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시극단 2025년 시즌 두 번째 작품으로 고선웅 작·연출의 '유령'을 선보인다.
2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연극 '유령'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고선웅 연출, 배우 강신구, 이지하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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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유령'에 출연하는 배우 강신구, 이지하, 연출 고선웅. [사진=세종문화회관] 2025.05.22 moonddo00@newspim.com |
오는 30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선보이는 '유령'은 '늙어가는 기술' 이후 14년 만에 고선웅 연출이 선보이는 창작극으로 '사람'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고 깊이 있게 풀어냈다.
고선웅 연출은 "유령은 손에 잘 안 잡히는 존재다. 작품을 유령처럼 어디로 가고 잇는지 모를 정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을했다. 흥미진진했다. 배우들이 출중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분석력 탁월해서 방향 잡는데 수월했다"고 밝혔다.
이지하는 "6년간 연극을 안 했는데 오랜만에 의뢰를 주셔서 대본도 읽기 전에 '저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냈다는 게 좋았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작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강신구는 "나는 연극을 꽤 많이 했다. 서울시극단 공연에는 안 빠지고 거의 다 참여했다. 내가 했던 연극 중 가장 이상한 연극인 것 같다. 딱 뭐라고 단정 지어 말씀 드리기가 애매하다. 배역은 맡았는데 그 배역을 하다가 갑자기 나로 돌아오기도 하고 '이상한 연극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했다. 무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연극을 하고 있는건지 뭐하고 있는건지 의심을 주게 하는 연극이다. 관객들이 그런 부분에서 새로움을 느끼실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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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연극 '유령' 고선웅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2025.05.22 moonddo00@newspim.com |
'유령'은 사람으로 났다면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한다는 화두 아래,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잊혀지고 지워진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극 형식으로 현실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대 위에서 '삶'과 '존재', '정체성'을 질문한다. 무대는 분장실로, 시체 안치실로 변모하고 삶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연고자들의 인생을 판타지적으로 구현한다.
고선웅 연출은 "7, 8년 전에 기사 하나를 봤다. 무연고자들의 삶을 추적한 르포 기사였는데 문학적이고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연고자들은 불행하게 살다가 지워지고 죽는다.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게되면 관객에게 힘든 상황을 강요하게 돼서 최대한 인물적으로 접근 하려고 했다"고 연출 이유를 밝혔다.
또 "옛날에 이지하의 작품을 봤다. 이지하가 코미디를 못한다고 했는데 잘하더라. 무대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생각이 났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훨씬 대담해졌다"고 서울시극단 단원이 아닌 이자하를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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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연극 '유령'에 출연하는 배우 이지하. [사진=세종문화회관] 2025.05.22 moonddo00@newspim.com |
이에 이지하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무대에 자신이 없었다. '내가 왜 자신이 없지?' 자문할 정도로 자신이 없었다. '무대라는 곳이 이런 곳인가?' 생각했다. 무대 근육이 다 빠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냥 연출을 믿고 작업을 시작했다. 연습을 하며 이 작업을 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연기적인 부분만 말하는 게 아니다. 한 편의 코미디물 같은 연극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역할을 연기하고 이 작업을 무대에 올리는 배우입장에선 존재적으로 내 자신을 반추하게 되는 힘이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랑 만난 게 운명이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극 중 유령들은 173일, 123일동안 영안실을 못떠난다는 구체적인 숫자가 설정돼 있다.
이에 고선웅 연출은 "구체적인 숫자에 큰 의미는 없다. 무연고자가 장례를 치르기 전 신변을 파악하기 전 2주 정도 공고를 내고 가족, 친척 등이 나타나지 않으면 집행을 한다. 시의회에서 예산을 주면 집행을 하는데 예산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때때로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영안실 안에서 떠돌다가 유령이 셋이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고 답했다.
이지하는 "다루는 이야기는 무겁지만 연극적 표현은 무겁지 않다. 오히려 '너무 가볍지 않냐'고 말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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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문선 인턴기자 = 연극 '유령'에 출연하는 배우 강신구. [사진=세종문화회관] 2025.05.22 moonddo00@newspim.com |
강신구는 "나는 악역으로 나온다. 극이 시작하자마자 배명순에게 폭력을 가한다. 때리는 신은 짧다. 난 악덕업주로 나오고, 형사 역할도 하고, 장례식 행정과 직원도 하는데 전부 다 악역이다. 극 중에서 나만 악역이다. 서울시극단 구성원 중에 나밖에 악역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고선웅 연출은 "나는 연극에서 연극을 다루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꼭 극중극이라고 해야하나 참 모호하다. 연극이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된다. 경계는 있지만 경계가 없다. 다소 혼돈스러운 작품일 수도 있지만 보시면 재미있을 거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