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월세 비중 59%…2021년 1월과 비교해 17%포인트 올라
"월세 가격 상승에도 매매·전세보증금 부담에 수요 증가 예상"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의 대출규제가 지속되면서 높아진 전세보증금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월세 가격이 매월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올해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 문제와 전세매물 감소로 전세가격 역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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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핌DB] |
◆ 올해 1월 월세 비중 59%…2021년 1월과 비교해 17%포인트 올라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를 위해 대출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면서 월세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지속되면서 매매와 전세를 고려하던 수요자들이 월세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수요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학군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임차수요가 늘면서 전세가격 역시 0.02% 상승했다.
월세는 지난 2022년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전세살이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임대차 수요의 40% 수준이었지만 전세사기를 기점으로 절반 이상으로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연간 월세 비중은 58%로 급증했다. 지난해 1월 59%에 달했던 월세 비중은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12월 61%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임대차 수요 가운데 월세 비중은 59%다. 아직 등록기간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세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17%p(포인트) 올랐다.
매매·전세·월세 등 전체 부동산 거래만 놓고봐도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전체 부동산 거래는 26만9218건이다. 이 가운데 월세가 11만9687건으로 전체 거래의 44% 비중을 차지했다. 매매와 전세는 각각 6만7374건(25%), 8만2157건(31%) 수준이다.
◆ "월세 가격 상승에도 매매·전세보증금 부담에 수요 증가 예상"
최근 정부가 한층 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월세 거래 증가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하반기부터 세입자가 빌린 전세대출을 못 갚을 때 HUG가 대신 갚아주는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축소하는 조치를 도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자의 소득, 기존 대출 등을 심사해 전세자금 대출 보증 심사를 하는 방안도 하반기 도입할 방침이다.
이는 결국 시중은행의 전세 대출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셋값이 아직 높은 수준인 만큼 수중에 자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지 못한 수요자의 경우 한도 축소에 따라 전세 대신 월세살이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전세 매물도 줄어들면서 전세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도 전셋값을 불안케 만들 요소로 꼽힌다. 줄어드는 구입자금 대출액만큼 전셋값을 올릴 수 있어서다.
이날 기준 전국의 전세 매물은 10만5495건으로 전년 동기(12만8203건) 대비 17.7% 감소했다. 울산이 2174건에서 648건으로 가장 큰 낙폭(70.2%)을 보였다. 이어 세종(35.4%), 부산(33.2%), 대구(32.9%), 충남(30.3%) 순이다. 같은 기간 서울은 3만2322건에서 2만9461건으로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14.8% 감소했다.
월세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월세 가격 역시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전월(120.426) 대비 0.474포인트 오른 120.9로 집계됐다. 1년 전(112.092)과 비교해 8.808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격이 급증했음에도 갱신계약 비중의 증가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의 계약 유형별 비중을 보면 갱신계약 비중이 2023년 3분기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갱신계약 비중은 31.6%로 최근 2년 동안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아진 전셋값의 문턱을 넘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규 전세나 월세 계약을 체결하기 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월세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세 매물감소와 신축 아파트 입주가 줄어들면서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목돈이 필요한 매매나 전세의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게 된 수요자들이 월세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