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0달러대 급등...'오일 쇼크' 수준 130달러대 전망도
정유화학업계, 원가 부담에 수요 위축 우려...해운업계도 '예의 주시'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 유가가 70달러를 넘는 등 급등하며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해상 운임도 추가로 오를 가능성에 제조 원가 상승은 물론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및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세계 물류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물류비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에 약 20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가 통과한다. 해협이 실제로 차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국제유가 70달러대 급등...'오일 쇼크' 수준 130달러대 전망도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 긴장감 고조로 10%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오일 쇼크' 수준인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 상황이다. 중동은 전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만큼 국제유가도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산업계에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미국발 관세전쟁 여파로 이미 허덕이는 상황에서 유류비 부담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오를 경우 제조업 비용이 평균 0.67%, 전 산업 평균 0.38%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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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일대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특히 물류비 비중이 큰 전자·가전업계의 부담은 더욱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해상운임 상승으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10억원의 물류비를 지출했다. 전년대비 각각 71.9%, 16.7%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1분기에만 두 기업의 물류비는 총 1조4250억원에 달했다.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 부피가 큰 제품은 대부분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해상운임 변동에 민감하다. 지난달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넉 달 만에 2000선을 돌파했으며, 중동 전쟁 여파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간 보호관세 조치에다 중동 전쟁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라 기업 입장에서 물류비 증가 등 비용 리스크가 커지게 됐다"며 "원가 관리와 고가 제품군 판매 확대 등의 전략을 통해 비용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유화학업계, 원가 부담에 수요 위축 우려...해운업계도 '예의 주시'
정유화학업계와 해운업계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장부상 원유 가치가 올라 실적이 일부 개선될 수 있지만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급등은 예외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 위축과 원유 조달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5% 오르면 원유 도입 비용도 5% 오른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성이 낮은 만큼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락하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기초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해운 및 항공업계도 연료비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연료 가격이 수익성에 직결되는 구조상, 전쟁 장기화 시 영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해상운임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HMM 등 국내 해운사들도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해상 운임 강세도 중동 지역 분쟁이 원인이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전략 요충지"라며 "전면 충돌로 해협이 봉쇄될 경우 공급망 차질로 유가 폭등, 인플레이션 가속, 금리 인하 기대 소멸 등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