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코는 우리끼리 먹었어야 했는데'... 불확실성 더 커졌다
일각에서는 여전한 강세론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월가에 '타코(TACO)' 논란이 뜨겁다.
타코는 "트럼프는 항상 겁쟁이처럼 물러난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영문의 머리글자로, 대통령이 관세에 대해 강경하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는 투자자들의 믿음을 담고 있다. 마찬가지로 '타코 트레이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시장이 빠지면 저가 매수로 대응하고, 이후 철회나 완화 등 번복이 나온 후 시장이 급등하면 차익을 거두는 구조다.
최근 몇 달간 월가 트레이더들은 이러한 믿음에 베팅했고, 계속되는 관세 드라마에도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아 이러한 베팅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이번 달 초 미중 관세 완화로 더욱 힘을 얻은 S&P 500지수는 1990년 이후 최고의 5월을 기록했고, 월간 상승폭으로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주 월가에 공공연히 퍼진 이 '타코 트레이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게 되면서부터 분위기는 빠르게 반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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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가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타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기자 질문을 받았고, 이에 "불쾌한 질문"이라며 발끈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 및 관세 협상과 관련한 "합의를 완전히 깼다"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월가 인식을 알게 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수 있고 이전 같은 유화적 제스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기 시작했다.
케인앤더슨러드닉 최고 시장전략가 줄리 빌은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논란이 오히려 트럼프가 더 단단하게 버티고, 관세 관련 정책에서 더 강경해질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런 논란이 불확실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조금 걱정된다"고 말했다.
S&P 글로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그루엔왈드도 현 상황이 "롤러코스터 같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에는 좋지 않고, 기업 투자에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IG의 크리스 보샴프는 관세 뉴스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냈고, 타이밍을 잘 잡은 트레이더들은 득을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관세로 초기 하락 후 더 큰 반등이 나타나는 현상이 특정 리스크와 보상 프로필을 제공하지만, 반드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리톨츠 자산운용 최고 시장 전략가 캘리 콕스는 투자자들에게 관세 드라마 너머를 바라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트럼프가 '나를 사랑해, 사랑하지 않아' 식의 오락가락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 데이터, 특히 곧 공개될 고용 보고서와, 이 모든 데이터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월가 최고 강세론자인 웰스파고의 크리스토퍼 하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공을 앞으로 밀고 가길 원하는 것 같다"면서 자신은 그러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비는 관세가 10% 수준에 그친다면 연준이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연준 크리스토퍼 월러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하반기에 주식시장이 두 자릿수로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S&P 500 지수 목표치를 7007로 제시한 월가 최고의 강세론자다.
하비는 관세가 10~12% 수준에서 정착될 것으로 예상하며, 고객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표하면서도 경제 펀더멘털에는 여전히 신뢰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관세 불확실성이 6월~7월까지 이어질 경우, 기업들이 인건비 조정(감원 등)에 나설 수 있고, 그때부터는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