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이준혁이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로 최고 15%에 육박하는 지상파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스에서 한지민과 완벽한 비주얼 호흡을 보여주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이준혁은 10일 '나의 완벽한 비서(나완비)'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 데뷔 이후 로맨스 장르 첫 도전과 남녀의 역할이 다소 뒤바뀐 설정의 특별한 드라마에 출연한 소감을 말했다. 홀로 딸을 기르는 싱글대디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로맨스든 장르물이든 새롭게 작품을 선보일 땐 정말 많이 긴장돼요.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지 걱정이 많죠. 다행스럽게도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우리 일이 재밌는 게 세상에 없던 걸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게 있으면 어떨까, 맛있는 요리를 만들듯이 해서 세상에 선보이는 건데 대중이 맛있다고 해주면 고민한 게 통했구나 싶은 마음이 돼서 많은 분들과 친해진 느낌이 들어요. 일대일로 대화를 한 건 아니지만 마치 대화를 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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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에이스팩토리] |
이준혁은 이번 드라마의 흥행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제가 드라마가 잘 된 일이 많진 않다"면서 "거의 '적도의 남자' 이후로 처음"이라며 웃었다. 이번 드라마선 특히나 이준혁이 연기한 유은호가 주연이지만 조연같은 캐릭터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은호는 극 초반에 주인공으로서 목적성을 잃어버리는 캐릭터예요. 아이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그 뒤엔 생계를 위해 회사를 다니는데 비서로 들어가잖아요. 그 뒤엔 목적이 거의 없이, 은호가 대부분의 신의 모든 캐릭터한테 조연처럼 쿠션을 해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튀지 않고, 음악으로 치면 기타 베이스처럼 은은하게 깔려 있어야 했죠. 은호가 메인 보컬은 아니어야 했어요."
그 덕에 은호가 존재감이 없이 있다가도, 의외의 순간에 유머러스한 신이나 웃음 포인트를 살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이준혁이 음악과 동선을 연결해 리듬감을 살리거나, 엉뚱한 행동을 통해 시청자들과 거리를 좁히려 노력한 신들은 매회 화제가 됐다. 이런 면들이 하나씩 모여 '나완비'의 흥행을 이끈 셈이다.
"사실 모든 드라마가 그런 것 같지만, 인기는 시대가 같이 만들어준 것 같아요. 다른 시대에 나왔으면 외면받았을 수도 있고, 정답이 없잖아요. 지금 사람들의 마음에 이런 게 좀 필요한가 봐요. 로맨스 비주얼이란 것도 기준이 늘 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매스미디어가 비주얼을 통해서 아직은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속일 수 있구나. 굉장히 큰 영향력이 있구나 이런 것도 느꼈어요. 또 우리 드라마는 아주 작은, 쉬운 걸로도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단 걸 알려주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또 일하느라 잊고 있던 집안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집밥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알려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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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스튜디오S·이오콘텐츠그룹] |
이준혁은 이번 드라마에서 로맨스도 처음인데 싱글대디 역을 동시에 소화했다. 극 중 딸 별이 역의 아역배우 얘기가 나오자 이준혁은 "완벽한 프로페셔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별이랑 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어요. 아이에 대해서 좀 잘 모르니까 일단 무섭더라고요. 아이가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수년간의 경험상 웬만한 리스크에는 이제 흔들리지 않게 됐는데 어떡하지. 놀라운 건 소유가 그 수많은 문제적 이슈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배우였다는 거예요. 어린, 아역 배우가 아니라 그냥 완벽한 배우고요. 대화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공력이 느껴지는 깊이가 느껴지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동료로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멋있는 친구였죠."
특히나 이준혁은 이전 인터뷰에서 로맨스물이 어려울 것 같다고 자신없는 모습을 보인 바도 있었다. 다행히 이번 드라마를 통해 두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듯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그는 로맨스 역시 장르의 하나임을 받아들일 수는 있게 됐다고 했다.
"어떤 부분은 해소가 됐고 어떤 부분은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로맨스물을 더 많이 보기도 했는데 장르물과 비슷한 규칙과 공식이 어느 정도는 있더라고요. 그 문법 안에서 내가 놀 자유가 있고요. 예를 들면 기승전결이 있으면 전에서 '비질란테' 같은 장르물은 사람을 죽이잖아요. 로맨스물은 키스를 하는 거죠. 이런 포인트들이 정확히 있고, '범죄도시'에서는 액션 합을 맞추지만 여기서는 키스를 하는데 그것도 액션이죠. 시청자를 설득하는 어떤 과정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것이구나. 그렇다고 로맨스에 자신감이 있느냐고 하면 겨우 하나 했다고 로맨스 장인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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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 출연한 배우 이준혁. [사진=스튜디오S·이오콘텐츠그룹] |
'나의 완벽한 비서'에는 독특하게도 이준혁이 직접 참여한 곡이 삽입되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준혁은 "제가 작사에 참여한 곡"이라면서 향후에도 취미로 작곡을 해볼 생각이 있음을 밝혔다. 이미 이준혁은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을 만들거나, 게임을 제작하는 등 배우 이외의 일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아기보'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작곡은 윤진이라는 친구가 했고요. 저는 작사와 기획, 제작을 했죠. 자비가 들어간 작품이지만 수익은 없어요. 감독님한테 재미로 들려드렸는데 좋다고 해서 드라마에 쓰신다기에 본격 제작했죠. 원래 가이드만 있던 걸 곡으로 만들었고, 제가 돈 드는 취미가 없이 다 이런 거다보니까. 다음 곡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성인들도 들을 수 있는 곡을 준비중이고 제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저런 취미가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음악이든, 게임이든 동화든 다음에 한다면 들어간 만큼은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긴 해요."
'나의 완벽한 비서' 이전에 2023년 '범죄도시3'부터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 최근에 영화 '소방관'까지 몇 년 사이 이준혁이 참여한 작품들은 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수줍은 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준혁은 예능에는 소질이 없다면서도, 원래 꿈꿔왔던 영화 작업, 연출에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예전이랑은 지형이 바뀌어서, 이제 홍보팀이 하자고 하면 거절하기 쉽지 않아요. 나가긴 나가야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지만 예능은 어려워요. 배우를 하고 싶었던 것도 저만의 판타지가 있는데, 역할을 100% 완벽히 수행하면 여러 작품 하면 나를 모르겠지. 그 캐릭터로만 생각하고 이 세상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제 얘기를 하는 건 여전히 두렵고, 영상으로 남기는 게 부끄럽기도 해요. 영화감독이 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어릴 때 꿈꾸던 일 중 하나였죠. 너무 지식이 없어 연기 지도를 못하겠어서 연기를 배웠고요. 연출을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다른 거에 더 흥미가 가요. 그래도 이 업의 어떤 파트든 다 해보고 싶기는 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