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E 차주 등 24명, 벤츠코리아·독일 본사 등 상대 손배소
재판부, 허위광고·결함은폐 책임대상 특정 요구…"불명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전기차 소유자 등 20여명이 벤츠 독일 본사 등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이 시작됐다.
차주 측은 벤츠 본사가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숨기고 허위광고했다며 손해배상을 촉구했고 벤츠 측은 증거가 없는데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4단독 서형주 부장판사는 27일 A씨 등 벤츠 EQE 차종 소유자 및 리스 사용자 24명이 메르세데스벤츠 독일 본사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성자동차 등 공식 판매대리점(딜러사), 리스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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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현장 [사진=인천시] |
차주 측 대리인은 "(벤츠 EQE 차종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감추고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의) CATL 배터리가 장착된다고 얘기한 것은 민법상 사기,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한다"며 "매매·리스계약의 취소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2년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 벤츠 부사장이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EQE에 CATL 배터리가 장착된다', '배터리가 안전하다. 안전성에 대해 염려하지 말라'고 말한 것은 허위광고라고 했다.
차주 측은 또 "청라 아파트 화재 사고로 밝혀진 배터리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실시하지 않은 건 자동차관리법상 결함 은폐에 해당한다"며 배터리팩 교체비용의 5배인 3억5000만원을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부담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셀 화재 전이 차단 기술 미탑재 ▲난연재 미사용 및 구획화 미비 ▲화재 발생 5분 전 경고 시스템 미작동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주차 중 웨이크-업(Wake-Up) 되지 않는 결함 ▲배터리팩 하부 쉴드 결여 등 5가지 배터리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벤츠 측 대리인은 "소장 자체만 보면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장"이라며 "허위광고 주장은 인터뷰 내용이 허위가 아니며 5분 전 경고는 우리나라에 없는 기준인데다 해당 차 출시 시점에는 없었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차주 측에 "허위광고에 따른 표시광고법 위반 책임, 계약 위반에 대한 채무불이행 책임, 가장 중요한 자동차관리법상 결함 은폐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누구에게 구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책임 대상을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차주 측은 파라시스 배터리 결함과 관련해 전문가 교수 3명의 증언을 서면으로 받겠다고 했고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7월 22일로 정한 뒤 증인 신청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감정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감정기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며 감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앞서 지난해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정차 중이던 벤츠 EQE 전기차에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경찰청은 3차례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4개월간 수사를 진행했으나 화재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에 따른 발화, 배터리 팩 외부 충격에 따른 손상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배터리 관리시스템이 화재 당시 영구 손상돼 데이터 추출에는 실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코리아가 파라시스 배터리 장착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차주들은 자동차 소비자 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하종선 법률사무소 나루 변호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1인당 1000만원씩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벤츠 독일 본사 등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