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보다 중국의 국내 경기 침체가 더욱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 50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업체의 71%가 기업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침체'를 꼽았다.
'미·중 무역 갈등'을 꼽은 비율은 4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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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5월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이 컨테이너와 화물선 등으로 가득 찬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미래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단기 미래 성장과 수익성에 대한 낙관론은 각각 29%와1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수익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줄고 있다고 답변했다. 응답업체 10곳 중 7곳이 중국에서의 이자·세금전이익(EBIT)이 전 세계 평균보다 낮거나 같다고 응답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규제 및 시장 장벽으로 인해 작년에 사업 기회를 놓쳤다고 답한 사람은 역대 최대인 63%에 달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가 큰 성장 동력을 잃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수요가 침체되고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옌스 에스켈룬드 주중 EU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 중국의 경기 침체가 (유럽 기업들의) 미래 사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극도로 비관적이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시장에는 진입 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조달망 때문에 중국을 벗어나기도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중국이 제공하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여전히 중국에서 점점 더 많은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