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보훈지청, 사망 기록만 보고 상이등급 저평가
중앙행심위 "보훈지청 처분 위법"…행정심판 결과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중앙행심위)가 고엽제 후유증을 오래 앓은 참전용사인데도 사망 당시의 의무기록에 근거해 해당 질병에 대한 상이등급을 낮게 판정한 보훈지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중앙행심위는 2018년부터 다계통위축증을 앓았는데도 2023년 사망 당시 의무기록을 근거로 다계통위축증에 대한 상이등급을 낮게 판정한 관할 보훈지청장의 결정을 취소했다고 20일 밝혔다.
다계통위축증은 임상적으로 손 떨림 등 파킨슨 증상을 보이지만, 파킨슨병에 비해 진행 속도가 빠르고 다른 신경계통의 이상 증상이 동반되는 만성 진행성 퇴행성 질환이다.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엽제후유증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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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전경 [사진=국민권익위원회] 2021.06.11. dragon@newspim.com |
월남전 참전용사 A 씨에게는 2018년경 말을 더듬거나 비틀거리며 걷는 등 파킨슨 증상이 나타났다.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다가 2020년 희귀질환인 다계통위축증을 앓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단 당시 A 씨는 이미 보행이 불가능하고, 음식물을 삼키는 것조차 곤란한 상태였다. 대부분을 자택에서 누워서 생활하던 A 씨는 2023년 6월경 폐렴 발병 이후 다음 달인 7월 사망했다.
A 씨 배우자의 신청에 따라 관할 보훈지청장은 A 씨의 다계통위축증을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정했다. 당시 보훈지청은 상이등급은 사망 당시 의무기록을 근거로 다른 기저질환과 폐렴에 의한 와상상태(보행불가능)로 보고 비교적 낮은 등급인 7급으로 정했다.
중앙행심위는 A 씨에게 파킨슨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부터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A 씨가 다계통위축증이 아니고서야 보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 만한 다른 질환은 없다고 봤다.
또 A 씨 상이등급을 기존 등급 '7급 4115호'보다 높은 신경계통의 기능장애로 노동능력을 일반 평균인의 3분의 2 이상 잃은 '4급 4111호'에 해당한다고 판단, 상이등급을 낮게 판정한 관할 보훈지청장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A 씨 사망 전 촬영된 영상자료와 치료기록, 서면신체검사 결과 등에 따르면 다계통위축증으로 인한 임상 증상이 양측에서 고도로 나타나고 중등도로 몸의 중심을 침범, 심한 자세 불안정과 균형장애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는 그 희생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정확한 평가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