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용제 대신 수용성 재료 적용…온실가스 배출 저감
2025년 시제품 공개 예정…2026년 양산도 검토 중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전기가 전자부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을 활용한 새로운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에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2025년에는 해당 공법으로 만든 제품이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 기존 공정의 유해성 줄이는 수용성 전환 기술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MLCC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를 물 기반 재료로 바꾸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 중이다. 기존 공정에서는 세라믹 가루에 에탄올, 톨루엔 같은 유기용제를 섞어 얇은 시트(그린시트)를 만든 뒤 이를 겹겹이 쌓아 부품을 만든다. 해당 공정에서는 시트 건조 및 유기용제 분해 과정에서 연간 약 7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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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MLCC. [사진=삼성전기] |
삼성전기가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부터 수용성 신소재와 공정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핵심은 유기용제 없이도 세라믹 입자가 고르게 분산되고, 시트가 강도와 정밀도를 유지하며 적층과 소성 공정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료 조성과 분산 공정, 인쇄 기술 등에서 기존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삼성전기는 해당 공법의 재료 조성과 분산기술을 개선해, 실험실(Lab) 단계에서 적층 공정에 적용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고도화했다. 2024년부터는 공장 수준의 시험 생산(pilot-scale)에 필요한 핵심 기술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기는 이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만든 IT용 MLCC 시제품을 올해 말까지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 초소형·고용량·고신뢰성…친환경이 더해진 MLCC 전략
MLCC는 '전자기기의 쌀'로 불릴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다.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스마트폰·노트북·서버·TV·전기차 등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특히 최근 들어 고성능 반도체가 쓰이는 인공지능(AI) 서버나 자율주행차량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MLCC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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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부산사업장 클린룸에서 작업자가 일하고 있다. [제공=삼성전기] |
기술적으로는 고용량·소형화·고신뢰성이 MLCC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부품 하나가 작아질수록 전자기기 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동시에 더 많은 용량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고온·고전압·진동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전장용 MLCC'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흐름에 맞춰 초소형·고용량 제품을 잇따라 출시해왔고, 전장·산업용 고급 MLCC 비중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번 친환경 신공정은 그 연장선에서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기는 전체 매출의 약 40%를 MLCC 사업에서 창출하고 있어, 이번 공정 전환은 환경적 의미를 넘어 사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