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부터 계약 포기 확산
강남·서초는 자산 하락 우려 커
'영끌 성지' 노·도·강도 계약 포기 여파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규제' 이후 10억원 초과 아파트 매수자들이 잇따라 계약을 취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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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된 아파트 계약의 금액대별 비중. [자료=집토스] |
16일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지난달 27일까지 계약된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 해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책 발표 이후 해제 신고된 계약 중 10억원 초과 비중은 35.0%로 나타났다. 대책 이전(26.9%)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대출 규제를 직접 받지 않는 기존 계약자들마저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계약을 포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출규제 충격은 고가 아파트 시장에 집중됐다. 취소된 계약 중 5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책 발표 이전 32.2%에서 25.1%로 줄어든 반면, 10억원 초과 아파트의 비중은 급증했다. 투자 금액이 큰 고가 아파트일수록 향후 가격 하락 시 손실 규모가 크기에 심리적 부담을 느껴 계약금 포기를 감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에서는 시장의 양극단에 위치한 지역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초구는 전체 계약 중 해제 비중이 대책 이전 2.5%에서 이후 5.7%로 약 2.3배 늘었고, 강남구 역시 5.1%에서 6.5%로 커졌다.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계약 해제로 이어진 셈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가 많았던 노원구의 계약 해제 비중 도한 5.3%에서 7.3%로 뛰었다. 강북구와 도봉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자기 자본이 부족한 매수자들이 향후 집값 하락과 이자 부담에 대한 공포감으로 서둘러 계약을 해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가 아파트 매수자에게는 자산 방어 심리를, 영끌 매수자에게는 손실 최소화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신고 기한(30일)에 따른 데이터 집계 시차를 고려, 각 시점별 해제 건수에서 특정 금액대와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chulsoofriend@newspim.com