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얼 정도로 추운데 천막 문 열라니 '불만'
"집회하는지 유무를 알 수 없기 때문" 지자체도 난감
지자체마다 천막 집회 가이드라인 달라
형평성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요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기온이 부쩍 떨어지자 거리에서 천막 집회를 하는 시민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집회 여부를 알기 위한 지자체의 확인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천막 문을 열라고 했기 때문이다. 천막 집회에 대한 지자체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7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동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 한국사기예방국민회(한사국)는 최근 강추위에도 천막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천막 농성을 하는 윤모(77)씨는 "춥고 입이 벌벌 떨려서 말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파 특보가 떨어진 날 생수가 그대로 얼어버렸을 정도였다.
집회 참여자들은 서초구청이 항상 천막 한쪽 면을 열어놓으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서초구청은 "집회를 하는지 유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정도가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주연 한사국 대표는 "비가 올 때도 그늘막을 올리라고 하고 하루에 3번씩 천막을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는다"라며 "국회 앞은 이렇게까지 막지 않는데 왜 우리한테만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 |
천막 집회에 대한 지자체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국사기예방국민회 천막 안에서 한 회원이 서명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사진=독자제공] |
장기간 거리에 머무르는 시위의 순기능은 분명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사국은 최근 양형위원회에 '다단계 조직사기 엄벌을 촉구하는 자필 탄원서' 1만7169장을 제출했다. 법원 앞에 천막을 치고 피해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에서 서명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21년부터 국회 앞에서 추모 공간을 만든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의 노력 역시 결실을 보고 있다. 코백회 관계자는 "초반에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나 인정기준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특별법이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라며 "여러 해 동안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거리 집회에 대한 관리감독 수위가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6일 오전 11시경 국회 앞을 방문했을 때, 천막 집회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 사실상 코백회를 제외하고는 천막의 사면이 전부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동성애·동성혼 반대국민연합이 여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천막에서는 상주 인원을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판례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이 오래 점유하고 있으면 도로 점유권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대법원 2008도8214) 사실상 지배권을 인정해줬디"며 "다만 신규로 천막을 치는 분들은 기간을 정해두고 끝나면 철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해당 규정이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 같이 구마다 집회를 점검하는 주기나 기준이 다를 경우 "열심히 운영하는데 왜 우리만 감시하느냐" 식의 불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퇴거 강제집행을 할 수는 있지만 충돌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어 지자체가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지자체마다 천막집회 규정이 달라 행정안전부에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진우 법률사무소 민우 변호사는 "집회 주최자 측에서 천막이 제대로 설치되고 유지 관리할 의무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을 집시법에 마련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