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보건포럼 "기후불안, 출산 계획에 영향"
여론조사 결과 과반 이상 기후위기 심각성 인지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정치적 공방 오가
정치인 기후위기 인식, 국민들에 비해 뒤떨어져
[세종=뉴스핌] 이유나 기자 = "기후위기 시대에 출산하는 건 애한테 죄짓는 게 아닐까?"
기후위기와 저출산. 둘 다 쉽게 해결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100년 후 국내 인구 10명 중 8명이 사라진다고 분석했고, 감사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추세에서 감축되지 못하면 한국의 폭염 사망자가 2080년 지금의 30배 수준인 연평균 1643명에 달할 것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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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이유나 기자 |
기후위기와 저출산은 별개의 이슈가 아니다.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식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심하게 폭염과 폭우, 산불이 일어난다면? 내 자식이 '기후난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기후위기로 농사가 어려워지면서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아이를 낳는 것은 죄짓는 일이 아닐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8일 열린 '기후보건포럼'에서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기후불안이 출산 계획에도 영향을 준다고 언급했다. 심 센터장은 해당 포럼에서 "기후 불안은 주로 청소년, 청년세대에서 나타나고, 무기력감이나 상실감 분노로 이어진다"며 "단순한 정서 반응을 넘어 교육, 진로, 인간관계, 출산 계획 등 삶의 다양한 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후정치바람의 '2025년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8세 이상 시민 4482명 중 62.3%는 '항후 출범할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헌법 개정을 통해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응답도 60.4%에 달했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미래세대인 청소년과 아동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74.9%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출산을 고민할 정도로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정치인들의 인식은 안일하기만 하다. 15일 열린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장남 결혼식에 축의금을 냈는지 물으며 정치적 공방을 이어갔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탈탄소를 위한 에너지 전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배출권거래제 등 정책적 이슈가 산적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정치인들의 태도가 청년들의 기후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 정책 토론을 할 수 있는 성숙한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다음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건설적 토론을 기대한다.
yuna74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