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에 의료진 수도권 쏠림 심화
지역 2차 병원, 의료진 헌신으로 버텨
의료진 "헌신,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
3차 병원·2차 병원 수가 체계 '불균등'
동일 질환·치료에 동일 수가 적용해야
지역 의사 지원하는 '지역의사제' 확대
[세종=뉴스핌] 이유나·신도경 기자 = 2차 병원(종합병원·병원)들은 지역의 환자가 수도권의 3차 병원(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리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 의료 인력 시장에도 나타난다고 호소했다.
17일 보건복지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시행한 지역 2차 병원 현장 프레스투어를 종합하면 현장에서 만난 지역의 2차 병원은 의료진의 헌신으로 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동일한 질환을 치료해도 3차 병원보다 2차 병원이 수가(보상)를 덜 받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의사가 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의사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 의료진 수도권 쏠림 현상 이어져…지역 2차 병원 "의료진 헌신으로 버텨"
2차 병원은 1년 4개월째 이어지는 의정갈등으로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3차 병원의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서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자, 능력이 있는 의사들은 더 많은 돈을 받고 수도권에 있는 3차 병원으로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전공의 1672명 가운데, 1097명(65.6%)이 수도권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수도권 병원 소속 575명(34.4%)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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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만큼 지역 2차병원 의료진은 번아웃 상태로 의료 현장을 버티고 있다. 환자에 대한 사명감과 헌신으로 병원 운영을 이어왔지만, 지속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심장 전문 병원인 세종병원의 박진식 이사장은 "사명감 있는 의료진의 헌신으로 몸을 갈아 넣어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는 전주시 대자인병원도 마찬가지다. 신대희 대자인병원 심장센터장은 "오후 5~6시면 퇴근해야 하는데 응급환자가 오면 새벽 5시까지 퇴근을 못 한다"며 "다음 날 정시에 또 환자를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필수의료과 의사들은 이미 번아웃 상태"라며 "119가 환자를 받아 주는 곳이 없어 대자인 병원에 왔다고 하면 여러 선생님이 열정과 사명감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아니면 누가 환자를 받아줄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으로 인한 화살이 지역의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립대 의사는 만일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좋은 의사는 서울로 가고 남은 의사는 시니어 의사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시니어 의사의 경우 경증 환자를 주로 보기 때문에 결국 응급 상황의 국민은 수도권으로 갈 수 없는 '되돌이표'라고 덧붙였다.
◆ 같은 질환 치료해도 2차 병원 수가 낮아…수가 '불균등' 해소 숙제
의료계는 2차 병원이 3차 병원만큼 성장하려면 수도권과 지역의 수가 체계를 공정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체계에 따르면 같은 진료와 시술을 해도 2차 병원은 3차 병원보다 덜 받는 구조다.
이병관 전주 대자인병원장은 "지역과 서울의 수가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며 "특히 한국 정부는 대학병원에만 모든 장비나 시설을 지원해 2차 병원은 인프라 개선에 엄두를 낼 수 없다"고 했다.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심장병원 병원장도 3차 병원에만 집중된 수가 체계를 지적했다. 김 병원장은 동일 질환과 동일한 난이도 수준에 동일한 수가를 적용해 수도권에 있는 능력 있는 의사가 지역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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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이병섭(왼쪽에서 두번째), 정의석(왼쪽에서 첫번째) 교수 등 의료진이 에크모 도관삽입술을 받은 선천성 횡격막 탈장 환아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김명환 소화기내과 교수도 "3차 병원은 진료, 연구, 교육이 주 업무고, 2차 병원은 진료가 주된 업무"라며 "같은 진료를 했을 때 같은 대우를 해야 2차 병원이 3차 병원과 1차 병원을 연결하는 등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장은 "지역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시설, 장비, 인력이 갖춰져야 한다"며 "(어렵다면 지역 의사가 지역에 머물도록 집 등을 지원하는) 지역의사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의순 유성선병원 병원장도 지역의사제처럼 지역의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2차 병원에 3차 병원과 같은 지원금을 투자하고 세제 혜택과 금융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병원장은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3년 동안 10조를 투입하고 2차 병원은 같은 기간 2조를 투입하고 있다"며 "환자분들이 2차 병원에 찾고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에만 지원금이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차 병원이 국가 재난 시 정부에 협조함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이나 금융 혜택이 전무하다"며 비판했다.
sdk19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