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기고] "같이 배우는 학교는 어디에"...특수교육발전계획, 중간점검 필요

기사입력 : 2025년07월08일 08:25

최종수정 : 2025년07월08일 08:26

박정인 (단국대학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 법학박사)

2024년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분명히 말한다. 장애학생도 통합교육 환경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를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장애아동복지법」 역시 조기 발견과 개입, 발달재활, 보조기기 제공, 가족지원 등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강조한다.

교육부의 제6차 특수교육발전계획(2023~2027)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장애 유형과 정도에 맞는 맞춤형 특수교육을 실현하고, 통합교육 환경 조성 및 진로·직업교육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교육 현장의 풍경은 이러한 선언과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특수학교는 '학교'로서의 학력조차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립 특수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학력인정 조건에 미달하는 시설기준과 운영 구조로 인해, 졸업 후에도 공교육의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장애학생의 교육을 본질적으로 열등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구조적 차별이다.

박정인 교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도움반)에서도 소외는 반복된다. 공개수업이나 행사 때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등교하지 말라는 통보가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보여주기식 수업'에 맞춰 '보이지 않아야 할 아이들'로 밀려나는 아이들. 통합교육의 이상이 무색해지는 현실이다.

심지어 특수학급 학생에게 '절대 교실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실제로는 분리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때로는 장애학생이 가장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방식으로 벌을 받는 일도 존재한다. 이런 일이 비장애 학생에게도 가능했을까?

장애학생의 학습권은 단순한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교육권의 핵심이다. 입학 기회만 제공한다고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선으로, 같은 배움의 주체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학습권은 실현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많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이름만 통합된 학교에 소속되어 있을 뿐, 실질적인 교육 참여에서는 배제되어 있다.

특수학교의 시설 열악 문제는 또 다른 차별로 이어진다. 서울 송파구의 육영학교는 1993년에 설립된 사립 특수학교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2008년 이전 개교한 이유만으로, 법정 무상교육 기준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교실 면적이 법정기준(66㎡)의 3분의 1 수준인 22㎡에 불과한 교실도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각종 직업교육이나 진로체험 프로그램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면적 기준 미달로 프로그램 신청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주시, 특수 교육 대상 학생들을 위한 '경기도 꿈자람 치유텃밭' 운영[사진=양주시] 2025.05.19 sinnews7@newspim.com

제도상 특수학교는 사립이라 하더라도, 특수교육대상자는 국공립과 동일하게 무상교육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는 제도적 사각지대 속에서 수년째 방치된 채 차별을 감내하고 있다. 이는 시설과 설립 시기에 따라 학생의 교육권이 달라지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불어, 정서적 학대나 폭력에 대한 대응 체계도 미비하다. 2018년 서울 인강학교에서는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에게 고추냉이를 억지로 먹이고, 캐비닛에 가두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여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학교 안에서의 정서적 학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주호민 자녀' 사건 역시 정서적 학대의 본질은 묻히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만 논의되었다.

해외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장애학생을 위한 정서적 보호 프로토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교육청 차원의 통합 매뉴얼조차 부재하다. 학생의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장치인 학생인권조례조차 일부 지역에서는 폐지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을 지키기 위해 대법원에 효력정지 신청까지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의무교육기관인 학교에는 교권 보호를 이유로 CCTV나 녹음 장치 설치가 제한되어 있지만, 장애학생의 보호는 그만큼 섬세한 정책적 고려 없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특수교육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다. 교육의 본질을 가늠하는 잣대이자,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드러내는 척도다. 약자를 위한 교육환경의 개선은 시혜가 아닌 의무이며, '같이 배움'은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다.

우리는 "함께 배우는 학교"를 말하지만, 여전히 "분리된 교실" 속에 아이들을 두고 있다. 학교가 학교답기 위해,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할 존재는 소외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배움이 곧 우리 모두의 성장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 박정인 교수(법학박사)는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했다.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 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했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아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다음달 10일 2차 소비쿠폰 기준 나온다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행정안전부가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기준을 이르면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상위 10% 구분 기준은 부동산 및 금융소득 등을 살펴 이달 중 기준 수립 준비에 나선다. 한순기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서 열린 민생회복 소비쿠폰 간담회에서 "9월 10일 정도에 2차 (소비쿠폰)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실장에 따르면 2차 지급 기준 준비는 이달 중 시작된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을 만나 기준을 짜야 한다"며 "2021년 사례를 보면 1인가구는 특례를 가산했고, 맞벌이가구는 뺐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인턴기자 = 한국신용데이터(KCD)가 4일 민생회복 소비쿠폰 카드 매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된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영업자 매출 증감률은 전주 대비 평균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매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5.08.04 ryuchan0925@newspim.com 한 실장은 "고액 자산가인데 건보료만 적게 내는 경우도 있다"며 "(행안부의) 부동산 데이터나 국세청 금융소득 데이터를 활용해 직장 가입자 중 고액 자산가를 선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소비쿠폰 지급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는 4818만명으로, 전체 지급대상자의 95.2%가 신청을 마쳤다. 지급액은 8조7232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용 현황은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5조860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3조404억원(51.9%)이 소비됐다. 이날 처음 공개된 지역별 신용·체크카드 소비율을 보면 서울보다 지역이 높은 편이었다. 제주가 5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인천 54.7%, 울산 54.6%, 광주 54.5%, 충북 54.1%, 대전 54.0%, 부산 53.7% 등이었다. 한 실장은 "비수도권에 3만원·5만원 더 준 부분도 있지만, 지역 영세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숫자"라며 "10%포인트(p) 차이는 아니지만 2~3%p라도 높은 것은 그만큼 비수도권이 어려웠다는 방증이자 (소비쿠폰이) 사용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2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예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실장은 "사업 전체 13조9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만 지방(예산)이고 나머지 12조1000억원가량이 국비다"라며 "(국비에서) 8조1000억원을 먼저 내렸고, 기획재정부 협조를 구해 이달 중순 정도에 4조1000억원을 조속하게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료=행정안전부] 2025.08.08 sheep@newspim.com 한 실장은 "(소비쿠폰 2차 지급에 앞서) 지방채 발행이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고 충분조건 정도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법 통과는) 9월 본회의까지 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는 민생쿠폰 관련 연구용역 예산 2억원도 담겼다. 소비쿠폰 등 현금성 지원에 대한 효과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취지다. 한 실장은 "민생쿠폰 추경에 연구용역비 2억원이 담겼다"며 "과거 2020~2021년 효과가 있냐 없냐 등 많은 비판이 있었다. 연구 용역을 제대로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정책연구원이나 KDI 등과 연구한다는 것이 행안부 현재 계획이다. 행안부는 하나로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을 확대한다는 계획도 이날 밝혔다. 그간 도서산간지역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한 실장은 "면 단위에서 동네에 마트 등이 전혀 없는 경우가 있어 하나로마트 121곳에서 현재 사용 가능하다"면서도 "현장을 가 보니 마트가 있어도 너무 영세해 고기나 채소 등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현재 시장·군수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있고, 빠른 시일 내로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지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또 "추가 소비 진작 대책을 관계부처와 많이 만들고 있다"며 "행안부는 수도권 기업, 공기업, 관공서 등과 비수도권 간 자매결연을 맺는 소비진작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sheep@newspim.com 2025-08-08 16:11
사진
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