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2년물 수익률 일제히 하락…경제지표 부진이 주된 배경
트럼프 관세, 법원서 무효됐다가 항소심서 일시 복원
미 달러화 약세 전환…유로·엔·프랑 강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채권 시장이 29일(현지 시각) 부진한 경제 지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제동 판결 여파로 흔들렸다.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했으며, 무역 정책 불확실성 확대 속에 달러화도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하루 전인 28일 연방 국제통상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포괄적 관세 조치를 임시 부활시켰다. 재판부는 이유나 의견을 밝히지 않은 채, 원고 측에는 6월 5일까지, 정부 측에는 6월 9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당초 관세 위법 판결 직후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되며 미 주가지수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채권은 매도세(국채 수익률 상승)를 보였으나, 이날 오전 발표된 고용·성장 지표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채권 매도세는 약화했고 국채 수익률은 다시 하락 전환됐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4.426%로 전날보다 5bp(1bp=0.01%포인트) 하락했고, 2년물도 3.941%로 비슷한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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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년물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5.30 koinwon@newspim.com |
이날 오전 미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 분기 대비 연율 -0.2%로, 속보치(-0.3%)보다는 상향됐지만 여전히 역성장이다. 특히 소비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점이 투자자들의 경기 우려를 키웠다. 미 노동부가 별도로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24만 건으로 예상보다 많았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전략총괄은 "GDP가 상향 조정됐지만 소비는 부진했고, 고용지표도 완화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하루 만에 48%에서 53%로 높아졌다. 현재 시장은 2025년 중 9월과 12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의 갈등도 이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회동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지금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은 실수"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통화정책은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된다"고 강조했다고 연준은 밝혔다.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7년물 국채 입찰은 예상보다 강한 수요 속 마무리 됐다. 재무부는 주간 국채 입찰의 마지막 일정으로 7년물 국채 440억 달러어치를 발행했으며, 이번 입찰에서 발행 수익률은 4.194%로 발행 전 거래(When-Issued trading) 수익률을 2.2bp 정도 밑돌았다. 시장 예상보다 수요가 강했다는 의미다.
응찰률은 2.69배로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 6개월 평균치 2.64배도 웃돌았다.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로/달러 환율은 0.73% 오른 1.1374달러에, 달러/엔 환율은 0.57% 하락한 143.99엔을 나타냈다. 달러는 스위스 프랑 대비로는 0.59% 내린 0.822프랑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는 고용 지표 부진뿐 아니라,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 선호를 약화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금융사 메시로우의 선임 투자 전략가인 우토 시노하라는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관세 정책 방향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는 최근 유럽연합(EU)에 대해 예고했던 50% 고율 관세 부과를 6월 1일에서 7월 9일로 연기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법원 판결이 관세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