육을 듣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 2025.06.07 plum@newspim.com

월세와 카드값, 식비, 알바 일정과 통장 잔액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봐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오늘 수업은 생존을 위한 공부였다.

"혹시 '카푸어'라고 들어 봤어요?" 이맹희 해설사가 슬쩍 질문을 던지자, 강의실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한 남학생의 멋쩍은 듯한 웃음이 터졌다. 마치 본인의 이야기를 들킨 것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자립을 하는 건 돈을 잘 관리하는 거예요. 그런데 자동차를 구매하면 차 유지비, 보험료, 범칙금, 할부 등 돈이 나갈 곳이 많아요. 자동차는 부자가 된 다음에 사는 게 좋아요."

자동차를 샀지만 할부금과 유지비로 인해 생활이 빠듯한 사람을 뜻하는 '카푸어'는 이날 강의에서 가장 많은 공감과 웃음을 끌어낸 단어였다. 한 청년은 '부자가 되기 전에는 자동차를 사지 말라'는 해설사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맹희 해설사는 '카페라테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하루에 카페라테 한 잔의 돈을 절약해 꾸준히 저축하면 생각보다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법칙이다. 이 대목에서 몇몇 청년들은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강의는 비교적 재밌게 흘러갔다. 흔히 경제교육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딱딱한 교육과는 달랐다. 가계부 앱을 추천하자 직접 휴대전화로 앱을 다운받는 청년도 있었다. 나에게 딱 맞는 예금과 적금상품을 추천하는 사이트를 알려주자, 정보를 놓칠세라 받아적는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누가 '나 돈 좀 빌려줘'라고 하면 의심부터 하셔야 해요." 강의가 후반부에 접어들자, 금융사기 예방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이맹희 해설사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지원금을 노린 금융사기에 대해 설명했고, 몇몇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맹희 해설사는 "강의하다 보면 지인 등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연이 항상 있다"며 "지원금은 절대 아무에게도 주지 말고, 빌려주면 안 된다"고 재차 당부했다.

[사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월 4일 서울 성수동 에이팩센터에서 경제교육을 듣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 2025.06.07 plum@newspim.com

강의 후반부에는 이른바 '고수익 알바' 등 불법금융 사기에 대한 교육이 시작됐다. 이맹희 해설사가 준비한 동영상을 시청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눈망울이 말똥말똥 빛났다. 금융사기 예방교육은 이날 가장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게 다뤄진 주제였다.

자립준비청년 A씨(30대·남성)는 "불법금융 사기 예방 교육을 듣고 제일 먼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 B씨(30대·남성)는 "경제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육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금융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경제교육을 듣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성인이 되며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홉 명의 청년은 '내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강의 마지막까지 펜을 들고 있었다.

경제교육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올해부터 자립준비청년 등 경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경제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장두원 기재부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전문위원은 "기재부는 효과성 높은 경제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체험형 경제 캠프를 신설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경제배움e+' 등 온오프라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급속도로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경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경제교육이 필요하다"며 "학생·청년·취약계층 등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에이팩센터에서 기획재정부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경제 교육을 실시했다. 2025.06.07 plum@newspim.com

plu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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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日 여행객 'K-쌀' 사간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일본 여행객이 한국을 방문, 한국 쌀을 직접 구매해 들고 나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내 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밥맛 좋은 한국 쌀'이 대체제로 급부상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3일 <뉴스핌>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일본 여행객이 한국에서 직접 구매해 일본으로 들고 간 국산 쌀은 3만3694kg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휴대식물 반출 시 수출국 검역증을 의무화한 나라로, 병해충과 기생식물 등 식물위생 문제에 매우 엄격하다. 특히 쌀처럼 가공되지 않은 곡류는 검역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객들의 한국산 쌀 열풍은 지속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 여행객이 반출한 국산 쌀은 1310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무려 2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2024년 1~6월)으로 비교하면 작년 106kg에서 올해 3만3694kg로 약 318배 증가한 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들의 '쌀 쇼핑'이 열풍을 불면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며 "한국쌀이 일본쌀에 비해 맛과 품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출되는 양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을 화물로 탁송하는 사례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화물검역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된 국산 쌀은 43만1020kg에 달한다. 지난해 화물 검역 실적이 1.2kg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증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국산 쌀에 대한 일시적 특수로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 정체된 쌀 소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에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으니 한국에 와서라도 쌀을 구매하는 여행객이 늘어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다만 일본의 쌀 관세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쌀의 가격만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산 쌀의 품질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합격점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종도=뉴스핌] 윤창빈 기자 = 1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중국발 여행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2023.03.11 pangbin@newspim.com 정부 역시 이같은 수요에 대응해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검역제도 안내·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통한 사전신청, 수출검역, 식물검역증 발급, 일본 통관까지 최소 3단계 이상이 요구된다. 다만 한국 쌀을 일본으로 반출할 때 한국에서 식물검역증을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본 관광객이 일본에 돌아가 쌀을 폐기하는 일이 생기면서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오사카 엑스포 현장 방문을 계기로 일본 농림수산성과 예방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그 자리에서 쌀 검역 문제가 논의됐다"며 "한국 정부는 일본 여행객이 애써 한국 쌀을 구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plum@newspim.com 2025-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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