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세계 1위 TV 사업 이끈 기술 리더
AI·스마트홈 비전 제시한 소비자 경험 혁신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25일 63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세계 TV 시장 1위 수성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말 삼성전자의 조직개편과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이끌며 소비자 가전 전반의 혁신을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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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고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이끈 주역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영상사업부 개발팀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LED TV, 스마트 TV 등으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진화를 현장에서 이끌었다.
지난 2021년 12월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 부문과 IT·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해 '소비자경험(DX)부문'을 신설했다. 당시 사장이던 한종희는 DX부문 초대 수장으로 낙점되며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동시에 대표이사직도 맡게 됐다. 삼성전자의 핵심 축인 DX부문을 총괄하며, TV·가전·스마트폰 등 B2C 전반의 전략을 아우르는 중책을 수행했다.
한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소비자 중심의 경험 통합'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며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연동 생태계를 강화해왔다.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제품 간 연결성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과 재활용 소재 확대 등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특히 한 부회장은 기술뿐 아니라 소비자 경험과 디자인 혁신에도 주목했다. 전통적인 '기술 중심'의 TV 사업에서 벗어나, 일상에 스며드는 디자인과 사용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28.3%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2006년 이후 19년간 연속 1위를 이어나갔다.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시장과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도 1위를 지켰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AI TV 시대를 선언하며 글로벌 TV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0조9000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두 번째로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인터브랜드 기준 브랜드 가치 1000억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글로벌 5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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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강한 실행력과 세심한 배려로 신망 두터워
한 부회장은 특히 사내에서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세심한 배려까지 겸비한 리더로 평가받았다.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부드러운 소통 능력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방향을 제시하는 판단력으로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이날 갑작스러운 소식에 삼성전자 내부도 비통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글을 통해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은 TV사업 글로벌 1등을 이끌었으며,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세트부문장 및 DA사업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오셨다"고 애도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 각오를 주문한 가운데 대표이사로 선임된 전영현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위기 극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주총에서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9조8000억 원 규모의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하며, 신뢰받는 경영인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또 오는 26일 신제품 공개 행사인 '웰컴 투 비스포크 AI'에서 직접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전자의 AI 홈 비전과 비스포크 AI 신제품을 소개할 예정이었다. '안전하고 쉬운 AI 홈의 완성'을 주제로, 삼성전자 AI 홈만의 편의성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