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마지막 '증원' 카드까지 사용…원칙 저버린 교육부
"더블링·트리플링은 의대생 본인의 몫"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정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지만, 의료계의 대응이 오히려 강경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가 구체적인 의료 개혁 방향 제시는 못한 채 정부의 의료개혁 중단만 요구하는 등 '도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갈등의 재점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들은 학칙을 기준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대생에 대해 유급 통지서를 발송 중이다. 이날 의학과 4학년에 대한 유급이 예정된 대학은 한림대 의대와 한양대 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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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2025.04.17gdlee@newspim.com |
앞서 교육부는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걸었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의대생이 강의실을 떠난 명분인 '증원'을 원점으로 돌려 학생들의 수업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 상황은 정부 의도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초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하는 것은 '의대생 전원 복귀'가 원칙이었지만, 의대생의 실제 수업 참여율은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정부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대생은 약 6000명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의 전면 중단 요구에 한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증원' 카드까지 사용했지만, 성과없이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정부 내에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보건의료 인력 수급 정책에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의 의대 모집인원 동결 결정에 대해 '원칙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와 같은 정부 정책이 의대생과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필수의료정책 패키지는 전공의 처우 문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비급여 진료비 및 실손보험 개편 등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도 담고 있어 의대 수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의대 관계자는 "이대로 추진되면 동네 의원인 1차 의료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고, 실손 보험사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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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의대생들과 만나 모두발언 중이다/제공=교육부 |
반면 정승준 교수(한양대 의대·경실련 보건의료위원)는 "전공의 단체가 의대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는데, 하나라도 안 됐을 때는 복귀를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의대생들도 '정부가 제적하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경험치를 가지고 있으니 단체 행동을 하는 것"고 비판했다.
이어 "(2024·25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을 넘어 트리플링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정부가 아닌 학생들의 개인의 문제"라며 "당사자인 학생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과대학 학생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의학 교육 발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하며 의학교육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wideope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